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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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쪼개기 놔두면 전기요금 계속 오른다”

4선 성공 전국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 ‘시장형 공기업’ 멈추고 전력산업 재통합해야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yurim86

    입력2011-04-04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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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산업 쪼개기 놔두면 전기요금 계속 오른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이하 전력노조)은 3월 16일 제19대 본부위원장 선거에서 김주영 제16~18대 위원장을 재신임했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4번 연속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 이번 선거에서 김 위원장의 지지율은 65.2%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4번의 선거 중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2008년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큰 데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공기업 선진화 대상에 포함돼 내년까지 2400여 명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 게다가 김 위원장은 1월 제23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임원선거)에 낙선하기까지 했다.

    자회사 유기적 협력보다 이익 내기 급급

    그럼에도 조합원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믿어주마’라고 하신 것 같다”며 “믿음이 헛되지 않게 마지막 위원장직을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986년 한전에 입사한 김 위원장은 2002년 4월 제16대 전력노조 위원장이 됐다. 그간 가장 큰 업적은 2004년 정부의 한국전력 민영화 계획을 무산시킨 것. 당시 정부는 “전력산업을 분할해 경쟁을 도입하겠다”며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2001년 4월 발전 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5개 등 총 6개 회사로 분할했고, 이어 배전 부문 분할을 시도했다.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2009년 한전 민영화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에 “노·사·정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단을 만들어 한전 민영화 및 배전 부문 분할이 가져올 결과를 중립적으로 살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사·정 공동 연구단은 “민영화를 통한 기대 편익이 불확실하고 오히려 전기요금 폭등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배전 부문 분할 및 한전 민영화 계획은 백지화됐다. 김 위원장은 “2004년 6월 17일”이라며 백지화 발표 날짜를 정확히 기억했다.

    “배전 분리를 막지 못했다면 현재 전기요금은 3배 이상 인상됐을 겁니다. 당시 1차 에너지인 석유값이 30~40달러였는데 지금은 100달러가 넘잖아요. 전기는 1차 에너지를 가공해 만드는데, 이윤을 꼭 남겨야 하는 민간기업이었다면 덩달아 요금도 올릴 수밖에 없죠.”

    김 위원장은 이번 전력노조 선거에서 ‘전력산업 재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001년 분할된 발전 6개 부문을 한전으로 통합하겠다는 것. 그는 “동일본 대지진을 보면 전력산업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사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위기 상황에서 즉각 대처가 가능합니다. 일본의 경우 이것이 모두 수직 통합 체제라서 전기 복구가 빨랐죠. 우리는 어떤가요. 2004년 제주도 전역이 2시간 30분간 정전된 적이 있어요. 30분이면 해결됐을 문제지만 당시 한전과 전력거래소, 수리를 담당하는 한전KPS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못해 정전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하지만 전력산업 재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1월 한전 자회사였던 한국수력원자력 및 화력발전 5개 회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했다. 한전이 가지고 있던 이들 회사의 경영계약 및 평가 권한은 모두 정부가 넘겨받았다. 정부는 “한전의 영향으로 자회사 간 경쟁이 제한됐던 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김 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한전은 적자가 나도 화력발전 등 자회사 이익으로 손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유기적인 협력이 불가능하죠. 한전 적자를 보전할 길이 없으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대기업에 유리한 산업용 요금 이젠 인상해야

    “전력산업 쪼개기 놔두면 전기요금 계속 오른다”

    2010년 7월 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맨 오른쪽)이 한전 분할 및 민영화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전은 팔면 팔수록 가난해지는 회사다. 전기요금이 원가의 90% 수준이기 때문. 한전은 3년간 6조 원의 적자를 냈다. 김 위원장은 “민간기업이었다면 열 번은 더 부도났을 것”이라며 “왜곡된 요금체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대기업에 유리하게 책정된 산업용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9조 원의 흑자를 냈는데 그중 3000억 원은 한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제공해 발생한 이익입니다. 적자 나는 한전이 흑자 나는 기업을 도와준 꼴이죠. 대기업의 산업용 요금을 인상한다고 해도, 그들은 자본과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 기술을 만들어낼 겁니다.”

    한전은 한동안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김 위원장은 “한전 등 공기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으로 언급되는 ‘동네북’”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그는 “지난해 한전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차등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두고 ‘적자 공기업 돈 잔치’라고 비판받았다. 당시 한전은 3년째 임금이 동결돼 있었다. 일은 일대로 하고 감사는 감사대로 받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2009년 정부의 압력으로 한전이 대졸 공채 신입사원 임금을 15.4% 인하한 것에 대해 “일부 후배들이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역차별 받아 가슴 아프다.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노노 간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을 개혁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그룹으로 성장시켜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기업에 자율을 줘야 합니다.”

    1월 제23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의 패배는 김 위원장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참신함으로 노동운동계 판을 바꿔놓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출마했지만 노조법 개정 당시 한국노총 지도부였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선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했고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해 노동계에 휘발유를 들이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만큼 강경하다. 김 위원장은 “선거에서 진 처지에 뭐라 말할 수 있겠냐”며 말을 아끼다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분에 대해선 용기뿐 아니라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 2009년 발간한 그의 저서 ‘신의 직장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선물했다. 그는 책 첫 장에 서명과 함께 이런 문구를 적었다.

    “전기는 가난하거나 혹은 부자이거나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전기는 인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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