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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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우리금융 그럴 줄 알았네

MB정부 임기 내 매각 사실상 무산…정부도 내심 현재 상황 유지 원하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8-29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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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쭈물 우리금융 그럴 줄 알았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우리금융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고 제안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2010년 12월 17일 중단한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 매각을 5개월 만에 재개했지만 또다시 무산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8월 19일 “우리금융 매각 절차를 공식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이틀 앞서 우리금융 예비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 한 곳만이 참여 의사를 밝혀 유효경쟁 조건에 미달하자 내린 결론이다. 이로써 11년을 끌어온 우리금융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매각에 성공하면 오히려 이상한 일”

    ‘유력 인수 후보자의 불참 선언, 관련법 개정 무산, 금융지주 불참 속 사모펀드만 입찰 참가.’ 우리금융 매각을 둘러싸고 지난 3개월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금융시장에선 우리금융 매각에 성공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나 여야 정치권에 우리금융 매각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5월 우리금융 매각을 재개할 때만 해도 대형 금융지주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에는 유효경쟁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특히 강만수 회장이 이끄는 산은금융지주(이하 산은금융)가 우리금융 인수에 적극 관심을 보이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정권 실세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산은금융 측은 우리금융 인수 포기 의사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정치권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서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의 참여를 원천 봉쇄했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를 다른 금융지주사가 인수하려면 적어도 지분 95%를 가져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지분 인수 비율을 50%로 낮추자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룰을 변경할 수 없다”며 법 개정에 제동을 걸었다.



    대형 금융지주사가 빠진 가운데 과연 누가 자산 규모 국내 1위(2011년 상반기 기준 357조 원)인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결국 6월 29일 마감한 우리금융 지분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결과, 국내 금융지주사는 불참했으며 사모펀드 3곳(MBK파트너스, 보고인베스트, 티스톤)만 의향서를 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리라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론스타로 인한 트라우마가 정부 당국자와 국민 뇌리에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사모펀드는 그 속성상 단기 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설령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값어치를 키운 다음 재매각이라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은 “외국 PEF가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국내 은행을 인수한 뒤 보인 투자 행태를 분석하니, 높은 배당 성향을 기록하는 등 단기 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매각 무산이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자평했다.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매각 절차를 통해 우리금융과 합병할 수 있는 금융사는 어딘지, 사모펀드는 누가 들어올 수 있는지, 정부가 제도적으로 해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이 수면 위로 떠올라 다음 공자위 위원들이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나름 의미가 크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다시 한 번 코너에 몰렸다. 결과적으로 마땅한 인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모펀드를 들러리로 내세워 시간 끌기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정당성 시비가 일파만파 커짐에도 금융당국은 이에 관한 의견을 분명히 하지 않아 잘못된 시그널만 전달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마저 잃었다. 티스톤 민유성 대표(전 산은금융지주 회장)는 “일부 전략적 투자자가 ‘있지도 않은 딜(deal)에 우리가 왜 참여하느냐’며 막판에 발을 빼 인수자금의 70% 이상을 국내에서 마련하겠다는 계획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단 공자위는 매각 무산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구성되는 공자위에서 우리금융 매각을 계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하에서 우리금융 매각을 재추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공자위 위원 가운데 민간위원 6명의 임기가 8월 말로 만료되기 때문에 위원 선정부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더군다나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임기 말인 이명박 정부가 거대 매각을 추진할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연이은 우리금융 매각 실패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가 내세우는 매각 원칙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껏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매각의 3대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시장 발전을 내세웠다. 어느 것 하나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금융당국은 조기 민영화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이번 매각 실패가 금융당국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나돈다. 금융당국 처지에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우리금융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해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이기보다 차라리 다음으로 미루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vs 조기 민영화

    이런 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금융권에선 정부가 내심 현재 상황을 즐긴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정부나 우리금융으로선 답답할 게 없다. 정부는 정부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우리금융은 자기 방식대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난 10년간을 잘 지내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는 소유지분을 근거로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고위급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마저 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우리금융 지분 56.97%를 소유한 예금보험공사 역시 “외환위기 이후 축소 일로의 입지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매각 건을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 의중에 따라 경영진이 교체되다 보니 최고경영자(CEO)는 단기 성과 위주의 실적경쟁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정부 소유 은행이 은행권 과다경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벌어졌고, 비효율적 경영과 무리한 투자로 인한 혈세 투입도 반복됐다. 실제 우리금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또다시 정부로부터 2조 원 규모의 준(準)공적자금(자본확충펀드)을 수혈받았다.

    정말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한 이득과 조기 민영화와 관련한 이득을 냉정하게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 매각 원칙의 변화를 원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조기 민영화와 관련한 이득이 더 크다면, 설령 헐값 논란에 휩싸이더라도 금융당국이 국민주 매각 방식 같은 다양한 방식을 열어놓고 강단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주 매각 방식을 선택한다면 시장에서 가격 할인이 불가피하한데, 그럼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 하지만 매각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도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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