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9

2013.08.05

환희의 순간 방방 뜨면 어때?

‘Dancers Among Us’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3-08-05 11: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환희의 순간 방방 뜨면 어때?

    1 ‘그녀가 예스라고 말했다(She Said Yes)’, 리키 루이스·캐리 니카스트로, 일리노이 주 시카고, 2011.<br> 2 ‘유쾌한 모녀의 산책(Stroller Boogie)’, 캐린 웬츠와 딸, 뉴욕 주 뉴욕, 2010.<br> 3 ‘너를 발견하는 순간(Double Take)’, 앤젤라 다이스·디미트리어스 매클렌던, 일리노이 주 시카고, 2011.

    미국 사진작가 조던 매터의 ‘그녀가 예스라고 말했다’는 보는 이를 절로 웃게 만든다. 무릎 꿇은 채 반지를 꺼내든 남자, ‘예스’라고 소리치며 펄쩍 뛰어오른 여자. 그 뒤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 시원한 분수까지, 피사체 모두가 저마다의 표정으로 웃고 있어서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Dancers Among Us’에는 이런 풍경의 작품이 가득하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하늘로 경쾌하게 솟아올라 있다. 세상 어디에도 묶이지 않은 듯 자유로워 보이는 그들의 머리 위에서 태양이 찬란히 빛난다.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세계 유수의 무용단 무용수들. 작가는 이들을 섭외해 트램펄린이나 와이어 없이 오직 스스로의 힘만으로 날아오르게 했다. 그리고 무용수의 몸이 중력에서 벗어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영원으로 만들었다. 분수대 앞, 해변, 지하철역, 횡단보도 위 등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들이 펼쳐 보이는 비상의 몸짓은 삶의 기쁨과 경이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 ‘유쾌한 모녀의 산책’에서 유모차 손잡이를 잡은 채 하늘로 날아오른 주인공은 전직 발레리나 캐린 웬츠. 아메리칸발레 시어터 소속으로 활동하다 출산 뒤 은퇴했다. 그의 유모차 안에는 엄마를 무대에서 떠나게 만든, 하지만 여전히 기쁨에 넘쳐 껑충 뛰게 만드는 딸 매들린이 앉아 있다. 촬영 후기에 따르면 웬츠는 사진작가가 매들린의 밝은 표정을 잡아낼 때까지 64번이나 점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사진 속 그의 얼굴엔 활기와 즐거움만 가득하다.

    녹색 신호등이 켜진 건널목에서 엇갈리던 남녀가 문득 서로를 발견하고는 환희에 빠지는 장면을 담은 작품 ‘너를 발견하는 순간’도 눈길을 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도도한 미소를 띤 채 뛰어오르자, 핑크색 셔츠 차림의 남성도 환호성을 지르며 하늘로 내달린다. 껑충 뛰어오를 만큼 짜릿한 첫 만남의 순간, 막 시작되려는 사랑의 기쁨과 설렘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야구선수였고 연극배우로도 활동한 매터는 사진작가도 데뷔한 뒤 줄곧 인간의 몸을 표현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전시하는 무용수 연작은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화보집 ‘Dancers Among Us’로 출간돼 미국 온라인 서점 ‘반스 앤드 노블’ 선정 2012년 최고의 책으로 뽑힐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번 사진전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그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에서는 이 사진들의 촬영 과정을 담은 영상도 상영한다. 작가가 최고의 순간을 포착할 때까지 수없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눈부신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그들의 단단한 근육과 허공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곡선미를 보고 있으면 새삼 인간의 힘과 아름다움에 경탄하게 된다. 9월 22일까지, 문의 02-736-4371.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