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0

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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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전하는 인생의 진실

  • 삶의 끝에서 전하는 인생의 진실

    입력2017-05-31 1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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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요 :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케리 이건 지음/ 이나경 옮김/ 부키/ 288쪽/ 1만3800원


    “죽어가는 사람들은 춤, 춤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이들은 2차 대전 중 위문 공연에서 췄던 춤, 해변 별장에서 추던 춤, 춤을 추며 멋진 밤에 대해 수백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난 무조건 춤을 더 많이 췄을 거야.”

    저자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채플런’으로 일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 삶의 끝자락에 있는 환자들은 후회와 깨달음, 그리고 놀랍게도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몸을 잃게 되는 순간이 다가올 때까지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뚱뚱하거나, 눈이 작거나, 다리가 짧다고 불평한다. 그러다 몸의 생김새가 어떻든 자신을 담고 이 세상을 살게 해준 것 자체가 고맙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죽음 직전에야 깨닫는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성취하지만 상실 또한 수없이 겪는다. 중요한 점은 어떤 것을 잃었느냐가 아니라, 상실에 직면했을 때 자세다. 여기 마흔네 살 된 한 여인이 있다. 그는 엄마가 되고 싶었으나 계속해서 유산의 아픔을 겪었고, 마침내 쌍둥이를 임신했지만 조산한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두 아이 모두 죽는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해도 인생의 한 시점에 행복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늘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애들이 떠났어도 나는 여전히 엄마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항상 엄마일 거예요. 아가들이 제게 선물을 줬어요.”



    어느 날 갑자기 삶의 궤도가 바뀔 정도로 큰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거나, 사랑하는 가족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기도 한다. 앨버트는 몇십 년 전 추수감사절 전날 수막염으로 숨을 거둔 네 살배기 아들을 잊지 못해 매번 눈물짓는다. 그는 아들이 칠면조 발로 몸을 긁어 병에 걸렸다 믿었고, 의사와 간호사가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았다. 기억 속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인간이 겪는 슬픔은 생명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떤 슬픔은 유기물처럼 발달하고 자라는 것은 물론, 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슬픔은 시간 속에 얼어붙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저자도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다. 첫아이를 출산할 때 투여한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환각과 망상, 정신분열, 자살 충동 같은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3개월 만에 체중이 30kg 늘었다. 오랜 시간 수치심과 트라우마,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저자를 치유한 것은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의 환자들이다. 그들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고 애처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약속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멋진 삶을 살아요.” 한 80대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저자를 만난 날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눈부신 5월이 지나간다.

     


    글로벌 투자 전쟁
    영주 닐슨 지음/ 비즈니스북스/ 352쪽/ 1만6000원
    “글로벌 투자는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저자는 “한국에만 자산을 묶어놓고 있는 사람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미래가 밝지 않다”고 말한다. 전문 투자자나 금융관계자뿐 아니라 개인도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글로벌경제 흐름과 투자의 기본 개념을 다룬다.






    형제 1,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푸른숲/ 각 권 480쪽/
    각 권 1만4500원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다룬 소설. 여자화장실에서 여자들 엉덩이를 훔쳐보다 잡혀 조리돌림을 당한 열네 살 소년 이광두. 한 살 많은 형 송강은 조용한 성격의 문학소년이다. 성이 다른 둘은 어머니 이란과 아버지 송범평이 재혼하면서 의붓형제가 된다. 문화대혁명이 닥쳐오자 송범평은 지주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계급의 적’으로 몰려 세상을 뜬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김학진 지음/ 갈매나무/ 280쪽/ 1만6000원

    많은 사람이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좋아요’를 받는 데 집착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저자는 이 모든 행위 뒤에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살아남고자 이타주의를 선택하는 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면서 인정 욕구를 건강하고 합리적인 이타주의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다룬다.







    헌법의 약속 :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에드윈 캐머런 지음/ 김지혜 옮김/ 후마니타스/
    416쪽/ 1만8000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수자를 위한 싸움에 나서는 현직 재판관 이야기. 저자는 백인이자 유능한 인권 변호사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게이라고 인정하고 에이즈(AIDS) 감염인이라고 공개한다. 만델라의 변호사 자격 박탈을 둘러싼 재판, 반역죄를 묻는 재판에서 법정 공방, 에이즈 치료제의 보급을 막았던 ‘민주 정부’와의 법정 투쟁 같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마이클 케인의 연기 수업
    마이클 케인 지음/ 송혜숙 옮김/ 바다출판사/
    240쪽/ 1만3000원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연기 노하우를 알려준다. 저자는 ‘킹스맨’에서 시크릿 에이전시 수장 아서 역을 맡는 등 전 세계 영화 팬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캐릭터를 연기하기 전 준비 사항, 캐릭터를 창조하는 요령, 불규칙한 촬영 스케줄 속에서 감정선을 유지하는 방법, 카메라 앞에서 공포를 극복하는 요령 등을 현실감 넘치게 전달한다.







    디지털과 인간
    스티븐 판 벨레험 지음/ 이경식 옮김/ 세종연구원/
    352쪽/ 1만5000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삶은 점점 더 디지털 기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갈수록 발달하는 기술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기업 활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최고경영자(CEO)도 그렇게 생각한다. 디지털적 차원과 인간적 차원을 하나로 결합해 정서적이고 생산적인 고객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512쪽/ 1만6000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소련 병사의 상당수가 소년이었다. 책은 평범한 이들이 전쟁터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준다. 소년들은 사람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는 끔찍한 경험을 하면서 죄의식마저 마비됐다. 고향으로 돌아온 소년들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린다. 아들의 시신을 부둥켜안은 어머니들의 절규도 생생하다.







    저체온증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엘릭시르/ 424쪽/ 1만4800원

    ‘누구를 위해 수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소설. 호숫가 별장에서 마리아가 죽은 채 발견된다. 부검의는 자살로 진단하고 조서에도 그렇게 적는다. 하지만 에를렌뒤르 형사는 마리아의 자살을 믿지 않고 수사를 시작한다. ‘왜 그 아이는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막을 수는 없었을까’라는 마리아 주변인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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