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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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껄끄러운 경찰간부 승진 청와대 반대로 무산”

국회의원 10여 명에게 인사청탁 받아 ‘악의적 보도’ 조선일보와 끝까지 싸울 것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12-04-23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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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과 껄끄러운 경찰간부 승진 청와대 반대로 무산”
    새삼 제복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은회색 상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파란색 넥타이는 폴리스라인처럼 단호하다. 반듯한 넥타이핀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그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싶다. 단정하다 못해 차가운 느낌을 주는 8대 2 가르마. 목소리는 변함없이 묵직하고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는 말버릇도 여전하다.

    청와대 통보 전에 사퇴 결심

    바윗덩어리처럼 육중한 카리스마로 지난 20개월간 경찰조직을 이끌었던 조현오(57) 경찰청장은 이제 분신과도 같은 제복을 벗어야 한다.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긴 수원 살인사건이 사퇴 이유다. 애초 그는 5월 하순 ‘주간동아’와 인터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퇴하는 바람에 인터뷰 일정이 당겨졌다. 인터뷰는 그가 대국민사과문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히고 일주일이 지난 4월 16일 이뤄졌다.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권의 인사청탁과 청와대 일부 수석과의 갈등 사실을 털어놓은 한편, ‘악의적 보도’로 마찰을 빚었던 일부 언론에 대한 분노도 드러냈다.

    ▼ 임기 만료 4개월을 앞두고 사퇴하는 심정은.

    “먼저 수원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겼을 유가족과 이번 사건으로 크게 실망하고 불안해하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전적으로 경찰청장인 나의 책임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나는 청장직에서 물러나지만,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철저한 쇄신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



    ▼ 경찰관 처우 개선이나 인사정의 실현, 수사권 조정 등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이 많았는데.

    “경찰 개혁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인사정의를 실현했다. (경찰관) 부패비리를 근절 수준으로까지 떨어뜨렸다. 최근 문제가 된 ‘룸살롱 황제’ 이경백과 경찰관들의 유착 비리는 2006~2010년 벌어진 일이다. 그 기간에 발생한 금품수수 비리가 연평균 83.2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13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9월 23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기적이다.”

    수원 살인사건으로 퇴임하는 처지에 치적을 내세우니 내용과 상관없이 모양이 좋지는 않다. 그가 양손을 움직여가며 열띤 설명을 이어갔다.

    외국인 집중관리와 대책 필요

    “경찰조직 문화를 크게 바꿨다. 윗사람 입만 쳐다보고 눈치 보며 근무하는 행태를 바꿨다. 주말과 명절에 윗사람 눈치 보느라 출근하는 관행을 없애니 초과근무수당은 적게 나가고 업무 효율은 높아졌다. 국민 중심의 경찰활동을 강조했다. 아무리 경찰청장 지시라도 지역주민이 원치 않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하지 말라고 했다. 학교폭력 문제로도 경찰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찰이 너무 깊이 개입하면 학교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조직화된 폭력서클을 없애는 데 주력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인권과 공권력의 관계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당하게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에게 인권을 유린한다고 비판하는 건 문제가 있다. 5월쯤 경찰이 주관해 이런 문제에 대한 국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었다.”

    ▼ 청와대에서 경질을 통보받고 사퇴한 게 아닌가.

    “내 성격에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으면 물러나란다고 물러나지 않는다. 4월 6일 정보국장에게서 ‘경기경찰청장을 사퇴시켜 국면을 수습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내가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경기청장 사퇴로 막을 일이 아니라고 봤다. 그 다음 날 군에 가 있는 아들이 외박을 나왔다. 출근하면서 아들에게 ‘아빠가 그만둬야겠다’고 말했다. 4월 9일 출근하면서 아내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아내가 ‘당신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라’고 했다. 직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 말하자면 자진사퇴 결심을 굳혔는데, 마침 청와대에서 그날 오전에 경질 방침을 통보했다는 건가.

    “10시쯤 나한테 전달됐다, 그런 뜻이.”

    ▼ 직접적인 표현이었나.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 정무 쪽에서 연락이 왔나.

    “그건 얘기하지 말자. 분명한 사실은 내가 그만둘 때가 됐다고 판단해 그만뒀다는 거다.”

    ▼ 수원 살인사건 첫 보고는 언제, 어떻게 받았나.

    “사건 다음 날인 4월 2일 밤이다. 성폭행사건이 일어났는데 다음 날 아침 범인을 검거했다고 보고받았다. 초동조치는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13시간 만에 검거한 건 잘한 거라고.”

    ▼ 부실수사의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보나.

    “112신고센터 담당 직원이 제대로 신고 접수를 못 한 것, 그리고 팀장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수원 중부서 형사계장과 형사과장도 잘못했다. 강력팀장이 모든 형사를 소집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2개 팀밖에 모으지 않았다. 112신고센터에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직원을 배치하고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채 방치한 것은 전적으로 청장인 내 책임이다. 112신고센터 근무가 참 힘들다. 4년 전과 비교해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가 18% 증가했고 112 신고건수가 60% 늘었다.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난 거다. 반면, 인력 증원은 1.6%에 그쳤다. 허위신고가 많은 것도 문제다. 허위신고자에게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민 협조도 중요하다. 범죄 발생 시 야간 집 수색을 양해해주면 좋겠다. 외국인 혐오증에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외국인 범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국에서는 모든 외국인을 등록시키고 경찰이 관리한다. 외국인 체류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즉 조선족이다. 이들에 대한 집중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

    그는 “112신고센터에 (승진)시험 공부하러 들어가는 직원이 많다”며 탄식했다.

    “승진해야 직급도 올라가고 보수도 많이 받는다. 그러니 승진시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보수로 풀어야 한다. 내가 취임해 보수체계를 바꾸진 못했지만 수당은 70% 올렸다. 연간 총액이 1조600억 원이다. 경찰관이 10만 명이니 1인당 연평균 1000만 원의 수당을 가져가는 셈이다. 그러니까 부패 비리, 금품수수 비리가 거의 근절된 거다.”

    그가 내세우는 치적으로 ‘인사정의 실현’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까지 총경 승진은 5000만 원, 경무관 이상 승진에는 억 단위가 든다고들 하지 않았나. 경무국장이 다 해먹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떠돌았던 그런 얘기가 더는 나오지 않는다.”

    ▼ 권력층의 인사 개입은 무시하기 어려웠을 텐데.

    “첫 인사를 한 게 2010년 말인데, 청와대에서 인사 조율을 할 때 단호히 거부했다.”

    ▼ 뭘 거부했다는 건가.

    “인사 조율 명목으로 일부 수석비서관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기에 내가 그랬다. 지휘권 핵심이 인사권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조현오가 인사를 했다고 보지 않을 거라고. 그런 청장 노릇은 안 하겠다고 말이다. 그러자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이 거들었다. 경찰청장이 제대로 해보려는데 힘을 실어주자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단, 황운하 총경(현 경무관·경찰청 수사기획관)의 승진인사는 예외였다. 서울 경찰서장을 안 거쳤기 때문에 (경무관으로) 승진시키면 안 된다는 반대논리를 내가 받아들였다.”

    검찰 출신이 많다보니…

    2010년 1월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조 청장은 황운하 총경을 요직인 형사과장에 앉혔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 인물인 황 총경은 당시 지방 한직을 돌고 있었다.

    ▼ 청와대가 그런 것까지 간섭하나.

    “경무관 이상은 대통령한테 인사권이 있다.”

    서울 경찰서장을 지내지 않은 사람은 경무관으로 승진할 수 없다는 건 규정이 아니라 관행이다. 조 청장은 그 관행을 깨려 했다가 실패한 셈이다.

    ▼ 당시 황 총경에게 특혜를 주려 했다는 얘긴가.

    “정무 쪽에서 그런 의견을 내놓았다. 경찰 내부에서 특혜 소리가 나온다고. 조현오가 자기 사람 챙긴다고.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받아들였다.”

    ▼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강하게 반대한 게 아닌가. 검찰과 갈등을 빚어온 인물이라고.

    “거기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 뭐 그쪽에선 그런 정서를 갖고 반대했을 수도 있겠지.”

    ▼ 경찰청장의 인사안을 민정 쪽에서 건드리는 명분이 뭔가.

    “(인사) 검증은 민정이 가진 고유 기능이다. 민정은 국세청, 국정원 자료를 받아본다. 경찰 내부 평가로만 판단하는 경찰청장과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개인 비리가 나오면 그쪽에선 반대할 수 있는 거다.”

    ▼ 황 총경의 비리를 발견했나.

    “그건 아니다. 하여간 황운하에 대해선 반대가 심했다. (인사회의 참석자 가운데) 검찰 출신이 많다 보니….”

    그가 말꼬리를 흐렸다. “나중에 다 밝히겠다”면서.

    ▼ 국회의원들이 인사청탁을 많이 하지 않았나.

    “2010년 말 첫 인사 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의원이 인사청탁을 해왔다. 그런데 내가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이후 청탁하면 오히려 대상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창피당할까봐 나한테 직접 전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대신 내 밑에 있는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나한테 전해달라고 부탁해왔다. 물론 들어주지 않았고, 거꾸로 불이익을 주기까지 했다.”

    ▼ 재임 중 몇 명의 의원한테 인사청탁을 받았나. 20명 넘나.

    “10여 명한테 전화를 받았다. 의원 대부분은 ‘인사정의 실현에 협조해달라’는 내 말을 수긍했다. ‘인사청탁 사실을 공개해도 좋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떨떠름해하면서 억지를 부렸다. 그 일로 지금까지도 나를 욕하는 의원들이 있다. 국회의원에게 그토록 무안을 줄 수 있느냐며. 혼자만 깨끗한 척하는 형편없는 놈이라고.”

    “검찰과 껄끄러운 경찰간부 승진 청와대 반대로 무산”
    대통령이 두 차례 전화

    그는 “많은 의원이 협조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특히 안경률 의원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당시 국회 행안위(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런데도 내게 전화 한 통 안 했다. 자기한테 많은 의원이 인사청탁 메모를 건넸는데, 내게 부탁하면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행안위 소속 의원 중에는 두 명만 인사청탁을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이재오 의원은 인사청탁을 받으면 ‘조 청장은 청탁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 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 쪽에서는 부탁한 게 없나.

    “전혀 없었다. 대통령이 몇 차례 내가 인사를 잘한다며 칭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와대 어느 수석도 나한테 전화 한 통 못 했다.”

    ▼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한 적이 있나.

    “두 번 있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쌍용차 사태 잘 해결했다고, 또 한 번은 G20 정상회의를 잘 치렀다고.”

    ▼ 대통령이 조 청장을 불편해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적은 없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 점에선 지금도 대통령에게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죄송스러웠지만 계속 밀고 나갔던 이유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수사권 문제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역대 어느 청장보다 수사권 조정 문제에 앞장섰다. 총리실이나 청와대에서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았나.

    “대통령은 제대로 이해하는 듯했다. 그런데 총리나 청와대 참모들은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행 헌법과 법령, 규정에 지나치게 매여 있었다. 기득권층의 사고방식이었다. 기관 간 충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사실상 현상 유지를 바라는 거고 검찰 편을 든 셈이다. 검찰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수사권 문제는 정부로 넘어가면 왜곡된다.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 지난해 6월 수사권 조정안을 처음 공개했을 때 경찰 간부들이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는 조 청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는데.

    “그게 왜 개악인가. 형사소송법을 제정한 이래 처음으로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했는데. 나한테 그만두라기에 ‘좋다, 그만두겠다. 단, 너희 같은 극단주의자들, 국가와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경찰만 생각하는 극단주의자를 쳐내고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 그래서 쳐냈나.

    “주변에서 참모들이 ‘그만두면 안 된다’고 하도 말려서 참았다.”

    ▼ 그들이 그토록 반발한 이유는 개정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그 친구들은 오로지 경찰만 생각한다.”

    최근 검찰은 이른바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와 경찰관들의 유착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조 청장과 이씨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은 2010년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따라다녔다. 2010년 서울경찰청은 이씨를 세금 포탈과 성매매 영업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사람이 황운하 형사과장이었다.

    디도스 사건 관련 당당히 조사받을 것

    “검찰과 껄끄러운 경찰간부 승진 청와대 반대로 무산”

    3월 20일 대중교통 캠페인에 참가한 조현오 청장(왼쪽에서 두번째).

    “당시 검찰이 사건을 수사했더라도 우리보다 잘할 수 없었을 거다. 이경백이 비호세력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아 유착관계를 다 밝히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조현오가 없었다면 업주들한테 뇌물을 받아 외제차 굴리고 외국여행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았을 일부 부패 경찰관들이 나를 음해한다. 심지어 내가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 나○○과 의형제이고 (유흥업소에) 10억 원을 투자해 월 25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는 얘기까지 지어냈다.”

    ▼ 전혀 근거 없이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나.

    “(그의 안색이 변하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 내가 그들과 유착했다는 건가. 박연차, 정용재(‘스폰서 검사’ 사건 제보자) 사건 때도 나와 관련된 소문이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나○○, 박연차, 정용재 이런 친구들과 단 1초라도 같은 공간에서 있었거나 전화한 적이 있다면 칼을 물고 엎어지겠다.”

    ▼ 그렇다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들을 추적해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모들이 ‘말려든다’고 해서 참았다. 주로 부패 비리에 연루된 전직 경찰관들이다. 한 예로 문○○는 내가 서울청장으로 있을 때 부속실장인 정모 경감과 함께 강남 유흥가 조폭들과 수십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4월 4일 디도스(DDoS) 특검팀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찰 반발로 실패했다. 압수수색할 장소를 밝히지 않고 포스트잇으로 가린 것이 문제가 됐다.

    “아마도 경찰청장실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것 같다. 불발로 그치긴 했지만 직원들에게 ‘특검팀이 내 방에 오면 내 컴퓨터 가져가게 하라’고 지시했다. 소환조사를 한다면 얼마든지 응하겠다.”

    ▼ 특검 수사의 핵심은 윗선 개입과 청와대 압력 의혹을 밝히는 거다.

    “이미 말한 대로 수사 과정이나 브리핑 자료 작성 시 어떠한 외압이나 지시도 없었다. 범행 가담자들 간의 금전거래와 청와대 행정관 관련 내용도 모두 수사기록에 넣었기 때문에 축소, 은폐도 말이 안 된다.”

    ▼ 김효재 당시 정무수석에게 수사기밀을 흘려줬다는 의심을 받는데.

    “정무수석이니 업무관계로 경찰청장에게 전화할 수 있다. 단순히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해 알려줬을 뿐이다.”

    ▼ 김 수석이 전화해 수사개입이나 압력성으로 비칠 만한 발언을 하지 않았나.

    “자기는 압력을 넣는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디도스 사건 때 내가 통화한 사실을 언론에 밝힌 뒤로는 두 번 다시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전혀 거리낌 없나.

    “전혀. 조사 결과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기꺼이 처벌받겠다. 차명계좌 발언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찰에서 출석을 요구하면 가서 당당히 조사받겠다. 죄가 있다면 1년이든 10년이든 살고 나와야지.”

    2010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은 그를 사자(死者)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서울청장이던 그해 3월 기동대 특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피고발인이지만 검찰은 그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두 차례 서면진술서를 받았다.

    “그간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경찰청장으로서 조직의 사기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찰도 내 뜻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이제 청장을 그만두면 조사받는 게 당연하다.”

    ▼ 문제의 발언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나.

    “여러 번 얘기했지만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것과 소송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별개지만. 어쨌든 또다시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유족이 소를 취소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도 하고 있다. 그게 안 된다면….”

    ▼ 안 된다면?

    “경찰조직의 명예를 생각해 할 얘기는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국민을 위해서도 자꾸 이 얘기를 하는 건 안 좋다.”

    조 청장은 괜한 말을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배석한 그의 참모도 우려하는 눈짓을 보냈다.

    ▼ 재임 중 총선 출마설이 나돌았다. 퇴임 후 정치권으로 갈 생각인가.

    “나는 누구처럼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짓은 절대 안 할 거다. 경찰청장까지 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 국회의원을 해야 하나. 절대 비굴하게 살지 않을 거다.”

    ‘절대’라는 말에서 그의 성격이 보인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표현이지만, 윗사람이 이런 말을 즐겨 쓰면 아랫사람은 위압감이 들게 마련이다. 괜한 반발심이 생기거나. 그에게 비판적인 경찰관들은 어쩌면 그의 정책을 떠나 이런 말투 자체를 싫어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의 은퇴 후 계획을 들어보자.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 마침 청소년폭력예방재단으로부터 고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학 특강도 예정돼 있다. 그리고 ○○경제연구소에 들어가는 문제도 협의 중이다. 거시경제와 복지정책, 사회적 갈등 조정 등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돈은 한 푼도 안 받겠다고 했다. 강지원 변호사처럼 사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의 파워게임

    “쌍용차 파업 진압작전, 강희락 청장 제치고 청와대에 직보”


    최근 공개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 자료에 따르면, 조현오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시절 상관인 강희락 경찰청장과 갈등의 골이 깊었다고 한다. 주요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을뿐더러, 국제범죄수사대를 창설하면서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을 정도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묻자 조 청장은 부인하지 않았다. 김석기 당시 서울청장이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용산참사로 낙마한 것이 갈등의 뿌리였다고 한다.

    “김석기 청장과 나는 관계가 좋았다. 김 청장이 경찰청장이 됐다면 나는 순조롭게 경기청장, 서울청장을 거쳤을 것이다. 그런데 김 청장이 갑자기 낙마한 뒤 새 경찰청장 후보로 나와 강희락 해경청장이 거론됐다. 해경청장이 경찰청장에 부임하는 건 경찰 규정에 어긋난다. 그래서 나는 강 청장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강 청장과 사이가 나빠졌다. 하지만 그가 청장이 된 후엔 전화를 걸어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앙금이 남았던 것 같다. 특히 경기청장 재임 중 평택 쌍용차 파업 사태 때 큰 갈등을 빚었다. 강 청장은 ‘들어가지 마라(병력을 투입하지 마라)’고 했지만 나는 ‘들어가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작전에 100%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후 강 청장을 제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대통령이 고민 끝에 허락했다.”



    ‘조선일보’와의 갈등은

    사회부장 칼럼이 발단…“악의적 보도 반성 안 해 분노”


    “검찰과 껄끄러운 경찰간부 승진 청와대 반대로 무산”
    경찰청 주변에서는 그의 사퇴에 ‘조선일보’와의 갈등도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해 10월 하순 이 신문 정모 사회부장의 칼럼이 발단이었다.

    ‘경찰 고위층이 정신 차려야’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정 부장은 조폭들의 심야 유혈난투 사건과 관련해 “내년 총선 출마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정신이 팔려 어깨에 힘주고 다니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만한 상황”이라며 조 청장을 비난했다. 또한 “조현오 청장이 취임한 이래 경찰 수뇌부는 검찰로부터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장받는 것이 경찰 업무의 전부인 것처럼 ‘올인’했다”며 경찰의 수사권 조정 요구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분노한 조 청장은 조선일보 구독을 중단케 하는 한편, 간부들에게 조선일보 인터뷰와 기고 금지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을 키우고 수원 살인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조 청장을 궁지로 몰았다는 것이 경찰청의 시각이다. 조 청장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와의 갈등설에 대해 “다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자기네가 나를 경질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특정 언론이 공정하지 않은 시각으로 국가기관의 수장을 압박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조선일보 칼럼에 대해 항의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했나.

    “그런 적 없다. 다만 서울청 소속 경사와 모 대학교수가 그 칼럼에 반박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게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조선일보 사회부 쪽에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조선일보 쪽에서 사과를 요구했다는 얘기는 뭔가.

    “정철수 대변인(현 제주경찰청장, 치안감)이 자기 딴에 풀어보겠다고 나한테 보고하지 않은 채 조선일보 사회부를 찾아갔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사회부장이 강경하다. 청장께서 직접 사과 제스처를 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날 문 밖에서 다 들릴 정도로 대변인을 깼다. 그런 얘길 듣고 그냥 돌아왔느냐고. 사과해야 청장을 한다면 그만두겠다고. 이후 조선일보를 끊었고 지금까지 보지 않는다. 간부들에게도 내 뜻을 전달했다.”

    그는 “가해자가 사과하는 게 순리 아닌가”라며 조선일보에 대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철수 제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정 청장은 “당시 조선일보와의 관계가 불편했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리 시각에선 조선일보 사회부장의 칼럼이 편향돼 있었다. 친(親)검찰이랄까. 이의를 제기하는 차원에서 사회부장을 만나러 갔다가 차장만 보고 왔다. 다녀와서 청장에게 ‘관계를 회복하는 게 좋으니 저녁자리라도 만들자’고 건의했다.”

    그는 “조 청장에게 ‘사과’ 얘기를 꺼냈다가 크게 혼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웃음으로 답했다. 조 청장은 “악의적인 보도를 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조선일보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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