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0

2011.03.28

동영상 올렸다 꿈을 이뤘다

유튜브 스타로 뜬 3색 성공 스토리

  • 입력2011-03-28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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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 우리는 ‘허각앓이’를 했다. 짤막한 키, 연예인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외모의 그가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슈퍼스타가 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유튜브는 자신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글로벌 오디션 플랫폼이다. 그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거나,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가 없어 끼를 감췄던 이들에게 유튜브는 꿈을 이루는 발판을 제공한다. 갑남을녀에서 유튜브 스타로 발돋움한 네 사람의 얘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브레이크 댄스 즐기던 청년 한국문화 전도 사업가로

    Talk To Me In Korean 선현우 대표


    동영상 올렸다 꿈을 이뤘다
    “I‘m back in Seoul after going to 조치원, 전주 and 부산 for….”



    “안녕하세요. 선현우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한국어로….”

    동영상에선 한 젊은이가 걸으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써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한다. 얘기 중간 중간 “어려워 말고 꾸준히 연습하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유튜브에 그의 동영상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조회 수가 수십 만 건을 기록한다.

    유명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의 동영상 주인공은 온라인 한국어 교육 사이트 ‘Talk To Me In Korean(talktomeinkorean.com)’ 선현우(31) 대표다. 그가 운영하는 Talk To Me In Korean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유명한 사이트다. 160개국에서 2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그의 방송을 시청한다.

    네이티브에 버금가는 유창한 영어 솜씨가 해외 유학파를 연상케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토종이다. 지금은 어엿한 한 회사의 대표가 됐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외국어와 브레이크 댄스를 좋아하던 평범한 청년의 인생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하나로 바뀌었다.

    2007년 영어 이외의 외국어를 배우고 싶었던 선 대표는 “스페인어를 쓰는 분 중에 서울에 계신 분 연락을 달라”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다. 어디에 없느냐”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러자 많은 외국인이 반응을 보이며 자신 역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e메일을 보냈다.

    “외국인이 배우고 싶어 하는 말을 살펴보니 ‘고맙다’ ‘사랑한다’ 등 거의 비슷하더군요. 일일이 답하기보다 차라리 한군데 모아서 올려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그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유튜브가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선 대표 자신도 반신반의했지만 많은 외국인이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영상을 보고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유튜브에는 용량에 상관없이 무료로 올릴 수 있어 비용 부담도 적었다.

    “국내 모 사이트 게시판에 동영상을 올려봤는데 2메가밖에 지원이 안 됐습니다.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도 벅찼죠. 일부 사이트는 무제한 영상을 올리려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는데 유튜브에선 그런 제한 없이 동영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작은 성공에 용기를 얻은 그는 2009년 Talk To Me In Korean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가진 편견을 바꿔놓는 한국문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북한 관련 이슈가 많이 보도되다 보니, 한국을 불안한 곳이라 여기는 외국인이 의외로 많다.

    “동영상에 한국의 풍경을 담아 한국이 결코 불안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죠. 또 한류가 확산되면서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과 실제가 어떠한지 알아보려는 외국인도 많아요. 제가 신촌이나 명동처럼 번화가에서 촬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이제 그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번은 꼭 만나고 가야 할 사람으로 꼽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2월 외국인 교사들에게 역사 교육을 가르치러 국립국제교육원에 갔을 때는 수업 들으러 온 100명 중 10명이 선 대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인사동을 걷는데 파란 눈의 외국인이 다가와 아는 척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웃음).”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Talk To Me In Korean을 모방한 업체도 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을 하게 되면 시장 파이가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며 대범하게 넘길 정도로 그는 자신감이 넘친다. 올여름에는 ‘일본어-한국어’ 강의도 내놓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돌이켜보면 하나의 계기가 인생의 향로를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제 꿈이 이뤄졌을까요? 앞으로 전 세계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www.facebook.com/scud2007

    “전설의 기타리스트 다임백 대럴이 재림” 찬사

    조회 수 550만 유튜브 스타 정명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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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임백 대럴(Dimebag Darell). 형인 비니 폴(Vinnie Paul)과 주축이 돼 1981년 결성한 헤비메탈 밴드 판테라(Pantera)의 기타리스트. 2004년 8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공연 도중 관중이 쏜 세 발의 총에 맞아 사망.

    정명훈(32). 다임백 대럴이 죽은 2004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 대학교 졸업 선물로 받은 디지털카메라로 판테라의 전 멤버 다임백 대럴을 추모하며 찍은 기타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 2011년 3월 현재 유튜브 채널 조회 수 40만, 전체 동영상 조회 수 550만의 유튜브 스타.

    2007년 3월 8일 정씨가 집에서 소매 없는 티셔츠 차림으로 붉은색 전자 기타를 잡고 찍은 영상의 제목은 ‘Pantera-Walk Cover’. 5분 21초 동안 전자 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영상은 어느덧 조회 수 60만을 훌쩍 넘겼다. 헝가리, 아일랜드, 미국, 폴란드,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의 사용자가 4000여 개의 댓글을 달며 그의 연주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작 실제 그의 첫인상은 스스로가 내성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과묵해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기타를 잡고 연주를 할 때는 그 어느 기타리스트보다 열정적이다.

    “2009년 여름 죽은 기타리스트의 친형이 연 추모대회에 제가 기타 치는 1분짜리 영상을 보냈어요. 운이 좋아 전 세계에서 보내온 4000여 개의 영상 중 톱 15 안에 들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의 제 팬들이 어떻게 알고 추천을 많이 한 모양이에요.”

    하드록과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친구로부터 유튜브를 소개받고는 금세 간편한 유튜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단순한 걸 좋아하거든요. 유튜브는 복잡한 절차 없이 업로드 버튼만 누르면 된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특정한 채널이라는 개인 공간이 있는 점도 좋고요. 좋아하는 밴드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함께 나와서 관심사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요.”

    그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국적과 나이의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일면식 없던 미국인이 정씨의 영상을 보고 한국으로 찾아와 만난 적도 있다. 스페인에 사는 카를로스라는 사람과는 단순히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 기타 연주한 영상을 합쳐 유튜브에 공개,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는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채널 구독자가 1만 명 넘어서면서부터는 의무감도 생겼다. 정씨는 반나절 넘는 시간을 영상 찍고 편집하는 데 쓴다. 여기에 반주 트랙을 만드는 데 다시 2~3일을 투자한다.

    “한 달에 1~2 편 정기적으로 영상을 올리자 마니아가 생겼어요. 제 채널의 구독자 중에는 하드록 마니아가 많은데, 음식점으로 따지면 전문 요리점인 겁니다(웃음).”

    함께 밴드를 하자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지만, 정씨는 “기타 연주는 취미생활일 뿐”이라며 어린이 도서 번역이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기타 연주 실력을 살려 기타 취미반 강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 그에게 유튜브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는 사진첩과 같은 존재다.

    “우리는 추억거리나 좋아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 사진첩에 간직합니다. 요즘에는 비싼 카메라 아닌 휴대전화로도 얼마든지 영상을 찍어서 저장하고 볼 수 있잖아요. 이런 의미에서 유튜브는 제게 ‘전 세계 사람이 같이 보는 음악 사진첩’이에요.”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journalog.net/kooo

    잇유어 김치 채널 운영, 이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캐나다 출신 사이먼·마티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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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발머리에 푸른 눈, 익살스러운 표정의 여성과 붉은색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로 한 남성이 한국 인기그룹 빅뱅과 2NE1의 노래에 맞춰 경쾌하게 춤을 춘다. 또 다른 영상에선 맥도날드 햄버거를 집으로 배달하고 청경채와 어묵을 듬뿍 넣은 신라면을 끓인다. 때로는 비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온돌을 덥히며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사이먼(Simon Stawski·31)과 마티나(Martina Stawski·31) 부부의 유튜브 채널 ‘잇유어김치(www.youtube.com/user/simonandmartina)’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이다.

    “‘잇유어김치(Eat your Kimchi)’의 뜻이요? 캐나다에선 밥상에서 아이들이 고기만 먹으면 어머니께서 ‘몸에 좋은 야채를 먹어라(Eat your Vegetable!)’라고 하지요. 그런 의미예요. 이건 한국에 대한 비디오고, 한국을 배우기에 좋죠. 김치는 한국문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잖아요.”

    캐나다에서 살던 이들 부부가 2008년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러 왔을 때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부모님은 당시 남북한의 불안한 정세 때문에 ‘위험한 나라’라고 걱정이 많았다.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도 부모님께 “한국은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에서였다. 2008년 7월 30일 디지털카메라로 ‘한국 화장실(Korean Washrooms)’을 찍으면서 유튜브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처음 경기 부천시에 왔을 때만 해도 정보가 하나도 없어 당혹스러웠어요. 점차 한국이 맛있는 음식도 많고, 기술이 발달한 곳임을 알게 됐지요. 미국과 다른 새로운 것이 많은 나라였죠.”

    유튜브에서 이들의 영상은 인기 ‘폭발’이다. 이들의 유튜브 채널을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만 전 세계 130여 개 국가 3만9000여 명에 달한다. 전체 비디오 조회 수는 860만 회가 넘는다. 매일 20~50개 정도의 e메일을 받고 유튜브 댓글은 대답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달린다. 인기를 예상했느냐고 묻자 둘은 동시에 “절대 아니다(No way)”라고 답했다. 사이먼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상을 스크랩하는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제 이들의 일상은 유튜브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사이먼은 2010년 7월부터 일을 그만두고 유튜브와 온라인 사이트 관리에 전념하고 있다. 마티나는 부천여고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마티나의 말이다.

    “외적인 부분에서 신경 쓸 일이 많아졌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머리도 길었고, 티셔츠에 배낭 차림이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해 신경을 써요. 가르치는 학생들도 유튜브에서 선생님 봤다며 좋아해요.”

    이들 부부의 영상 구성과 편집 실력은 모두 수준급이다. 처음에는 작은 디지털카메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HD 카메라 두 대에 큰 삼각대와 스테디캠도 갖췄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조명까지 마련했다. 5분 남짓한 영상을 올리려 며칠씩 애쓴다.

    “‘뮤직 먼데이(Music Monday)’는 만드는 데 오래 걸려요. 월요일에 올릴 영상을 금요일부터 제작하죠. 대본 짜는 데 2~3시간, 촬영하는 데 2~3시간 걸립니다. 필름 변환하고 편집하는 건 10시간이 넘게 걸리죠. 제목까지 달고 업로드를 마치면 총 18~24시간이 뮤직 먼데이를 위해 쓰이지요.”

    이들은 세상과의 소통 창구로 유튜브를 택한 이유로 “사람들은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꼽았다.

    “처음에는 개인 홈페이지에 글과 사진, 비디오를 올렸어요. 하루는 마티나의 어머니가 마티나에게 ‘나는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어요. 그런 점에서 영상이 다른 매체에 비해 좀 더 공유하기 쉽고 퍼지기 쉬운 사회적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서로를 ‘친한 친구’라 부르는 이들의 꿈은 함께 예술적인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은 유튜브를 통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이 잘 연결되고 몇 시간씩 작업을 할 수 있는 커피숍을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커피숍 이름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이름에 맞춰 ‘드링크유어커피(Drink your Coffee)’가 될 거라 귀띔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journalog.net/k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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