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9

2011.05.30

‘사용자 경험’이 전자책 시장 중흥 이끈다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5-30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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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경험’이 전자책 시장 중흥 이끈다
    대기업 기술연구가 L씨는 자가 출판으로 전자책(e북)을 출간했다. 정가 3000원인 이 책은 모두 5권이 팔렸다. 전자책 회사와 7대 3으로 이익을 분배하기로 계약했기에 L씨의 총수입은 1만5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L씨가 자신의 전자책 출간 경험을 강의해 벌어들인 돈은 42만 원으로 책 판매 수입의 40배였다. 이후 자신의 경험을 인정받은 L씨는 솔루션 개발 위원회에 조언을 해주고 수입을 얻었다. 마침내 그는 전도유망한 출판사에 전자책 책임자로 입사했다.

    요즘 대형 출판사는 L씨 같은 경험자를 서둘러 영입한다. 초기 전자책 시장은 도서관이나 기업에 판매하는 B2B 시장이 대부분이었다. 독자가 직접 전자책을 구매하는 B2C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난공불락 같던 B2C 시장이 이제 열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가 일반화하면서 젊은 세대가 전자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는 5월 14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전자책 소개 비중을 늘렸다. 홈페이지는 단순하고 깔끔하면서도 검색기능을 강화했다. 메인화면에서는 종이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종이책과 전자책을 같은 비중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전자책 전문 유통업체 리디북스가 등장하자 출판기획자들은 이 업체의 판매 순위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많은 기대에도 지금까지 전자책 성장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출판사, 유통사, 독자, 저자, 디바이스 제조사, 정책 담당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각 달라 소비자(독자)가 편하게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업체들이 ‘디지털 저작권관리 시스템(DRM)’ 구축을 소홀히 한 탓에 출판사와 저자의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출판사들은 자사 전자책의 B2B 시장 판매를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았고, 신간이 올라오지 않는 B2B 시장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전자책 시장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이유는 출판기획자가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종이책을 단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전자공간에 올려놓으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오판했다. 오랜 경험 끝에 이제야 출판기획자가 전자책 ‘사용자의 경험(UX·User experience)’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자책을 읽는 사람은 사고형태가 원천적으로 달라 책 디자인부터 달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근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전, 학회지, 만화잡지 등의 코너를 거의 없앴다. 특히 사전은 휴대전화로도 해결할 수 있기에 종이책과 전자책이 거의 망했다.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장르소설, 자기계발서, 실용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앞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은 장르와 형태를 점차 달리할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 전자책 시장 중흥 이끈다
    물론 지금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통합 마케팅 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리디북스에서 베스트셀러 1, 7위에 올라 있는 ‘7년의 밤’(정유정 지음/ 은행나무)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북로드)은 출간 초기에 내용 일부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전자책 형태로 서비스했다. 그 덕에 이 책들은 문학성은 물론, 장르적 서사의 흡입력도 있다는 입소문으로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바야흐로 빠르게 읽히는 장르적 기법이 도입되지 않는 소설은 도태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렇게‘사용자 경험’이 미래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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