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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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앤솔로지, 백남준 傅記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2-14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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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비틀즈 앤솔로지’를 펴낸 출판사 오픈하우스에는 편집자들이 자주 방문한다. 9만8000원이나 하는 이 책의 출간 일화를 듣기 위해서다. 한 편집자는 출판계 종사자들이 이 책을 1000부는 소화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수많은 출판사 편집자가 펴내려고 시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번역판 출간에 1억 원쯤 들어간 이 책은 1500부가 손익분기점이다.

    ‘비틀즈 앤솔로지’는 비틀즈가 자신들의 삶을 정리한 자서전이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네 멤버는 이제 영국의 자랑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비틀즈는 1970년 해체됐지만 2000년 출간 즈음에 발매된 비틀즈의 새로운 컴필레이션 음반 ‘1’은 당시 30여 개국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물론 이후 10년 동안 3000만 장이나 팔렸다.

    비틀즈의 자산 가치는 해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애플 ‘아이튠즈’ 서비스에 비틀즈의 음악이 등장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45만 장의 음반이 팔렸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결과를 낳는 데 비틀즈의 음악 감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일깨워준 ‘비틀즈 앤솔로지’의 힘이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과 헌터 데이비스가 18개월 동안 비틀즈 멤버와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해 완성한 비틀즈 공인 전기인 ‘The Beatles’(북스캔), 마크 루이슨이 비틀즈의 모든 작품을 연대순으로 완벽하게 체계적으로 요약한 연대기인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생각의나무) 등은 비틀즈를 다룬 3대 저작으로 손꼽힌다. 북스캔은 2003년에, 생각의나무는 2009년에 한글판을 펴냈다.

    그런데 북스캔의 책을 제외한 두 권의 책은 공연기획자 출신인 김영훈 씨가 기획했다. 그의 열정이 두 출판사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두 책은 출간될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 한 권도 기회가 되면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비틀즈 마니아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꿈은 세계에 통할 만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앤솔로지, 전기, 크로니클(연대기)을 펴내는 것이다. 그는 백남준, 김수근, 조용필 등을 후보로 꼽았다. 그 밖에도 이미자, 박생광, 이우환 등 꽤나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가 자신이 펴낸 저술과 작품, 당사자 인터뷰,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등을 모은 다음 생애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은 워낙 방대해 중소 출판사 대표 한 사람의 후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시도조차 못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할 일이다. 진정한 한류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여 대한민국의 주가까지 치솟게 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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