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이다

‘감각의 미술관’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10-22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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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이다

    이지은 지음/ 이봄/ 306쪽/ 2만2000원

    현대미술은 다양하고 복잡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미술관과 갤러리는 ‘과연 이게 미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이하고 엉뚱한 물건이나 행위를 버젓이 전시한다. 미술 전공자나 현대미술 애호가가 아니면 좀처럼 다가가기 힘들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가며 관람하는 작품은 교과서에서 봤던 친숙한 회화나 조각으로, 시대적으로 보면 르네상스나 19세기 미술이 대부분이다.

    현대미술사학자인 저자도 “나도 현대미술에서 느끼는 혼란을 똑같이 경험했다”면서 “우리 시대의 미술은 늘 외롭다”고 말한다. 문제는 현대미술이 외로워도 너무 외롭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동시대 미술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는 늘 존재했다. 지금이야 명작으로 추앙받는 인상파 화가 마네와 모네의 작품도 당시에는 “그림이 아니라 쓰레기”라는 비난과 함께 “화단의 문제아”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예술가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언제나 비평가 몫이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비평가가 있음에도 현대미술이 어려운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제는 보디페인팅을 한 화가가 바닥에 깔린 캔버스 위를 움직이는 퍼포먼스나 화가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활용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 됐다. 요즘 대세는 미술과 음악이 만나는 ‘소리 미술’을 넘어 오감 미술이다. 저자도 현대미술의 메카라 부르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스피커 40개를 통해 전해지는 합창곡에 압도당해 눈물을 흘린다. 미술을 온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소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디오아트의 현란함이 동반하는 음향과 설치미술에 등장하는 오디오, 게다가 작품을 구상하는 각종 기계장치 소음까지, 미술관은 이미 소리로 꽉 찬 공간이 됐다. 비단 소리뿐인가? 썩은 생선냄새가 진동하거나 침과 배설물이 작품의 재료가 되는가 하면, 악수하기나 뽀뽀하기로 관객과 만나는 것이 오늘날의 미술이다. 심지어 전시장에서 요리를 해 나누어 먹는 간 큰 작가들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미술이 눈으로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런 생경하고 충격적인 현대미술의 모습에 ‘나는 역시 미술 문외한’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미술관이나 전시실에 가면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흔히 접한다. 과연 접촉은 불편하고 금지된 행위일까. 인간 피부는 가장 직접적이고 섬세한 소통 수단이다. 브라질 미술가 리지아 클라크는 ‘나와 너 : 옷/ 몸/ 옷’에서 두건으로 눈을 가린 채 합성수지로 만든 작업복을 입고 서로를 더듬는 남자와 여자를 퍼포머(performer)로 설정해 충격을 던졌다.

    “갤러리에서 팟타이 국수를 만들어 나눠주거나 밴드를 불러 음악을 연주하고, 나이트클럽을 열어 춤을 추고, 심지어 안방처럼 침대를 놓아 잠시 쉬어가게 해주는 등의 작업은 21세기 첫 십 년을 넘긴 우리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갤러리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 묘한 냄새로 관객을 맞이한 경우도 있다. 1997년 MoMA 1층 특별전시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것은 투명한 비닐백 63개에 담긴 생선이었다. 한국 작가 이불의 ‘화엄’이다. 속을 뒤집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그의 이름은 국제미술계에 깊게 각인됐다.

    “현대미술 작품은 이제 보이는 듯, 들리는 듯, 냄새가 나는 듯, 만져질 듯하다. 극장에서 3D 영화를 보듯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미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경험하는 장르가 됐다. 1900년부터 2010년까지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저자를 따라왔음에도 1년에 겨우 한두 번 갤러리를 찾는 사람에겐 예술가와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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