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6

2009.07.28

회사가 붙잡는 ‘슈퍼 직장인’ 조건

사원·대리는 ‘도전정신’, 과·차장은 ‘전문성’, 부·팀장은 ‘리더십’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07-20 21: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회사가 붙잡는 ‘슈퍼 직장인’ 조건
    # 1 모 전자회사의 조 과장(35)은 ‘중국통’으로 불린다. 중위권의 4년제 대학을 졸업했고 어학연수나 해외배낭여행 경험조차 없던 그가 중국에 관심을 가진 것은 5년 전 해외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부터. 이 행사 이후 자신의 경쟁자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어 공부는 물론 그들의 문화, 중국 내 업계 소식에 대한 자료를 부지런히 모았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업무를 엔지니어에서 기술영업으로 전환했다. 또 시간 날 때마다 중국인이 주류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렇게 ‘중국통’이 된 그는 현재 회사의 중국시장 진출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하드웨어 부문의 강점을 지닌 엔지니어면서 특정 지역 전문가로 국제적 감각까지 갖춘 조 과장은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자가 됐다.

    # 2 국내 대형 제약회사에서 마케팅 총괄팀장을 채용할 때였다. 두 후보가 최종면접에 올랐는데, 첫 후보자인 김 부장(45)은 제약회사 관련 업무에 정통한 인재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으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제약품 출시를 성공시킨 사람이었다.

    두 번째 후보자인 성 부장(43)은 유통 관련 회사에 근무하다 제약업계로 ‘전향’해 주요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 괄목할 만한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업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뚜렷한 성과가 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을 바꾼 것은 ‘평판조회(reference check)’.

    김 부장은 개인 능력은 출중하지만 이직이 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성 부장은 부하직원들로부터 “그와 일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의 의견을 존중해 사기를 높여주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이 누구를 택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앞에서 제시한 두 사례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HR코리아 최경숙 전무는 “연차별, 조직 구조별, 회사 규모별로 회사가 붙잡는 인재상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10년차 이내의 과장, 차장급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데 비해 10년차 이상의 부장, 팀장급은 ‘리더십’이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앞선 예에서 조 과장은 ‘전문성’을 앞세워 회사의 핵심 인재가 됐고, 성 부장은 조직원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부서를 잘 이끄는 ‘리더십’을 인정받아 굴지의 제약회사에 채용됐다.

    ‘주간동아’는 나우베스트 차윤선 이사, HR코리아 최경숙 전무, 커리어 문지영 홍보팀장, 잡코리아 황선길 이사,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 등 대표적인 헤드헌팅, 취업·인사 포털업체의 커리어 전문가 5인에게 연차별(신입, 사원·대리급, 과장·차장급, 부장·팀장급, 임원급), 회사 규모 및 조직 구조별(대기업, 중소/벤처기업, 외국계)로 어떤 인재상이 각광받는지 물었다.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기업은 어떤 인재를 ‘핵심 엘리트’로 생각하는지, 또 자신이 원하는 직위나 조직으로 가기 위해 어떤 부분을 보충해야 할지 살펴보면 회사가 붙잡는 ‘프로 직장인’으로 성공하는 지름길이 보일 것이다.

    연차별
    신입사원

    나우베스트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와 유사한 업종에서 인턴, 계약직 등으로 잠시라도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 합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사회생활도 학교생활과 다를 바 없다. 상위 1% 안에 드는 모범생(신입사원)은 시험성적(공인 어학성적, 학점 등)도 좋고 선생님도 예뻐하는(인성과 태도가 좋은) 이들이다. 학창 시절 마케팅 어워즈 등 기업들이 주최하는 아이디어 경연대회에 자주 나가 경험과 실력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R코리아 성실한 자세에 열정과 패기가 더해지면 금상첨화.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 열정, 창의력 등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집중 직무교육이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배우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기본 교육을 성실히 익힌 신입사원은 현장에 투입됐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다.

    커리어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입사하자마자 대학원 입학 등 자기 계발에 더 관심이 많은 새내기를 기업이 좋아할 리 있겠는가. 근무시간에는 주어진 일에 전념하고 남는 시간이나 퇴근 후에 창의적인 기획안을 만드는 식으로 ‘열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한다.

    잡코리아 개인의 특출한 능력보다는 성실성이 중시되는 때다. ‘뛰어난 인재로 빨리 인정받겠다’는 조급한 태도를 버리고 회사의 주요 사업과 자기 부서의 업무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인크루트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조직관계를 빠르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 내 멘토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궁금한 부분을 묻고, 자신의 적성을 업무와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자가 ‘핵심 인재’가 된다.

    5년차 이내(사원, 대리급)

    나우베스트
    슬슬 일이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로 ‘변화와 자기계발을 동시에 모색하겠다’며 경영대학원(MBA) 진학, 어학연수 등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다. ‘어학연수 세대’인 이들은 외국생활에 대한 향수와 동경도 있어 더욱 외국에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과, 학업 적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경력만 단절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 연차 때는 조직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인재를 헤드헌터와 기업들이 사랑한다.

    HR코리아 더 많은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인재.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아이디어를 냄으로써 많은 수익을 이끌어내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회가 다가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커리어 동종 업계 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직종에 따라서는 이직 면접 시 지원자가 보유한 업계 내 인맥 수나 범위를 묻기도 한다.

    잡코리아 자기 경력 지도의 밑그림 ‘커리어 로드맵’을 설계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시장을 분석, 관측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인터뷰/ 대한항공 박정완 사원

    “철저한 자기관리와 책임감으로 신뢰 쌓는다”


    회사가 붙잡는 ‘슈퍼 직장인’ 조건
    대한항공 인천여객서비스지점 탑승수속팀의 박정완(30) 씨는 1월에 입사해 7월15일 ‘수습 딱지’를 뗀 새내기 직장인이다. “이제 ‘사수’ 없이 혼자 고객에게 탑승권을 주고, 짐을 부칠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하는 그에게서 신입사원다운 풋풋함이 느껴졌다. 신입사원치고는 ‘연로’한 축에 속하는 박씨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고시 준비를 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2년 전 고시를 단념하고 일본 몽골 호주 이탈리아 중국 등지로 무작정 떠돌아다녔다는 그는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관심사가 여행 마케팅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여행을 간 곳이 몽골인데 정보가 별로 없어 고생했어요. 그래서 여행 다니면서 정보를 꼼꼼히 정리해두었고, 다녀온 뒤 블로그에 여행기를 연재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후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관련 정보를 올렸죠. 블로그에 대한 입소문이 나자 하루 방문자가 5000명에 이를 만큼 화제가 됐고, 몇몇 여행사에서 제휴 의뢰도 들어왔어요. 여행 마케팅에 관심을 가진 뒤로는 여행기뿐 아니라 마케팅 정보도 열심히 정리해 올렸고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박씨는 항공사 입사를 꿈꾸게 됐다. 머릿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여행 마케팅 아이템들을 제대로 실현해볼 수 있는 곳이 항공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블로그 운영 경험은 실제 대한항공에 입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한항공 측은 “박씨가 입사 전형은 물론 교육 및 현장업무 과정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철저한 자기관리’와 ‘맏형으로서의 책임감’ 덕분인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탑승수속팀 동기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보니 자연스레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또 아버지가 경찰공무원이신지라 어렸을 때부터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편이죠. 시간 약속도 잘 지키고요. 교육받는 내내 성실하게 임했고 단 한 번도 지각하거나 숙제를 안 한 적이 없어요. 그런 점이 동료들에게 신뢰를 준 것 같아요.”
    꼼꼼한 성격이라 아직까지 큰 실수를 한 적이 없다는 박씨는 최근 헬스클럽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2교대로 이뤄지는 탑승수속 업무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
    중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 공항에서 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업가들을 보면서 중국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중국인 고객의 일을 처리할 때면 선배들이 꼭 중국어를 잘하는 입사동기를 찾더라고요. 저도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물론 중국어뿐 아니라 중국 전문가, 더 나아가 최고의 여행 마케팅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10년차 이내(과장, 차장급)

    나우베스트
    리더십이나 문제해결 능력, 매니지먼트 기술 등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시기다. 이러한 능력은 사내 평가는 물론 이직 때 평판 체크를 통해서도 쉽게 드러나므로 인간관계에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계 기업은 특정 업무에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10년차 안팎 직장인을 뽑을 때도 일종의 실기시험(엑셀 능력 평가, 모의 수요 예측 등)을 보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므로 평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전문성을 갈고닦는 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HR코리아 전문성이 입증된 인재. 과장이나 차장은 실적으로 인정받는 단계다. 기업은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명확한 글로벌 인재를 선호한다. 글로벌 인재란 단순히 외국어에 능한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다. 해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하고 특정 지역 전문가이면서 업계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리더를 말한다.

    커리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해나가야 하며, 부하직원을 이끌고 목표를 달성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승진 가능성이 낮아질뿐더러 회사 내 입지도 좁아진다.

    잡코리아 이론과 실무 지식을 겸한 개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특정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기. 특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인 때다.

    인크루트 실무와 관리 모두 잘해야 하는 시기. 경영자와 부하직원 간 조화를 이루도록 가교 노릇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가 이 연차대의 직장인이 지녀야 하는 덕목.

    10년차 이상(부장, 팀장급)

    나우베스트
    학벌 등 단기간에 극복하기 힘든 ‘스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기다. 직장을 다니면서 경영학 석사 또는 회계사 자격증을 따는 등의 방법으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카리스마’ 같은 긍정적 의미의 리더십도 요구된다. 의외로 건강이 변수가 되기도 한다. 40대가 지나면서 크고 작은 성인병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인지 ‘무엇보다 심신이 건강한 사람을 찾아달라’는 고객사의 주문이 많아지는 추세다.

    HR코리아 리더십이 있으며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인재.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조화롭게 이끌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부장급 이상이 되면 개인의 전문성과 업무 역량은 대개 유사하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원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부서를 잘 이끌어 성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어 신규 사업에 대한 기획력을 갖추고 사업 전체의 윤곽을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마켓 동향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잡코리아 관리자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이 직급에 가장 요구되는 역량은 리더십과 추진력이다.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획력, 리더십은 물론 팀원 개개인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인재로 육성되게 하는 것도 관리자의 몫이다.

    인크루트 프로페셔널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해가는 단계. 부장급이라면 실제로 실적을 내고,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어야 한다.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변모하며 리더로서의 자질을 확고히 해나가는 단계다.

    인터뷰/ CJ GLS 김현우 과장

    “치밀한 자기관리, 자기계발이 힘!”


    회사가 붙잡는 ‘슈퍼 직장인’ 조건
    ‘겸손할 뿐 아니라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추천을 받고 만난 물류전문기업 CJ GLS 전략기획팀의 김현우(33) 과장은 손때 묻은 다이어리 한 권을 들고 있었다. 해야 할 일 리스트(To do list)와 스케줄, 관심 있게 읽은 신문기사를 축소 복사한 종이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두툼한 다이어리에는 ‘한문 검정시험 보기’ ‘책 50권 읽기’ ‘한강 다리, 직접 걸어서 건너보기’ ‘아파트 중도금 끝까지 잘 넣기’ 등 개인적인 목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2009년 사업계획 및 목표’ 등 업무와 관련된 일정도 한눈에 보기 좋게 표로 정리돼 있었다.
    “사업기획을 진행하다 보면 3~4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요. 시기별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면밀히 체크해야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지요.”
    연초부터 시작한 ‘책 50권 읽기’는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 벌써 53권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지식의 창고’를 엿보는 기분이랄까. 자기계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거시적 흐름을 점치는 데도 독서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경기도 일산에 살면서 서울 봉천동의 CJ GLS 본사까지 출퇴근하는 김 과장은 직장생활 10년차인 지금까지 ‘오전 5시30분 기상’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전화 영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매일 전화로 원어민과 통화하고, 테니스 등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몸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경희대 산업공학과 95학번인 그는 대학 4학년 때 신동방그룹의 마지막 공채로 입사, 회장실 직속 구조조정본부에서 근무했고, 이후 아주그룹 회장실을 거치는 등 최고경영자를 보필하며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좀더 도전적이고 성과지향적인 업무를 하고 싶어 지금의 회사로 옮긴 지 7개월째. 회장실에서 익힌 ‘몸가짐’이 다른 부서에서 일할 때도 플러스 요인이 되는지 물었다.
    “뭐든지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이 생긴 게 가장 큰 성과죠. 상사가 중시하는 가치나 심기도 상대적으로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됐고요. 상사가 너무 피곤해 보이면 보고를 늦추는 등의 센스도 익힐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가 인상적인 김 과장은 “이제 팀내에 선배보다 후배가 많은 시점이라 리더십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직장 초년병 ‘인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교훈은 ‘참고 견딜 것’.
    “입사 후 3년 정도까지는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때 지루하다고, 또 내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며 포기하는 사람에게 3년이 지난 뒤 회사가 어떤 기회를 줄 수 있을까요? 초년병 시절에는 하루하루를 학습이라 생각하고 견디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임원급

    나우베스트
    한 조직에서 임원급에 다다랐다면 누구나 상당한 내공을 갖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판단력, 사외 정치력, 유력 인사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 등이 모두 요구된다. 독서나 외국어 공부 등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도 대내외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

    HR코리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과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인재. 모든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자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미지의 영역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

    커리어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과 경영자로서의 소양을 갖춰야 한다. 기업 간 합병 및 인수 능력,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수익체계를 검토할 수 있는 회계 감각도 갖춰야 한다.

    잡코리아 거시적인 안목과 경영 마인드로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종합적인 시장 상황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능력과 의사결정력이 관건이다.

    인크루트 자신의 업무나 회사뿐 아니라 업계 전반, 시장, 경제 흐름 등을 아울러 해석하는 넓고 깊은 시야를 갖춰야 한다. 골프 모임, 조찬회 등 외부 모임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규모 · 종류별}
    대기업

    HR코리아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고 평판도 좋은 인재.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어떤 경력을 쌓았고 어떤 성과를 도출했는지 명확히 해두는 게 중요하다. 조직 융화력과 인성도 중요한 체크포인트. 최근 헤드헌팅 시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가 ‘평판조회’다. 평소 조직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주변의 평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커리어 최근 130개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은 창의성과 전문성, 도전정신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인재상으로 ‘창의적, 도전적, 전문적인 글로벌 인재’를, 현대자동차는 덕목으로 ‘창의, 도전, 열정, 글로벌 마인드, 협력’을 꼽는다.

    잡코리아 조직생활을 원만하게 하면서 개인적인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119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인재 유형’을 조사한 결과(2008년) ‘대인관계 등 조직력이 뛰어난 유형(31.1%)’ ‘도전정신과 추진력이 강한 유형(21.8%)’ ‘유연성과 변화 대응능력을 갖춘 유형(18.5%)’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형(14.3%)’ 인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 30대 대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창의’와 ‘도전’은 거의 모든 기업에서 강조하는 덕목이다. 국제적 감각, 글로벌 마인드, 국제적 소양을 꼽는 기업도 많았다. SK에너지, 포스코, 에쓰오일, SK텔레콤, LG화학, 대한항공 등은 인재상을 밝힐 때 직접적으로 외국어 능력을 거론한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 외에도 기업 고유의 문화와 창업주의 정신이 인재상에 반영되기도 한다.

    인터뷰/ 한미약품 최성원 이사

    “어떤 자리에서든 그 자리에 맞는 일 해낸다는 믿음을”


    회사가 붙잡는 ‘슈퍼 직장인’ 조건
    2007년 7월 파트장으로 한미약품 입사, 2008년 4월 팀장 진급, 그 후 1년 3개월 만에 이사 승진. 최성원 이사의 이력은 숨 가쁘다. 그는 4년 전 처음 한국에 와서 과장급으로 제약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오너 가족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이 이렇게 수직 상승한 예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 이사는 1971년생으로 만 나이로 38세다.
    최 이사를 만난 지 5분 만에 한미약품이 제약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동아제약, 그 뒤를 잇는 유한양행 다음으로 큰 회사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6000억이지만 곧 1조원대로 돌입할 것이고,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며, 4~5년 안에 출시될 항암제를 다수 개발하고 있다는 등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아마도 그는 누구에게든 이렇게 강력한 에너지로 한미약품에 대한 건강한 정보를 전달할 것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자리에서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대학은 미시건주립대, 대학원은 워싱턴주립대를 나왔다.
    MD-PH.D라는 의학약학대학원 과정의 7년짜리 프로그램을 3년동안 했다. 대학원 때부터 미국의 몇 군데 제약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이 정도의 학력과 경력을 가진 사람은 많겠지만 그가 그들과 구별되는 것은 남다른 에너지와 열정이다.
    “팀장으로 있던 1년 3개월 동안 이사로 승진할 만한 성과를 낸 건 아닙니다. 다만 어떤 자리를 주든 그 자리에 맞게 일할 것이라는 믿음을 준 것 같습니다. 해외 업체들과 일할 때 언어장벽이 없는 건 물론, 목적한 바를 달성해내리라는 가능성을 경영진이 높이 산 것 같아요.”
    그가 현재 한미약품에서 하는 일은 쉽게 말하면 해외 세일즈. 곧 상용화할 신약과 기존의 약품들을 멕시코나 동남아 등지에 판매한다. 그의 또 다른 강점은 조직 적응력. 해외 유학을 하거나 그처럼 이민자의 자녀로 직장을 찾아 한국에 오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조직문화에 녹아들라는 것이다.
    “부모님이 ‘한국 사람은 한국말을 써야 한다’고 교육한 게 한국에서 사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미국은 알려진 대로 수평 조직입니다. 미국에 오래 산 사람들은 직장 조직의 수직체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저는 반대로 이런 한국 문화를 선망해왔습니다.”
    그는 이사급 인력의 위엄보다 팀장급 인력의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수직관계를 이해하고 따르지만 수평관계를 적절히 구사하는 것도 그의 특징일 것이다.


    회사가 붙잡는 ‘슈퍼 직장인’ 조건
    삼성전자는 열린 마음·머리·행동 등 열린 태도를 강조하며, 삼성의 전 계열사는 인간미와 도덕성을 주요 인재상으로 내세운다. 현대자동차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현대중공업은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신세계를 개척하는 인재를 존중한다’고 밝히며, SK에너지는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며 빈틈없고 야무지게 일을 처리하는 패기 있는 인재’를, LG전자는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교보증권 등 금융 관련 업종에서는 고객지향적 마인드, 서비스 개선 노력 등을 중시한다.

    중소기업/벤처기업

    HR코리아
    네트워킹 활용도가 높고 곧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 각계각층에 인맥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커리어 도전정신, 성실성이 매우 중시된다. 구성원 각각의 역량이 기업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예를 들어 초정밀 부품 제조사인 영신정공은 ‘기본에 충실한 사람’ ‘창조하는 도전인’ 등을 인재상으로 삼으며, 전자부품 제조기업인 아모텍은 ‘창의·겸양·성실’을, 한성식품은 ‘독창적인 창의인’ ‘도전하는 열정인’ ‘노력하는 성실인’을 자사의 인재상으로 내세운다.

    잡코리아 경영진과 직원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직원 한 명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가 많아 여러 분야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한다. 중소기업 519개사의 인사담당자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꼽은 인재상은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한 유형(37.6%)’ ‘대인관계 등 조직력이 뛰어난 인재(17.3%)’ ‘도전정신과 추진력이 강한 인재(16.2%)’ 등이었다.

    외국계 기업

    나우베스트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특히 외국계 기업들이 좀더 깐깐한 기준으로 직원을 뽑는 경향이 강해졌다. 경력직은 물론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두루뭉술한 인재’ 말고 특정 업무를 수행해본 경험, 능력 등을 면밀히 평가한다.

    HR코리아 직무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인재. 외국계 기업은 전문성을 가장 우선시한다. 즉 실무급 인재가 기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남과 차별된 노하우를 개발하거나 타 기업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업계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어 국내 기업에 비해 팀워크 능력을 크게 중시하는 편이다. ING생명은 ‘팀워크’ ‘결과 지향성’ ‘적극성’ ‘고객 서비스 정신’ 등을, 한국MSD는 ‘성취’ ‘고객만족’ ‘윤리’ ‘책임’ ‘팀워크’ 등의 핵심 가치를 인재의 요소로 내세운다. 한편 니콘이미징코리아는 ‘팀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인크루트 성과 지향적이다. 회사에 가시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이 핵심 인재이다 보니 직급에 관계없이 권한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성과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어야 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