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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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 입는 컴퓨터 혁명전야

안경·시계 등과 결합한 제품 출시…소비자와 한 몸 엄청난 생활 혁신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3-05-24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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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지형과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놓은 손안의 컴퓨터 혁명은 이제 더는 혁명이 아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상향평준화로, 아무리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된다 해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혁명이 끝나고 소소한 변화만 일어날 즈음 또다시 혁명의 기운이 감지된다. 이번에는 입는(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혁명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업그레이드돼도 스마트폰 개념 자체를 벗어나긴 힘들다. 비록 편리해지긴 했지만 늘 들고 다녀야 하고 분실하지 않을까 신경도 써야 한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스마트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소비자가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그 자체와 일치한다는 점은 엄청난 생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혁명이라고 하기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십수 년 전부터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미래 제품을 전시하는 코너에는 그것이 늘 자리했다. 웨어러블 컴퓨터라는 말은 친숙하기 이를 데 없다.

    스마트폰과 차원이 다른 편리함

    다시 웨어러블 컴퓨터가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개발’이 아닌 ‘출시’ 때문이다. 구글의 구글 글라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스마트 시계 출시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웨어러블 컴퓨터 혁명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5월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I/O’의 주인공은 단연 구글 글라스였다. 정식 발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 콘퍼런스에 참가한 많은 개발자와 구글 직원은 구글 글라스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착용한 안경은 음성 명령만으로도 사진을 촬영하고 길을 안내한다. 메뉴에 따라 “사진 촬영” “동영상 촬영”이라고 말하면 글라스가 인식해 명령을 수행한다. 안경테를 손가락으로 만지면 마우스를 스크롤하는 것과 같은 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굳이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조작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조작이 공을 들여야 할 만큼의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운전할 때처럼 전방을 주시해야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동하면서도 손에 쥐고 다녀야 하는 것이 불편했던 사람에게도 그렇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앞을 보며 그대로 명령만 내리면 된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니 생태계도 움직였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뉴스 매체들은 구글 글라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구글 글라스 앱을 개발한다면 글라스를 통해 SNS나 최신 뉴스를 접하고, 사진을 찍어 친구와 바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구글 글라스를 통해 음성으로 사진을 찍은 뒤 바로 SNS에 올리고 댓글도 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 텀블러 등 주요 SNS와 CNN, 엘르 등 미디어, 기록 앱 에버노트 등은 구글 글라스 앱을 위해 구글과 협업 중이다. 스마트폰과는 차원이 다른 편리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질세라, 또 다른 진영에서는 스마트 시계를 준비한다. 아직까지 공개된 제품은 없지만 스마트폰 관련 업체 상당수가 차세대 웨어러블 컴퓨터로 시계를 주목한다.

    애플은 일명 ‘아이 워치’를 개발 중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든 제품 디자이너, 매니저, 엔지니어 등 100여 명이 아이 워치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올 하반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업계에서는 이 제품이 아이 워치일 것으로 추측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스마트 시계 시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X박스팀이 1.5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스마트 시계를 개발해왔다. 구글 글라스를 개발한 구글도 예외가 아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이 스마트 시계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와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업체들도 스마트 시계 개발에 열을 올린다. 최근 국내 한 언론은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의 말을 통해 “갤럭시노트 시리즈 다음 제품으로 스마트 시계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은 시장조사업체의 데이터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MS 리서치는 2016년까지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이 60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어러블 컴퓨터 시장의 성장은 새로운 앱 시장 형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IMS 리서치는 웨어러블 컴퓨터 판매량이 올해 1500만 대에서 2017년 7000만 대까지 늘어나고 개발자들에게는 4억 달러(약 4560억 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차세대 신성장사업 분야로 부상하면서 관련 특허 출원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6년 122건이던 웨어러블 컴퓨터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 2010년 165건에 달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핵심은 사용자가 이동하면서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소형화, 경량화하는 것이다. 이들 특허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방식부터 소형화, 경량화 기술까지 다양하다.

    법제도는 ‘글쎄’, 기술적 문제도 산적

    웨어러블 컴퓨터 앱을 개발 중인 필 리빈 에버노트 CEO는 “앞으로 2~3년간 웨어러블 컴퓨터 앱 시장은 스마트폰 초기 시장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3~5년 후면 매우 수익성 있는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주는 강점은 편리함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개인용 컴퓨터(PC)나 기존 휴대전화와 다른 새로운 기능을 창출한 것처럼, 웨어러블 컴퓨터도 그것만이 개척 가능한 영역이 있다. 한 예로, 환자의 맥박을 비롯한 건강상태를 꾸준히 확인해 분석하는 일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이 할 수 없던 일을 웨어러블 컴퓨터에서는 무척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혁명과 혁신에 목마르던 사람에게 웨어러블 컴퓨터는 신천지를 선사할 새로운 기기다.

    웨어러블 컴퓨터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관은 법제도다. 먼저 구글 글라스는 허락 없이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문제와 부딪힌다. 미국 의회도 최근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올싱스디’ ‘C넷’ 등 미국 외신은 미 의원 8명이 래리 페이지 구글 CEO에게 구글 글라스가 일으킬 수 있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묻는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편지에서 “구글 글라스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구글이 어떤 식으로 사생활을 보호하는지 알 수 없다”며 6월 14일까지 답변하라고 요청했다.

    안전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게리 하웰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의원은 구글 글라스를 포함한 헤드셋 기반 디스플레이를 운전 중에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면 운전자의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가 정면을 직시할 수 없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허핑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호주, 영국 등 주요 국가 정부와 기관이 웨어러블 컴퓨터 기기 확산에 대비하려고 정책 마련에 나섰다.

    기술 장벽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시계가 대중화하려면 손목에 차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 크기와 무게에 오래가는 배터리 기술도 절실하다. 스마트 시계에 적합한 생태계도 필요하다. 스마트 시계는 지갑과 교통카드, 집 열쇠, 사무실 출입증을 대체 가능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웨어러블 컴퓨터 기기 전문기업인 시냅스의 스쿠스 퐁 부사장은 “웨어러블 컴퓨터는 전력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지속적인 작동에 문제가 있다”며 배터리 기술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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