주간동아 1093

..

스포츠

초고교급 즐비 ‘WBC 키즈’ 프로야구 본격 입성

2018 KBO 1차 지명, 황금세대 92학번 능가하는 슈퍼 루키들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입력2017-06-19 11:23:4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내 프로야구 ‘1차 지명’은 다른 프로스포츠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KBO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신인 선발 방식이다. 1차 지명 방식은 한동안 리그 전력평준화를 막는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하지만 유망 선수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2014년 다시 도입됐다. 부활한 지 3년 차인 올해 1차 지명은 특별하다. 야구 붐이 일었던 2006년 초교에 입학한 세대가 나오기 때문. 초고교급 유망주도 많아 각 구단의 신인 영입에 야구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차 지명의 흥망성쇠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창단 멤버 구성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 모든 실업 선수를 전면 드래프트(지역 연고에 관계없이 지난 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각 구단이 신인을 선발하는 방식)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소속 선수 그대로 프로팀 창단을 희망하는 팀도 있었다. 이용일 초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의 아이디어는 달랐다. 당시 이 총장은 원년 6개 팀이 전국을 광역별로 나눠 지역 고교 출신 선수들을 선발하는 1차 지명 방식을 도입했다.

    지역 고교 출신 선수들이 연고지 팀에 그대로 입단하면서 프로야구는 단기간에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했다. 1983년부터 86년까지 각 구단은 연고지 출신 선수를 1차 지명으로 인원수 제한 없이 모두 선발할 수 있었다. 연고지에 광주일고, 군산상고 등 당시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야구 명문고가 많았던 해태 타이거즈는 금세 강팀으로 올라섰다. 삼성 라이온즈도 연고지의 경북고, 대구상고(현 상원고)에서 특급 선수가 계속 배출됐다. 그러나 1차 지명 방식은 효과가 좋았던 만큼 폐해도 컸다. 신인 선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긴 것. 특히 고교 야구팀이 많은 서울 연고 팀에 비해 지역 연고 팀들은 갈수록 유망주 수가 줄어들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1987년에는 1차 지명 선수를 3명으로 줄였고 90년에는 2명, 93년에는 1명으로 축소했다. 그 대신 96년 연고지 고졸 선수를 3명까지 드래프트로 먼저 지명하는 우선지명제도가 생겨나 99년까지 지속됐다.



    1차 지명 인원수가 줄어든 이후에도 이승엽(경북고), 박용택(휘문고) 등이 고졸 우선지명으로 연고지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에 각각 입단했다. KBO는 2000년부터 고졸 우선지명을 없애고 1차 지명 선수를 1명으로 제한했다. 그 대신 드래프트와 2차 지명이 더 활성화됐다. 아마추어 선수에 대한 정보전이 치열해졌고 스카우트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2010년부터는 아예 1차 지명 방식을 없애고 전면 드래프트를 도입했다. 1차 지명 없이 처음으로 실시한 2010년 신인지명회의에서는 고졸 예정자 497명, 대졸 예정자 244명 등 총 749명이 드래프트 대상자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동일한 방식인 전면 드래프트는 전력평준화에 기여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12년 1차 지명 방식의 부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각 프로야구단은 1차 지명 방식이 폐지되자 그동안 연고지 고교에 지원하던 각종 물품과 코칭스태프 파견 등을 모두 중단했다. 고교 유망주의 해외 리그 진출도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2013년 KBO는 1차 지명 방식 부활을 선택했다. 그 대신 각 팀에 도시와 광역 연고로 5개 고교를 배정하고 강원, 제주 등 기타 지역 5개 학교도 추첨으로 지정해 선수 자원 불균형을 보완했다.

    2014년 다시 시행된 1차 지명 방식은 지난해까지 그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NC 다이노스,  kt 위즈 등 신생팀에게 1차 지명에 앞서 연고지와 상관없이 2명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특별 지명권을 줬기 때문이다. 

    6월 26일 예정된 2018 KBO리그 1차 지명은 폐지되기 직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리그 모든 팀이 동등한 조건에서 연고지 고교 최고 선수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날이다. 특히 올해 1차 지명은 ‘WBC 키즈 1세대’가 처음으로 프로무대에 등장해 야구계의 기대가 크다. 



    구속 150km 투수만 10명 넘어

    올해 고졸 예정자 1차 지명 후보는 대부분 1999년생이다. 대한민국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오르며 세계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2006년 초교에 입학한 세대다. 당시 전국에 리틀야구 붐이 일었다. 각 학교에 야구부 창단도 이어졌다. WBC 키즈는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만 10명이 넘을 정도로 유망주 풍년이라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해 좋은 투수가 많이 나온다고 들었다. 리그 전체를 생각할 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리그 발전을 위해 슈퍼 루키가 계속 탄생해야 한다. 류현진(LA 다저스) 같은 대형투수의 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 팀 스카우트는 올해 고교 3학년 투수들을 박찬호, 정민철, 조성민, 임선동, 손경수, 차명주 등 뛰어난 투수들이 등장해 ‘전설의 황금세대’로 불리던 92학번과 비교할 정도다.

    넥센→LG→두산 순으로 지명권을 가진 서울지역은 휘문고 투수 안우진이 가장 돋보인다. 올해 1순위 1차 지명권을 가진 넥센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높다. 안우진은 올해 최고 156km를 기록해 야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1회부터 7회까지 꾸준히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능력도 돋보인다. 배명고 우완 곽빈은 LG 혹은 두산 지명이 유력하다. 투수는 물론 타자로도 특급 유망주다.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우수선수(MVP)인 덕수고 양창섭, 유신고 김민 등도 초고교급 투수로 꼽힌다. 중학교 때 전학해 1차 지명 대상이 아닌 서울고 강백호는 투수와 포수 포지션에서 최고 기량을 자랑한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고 나무배트로 고척스카이돔 개장 1호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2차 지명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에 입단할 것이 유력하지만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는 마산고 우완 에이스로 꼽히는 김시훈을 1차 지명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삼성은 대구상원고를 졸업한 후 한양대에서 좌완 강속구로 이름을 떨치며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야구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최채흥을 노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고교리그 대표 거포로 꼽히는 경남고 한동희가 1차 지명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화 이글스는 안정적인 투구를 자랑하는 천안북일고 에이스 성시헌이 유력 지명 대상이다. KIA 타이거즈는 2학년부터 광주일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좌완 박주홍을 눈여겨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