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4

2009.09.22

영하 110℃에서 3분 냉찜질 팔다리 허리 통증 없앤다

세우리병원 정호 원장 전신 극저온 냉기치료

  • 최영철 ftdog@donga.com

    입력2009-09-16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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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110℃에서 3분 냉찜질 팔다리 허리 통증 없앤다
    요통 환자들은 겨울이 두렵다. 겨울만 되면 허리 통증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 증세가 있거나 허리가 약한 사람들이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계절도 겨울이다. 겨울에 요통이 심해지는 것은 낮은 기온 탓이다. 척추는 많은 근육과 뼈로 구성돼 있는데 뼈를 싸고 있는 근육은 늘 부드러워야 한다. 근육이 딱딱해졌다는 것은 병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철에 기온이 떨어지면 허리 주위의 근육은 자연스럽게 수축하거나 긴장돼 굳어진다. 이 때문에 척추와 추간판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이뿐 아니라 기온이 낮아지면서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생긴다. 허리 근육이 차가워지고 굳어져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또다시 근육과 인대를 더욱 딱딱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추간판 등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허리가 약해지거나 요통이 악화된다.

    극저온 냉기치료, 유럽에선 보편화

    이런 사정 때문에 요통 환자라면 누구나 추위를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추위를 이용해 오히려 요통을 치료하는 병원이 있다.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에 자리한 척추전문 세우리병원이 그곳이다. 이 병원은 최근 전신 극저온 냉기 치료기를 전격 도입해 류머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의 재활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인간의 척추는 태생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지면과 수직을 이루고 있어 중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척추가 떠안는 무게는 체중의 약 60%. 구조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통뼈가 아니라 33개의 뼈가 서로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인다. 인대와 관절, 근육 등이 불안정한 척추를 잡아주면서 충격을 분산시킨다. 어느 한 군데가 고장 나면 연쇄적으로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이 같은 이유로 요통은 나이가 들면 비켜갈 수 없는 질환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허리가 아프면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지진다. 때문에 극저온으로 요통 등을 치료한다고 하면 반신반의하기 일쑤. 하지만 극저온 요법은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치료법이다.

    1980년대 일본의 야마구치 교수가 전신 냉기 치료법을 처음 개발한 이후 현재 독일에는 100여 기의 극저온 냉기 치료기가 운영되며, 유럽 전체를 놓고 보면 500여 기의 치료기가 쓰이는 등 보편화한 대체의학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극저온 치료의 원리는 무엇일까. 극저온 치료는 열이 날 때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대거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 얼음찜질을 하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습도가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극초저온 냉기를 이용해 치료하면 극저온이 신경계에 강한 자극을 줘 피부 온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섬유가 작용하지 못하게 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염증을 줄인 뒤 확산을 막는다.

    세우리병원 정호 병원장은 “극도의 저온상태에서는 염증을 일으키는 효소의 작용이 억제되고 통증을 전달하는 감각신경이 둔화되는 원리를 이용해 치료한다. 영하 110℃의 극저온 상태에서 치료가 이뤄지지만 습기가 없기 때문에 2~3분은 아무 탈 없이 견딜 수 있으며 피부와 그 하부조직의 혈액순환이 충분히 유지되므로 동상에 걸릴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영하 110℃에서 3분 냉찜질 팔다리 허리 통증 없앤다

    극저온 냉기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이 치료가 이용되는 곳은 주로 류머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섬유근통증후군 같은 질환으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환자의 재활치료. 정 원장은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지 않기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ACTH, 코르티손이나 아드레날린 등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치료는 극저온의 냉기가 관절염 유발에 관여하는 ‘보조 T세포’를 제어함으로써 동반된 염증을 억제하고 허리나 무릎 등 통증 부위에서 뇌로 통증 신호가 올라오는 것을 차단해준다. 그리고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촉진해 진통효과를 높여준다.

    때문에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엔도르핀이 솟기 때문이다. 기존의 물리요법보다 진통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진통효과가 비교적 장기간(3~4개월) 지속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치료 후 스트레칭하면 효과 높아져

    극저온 치료가 보편화한 유럽에서는 이 요법을 통증완화는 물론 자가면역 질환이나 건선, 편두통 등의 치료에도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최근에는 관절 클리닉은 물론 불면증 클리닉, 재활 클리닉 등 각종 클리닉에서 유용하게 쓰며, 그 적용 분야를 점차 확산하고 있다. 정 원장은 “극저온 치료는 각 질환의 주 치료법은 아니지만 질환 부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재활치료와 병행한다면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하 110℃에서 3분 냉찜질 팔다리 허리 통증 없앤다

    환자는 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극저온 냉기치료실은 주 치료실과 보조 치료실 등 2개의 치료 방으로 나뉘어 있다. 보조 치료실은 영하 40~60℃, 주 치료실은 영하 100~120℃로 설정돼 있고, 치료사와 환자는 창문, 카메라, 마이크 시설을 통해 접촉한다. 치료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X레이, 혈압, 심장검사 등 기본검사를 받은 뒤 금속성 장신구(귀고리, 시계, 목걸이, 안경 등)를 벗는다.

    그런 뒤 혈액순환이 낮은 손이나 발, 머리가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장갑, 양말, 신발, 모자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한다. 피부는 최대한 노출하는 것이 좋은데 유럽에서는 비키니만 입고 치료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환자는 보조 치료실(30~40초)과 주 치료실(2분30초)에 머물면서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걷거나 움직이다 나오면 된다.

    치료실에서 나온 직후부터 2~3시간, 길게는 4시간까지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이때 관절 운동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근육의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영하 110℃에 노출된다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치료 전 각종 검사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다만 매우 낮은 온도에 신체가 노출되므로 화상의 위험성이 있으며 과도한 혈관 수축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 6개월 이내에 심장 수술을 받았거나 심근경색증, 협심증, 고혈압, 말초혈액순환 장애를 앓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및 레이노 증후군, 냉기항체와 결부된 면역질환(콜드 알레르기) 환자, 심한 당뇨 환자, 임산부 등은 담당의사와 상담한 뒤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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