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때밀이 타월로 박박 문지르라고?

年 5000억원 조루 치료시장 요지경 … 인터넷엔 허황한 방법과 사기 판쳐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도움말 : 박남철·박현준 부산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입력2009-07-03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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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밀이 타월로 박박 문지르라고?
    “조루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단련을 시켜야죠. ○○○쇼핑몰을 방문해 옥(玉) 링을 사보세요. 죽여줍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젊은 남성들이 올리는 성인병 관련 질문 중 가장 많은 것이 조루에 관한 내용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조루를 치료하는 방법을 묻는 내용이 대부분.

    젊은 나이에 병·의원을 찾아 조루 치료를 받자니 부끄러워서일까. 그들은 경험자의 조언에 의지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물음에 답하는 경험자의 열에 아홉은 비뇨기과 전문의를 가장한 국소마취제 판매업자나 병·의원 브로커, 사기성이 짙은 인터넷 성인 쇼핑몰 호객꾼이다.

    털어놓기 어려운 병 … 음성적 치료법 횡행



    “29세의 결혼 2년차 남성입니다. 이곳(인터넷 게시판)에서 소개한 성인 쇼핑몰에서 옥 링과 약을 20여 만원어치 사서 매일 차고 다니고 먹었는데 조루 증상이 호전되기는커녕 성기 앞부분에 상처만 났습니다. 조루 동지 여러분, 절대 답변에 현혹되지 마세요. 그리고 뿌리는 마취제 ‘칙칙이’나 ‘젤’도 웬만하면 약국 가서 정품을 사세요. 저는 그것만큼은 약국에서 샀는데도 자꾸 썼더니 성기 피부가 벗겨지고 찢어질 듯한 통증이 있어 못 쓰고 있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치료법이나 약 아는 분 안 계세요?”

    국내 조루 치료시장은 연 5000억원대로 700억원대인 발기부전 시장을 압도하는 규모. 발기부전 시장은 먹는 약이 10년 전 출시돼 음성 또는 불법 치료시장이 거의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먹는 약이 나오지 않은 조루 치료시장은 검증 안 된 치료법이 난무했다.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이를 막을 방법 또한 없었다.

    하지만 조루가 남들에게 드러내놓고 호소할 수 없는 질환이라는 점 때문에 환자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음성적 치료에 매달렸다. 옥 링이나 옥 반지 착용하기, 조약돌 문지르기 등 각종 민간요법은 환자의 주머니만 털어갔을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부작용도 컸다. 그러나 피해를 입어도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성인 쇼핑몰의 사기성 판매 말고도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은 많다. 정력강화제 제조법부터 소변 끊어 누기, 성기 마사지, 사정 참기까지 다양한 행동요법은 그래도 점잖은 편에 속한다. ‘조루는 과민한 성기가 근본원인’이라며 ‘칫솔이나 때밀이 타월로 귀두를 문지르라’는 대목에선 어이가 없어진다. 치료가 되기는커녕 예민한 귀두 표피에 염증을 일으키는 사례가 속출하는데도 누리꾼들은 “이 방법이 최고”라며 근거 없는 속설을 퍼나르기에 바쁘다.

    때밀이 타월로 박박 문지르라고?

    인터넷의 한 성인용품 쇼핑몰.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다양한 도구와 식품이 의약품인 양 팔려나간다.

    누리꾼 사이에 조루 치료의 ‘비기(秘技)’로 알려진 ‘샤워기로 귀두 자극하기’는 수압을 이용한 자위행위에 불과하며, ‘과음 후 관계 갖기’는 오히려 발기부전을 야기할 수 있다. 정력에 좋다는 음식이 조루 치료제로 둔갑한 사례도 많다.

    조선시대 왕에게 어의가 정력제로 권했다는 볶은 개미, 굴, 메밀, 뱀장어 등이 인터넷 공간에선 조루 치료제 노릇을 하기 일쑤. 이 음식들은 정력 보강엔 도움이 될지언정(물론 이것도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궁극적인 조루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누리꾼들은 발기부전이나 정력과 조루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이들을 조루 치료제라고 일컫는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조루 환자들에게 꽤 선호도가 높은 ‘사정훈련’과 ‘쥐어짜기’ 요법은 취지는 좋지만 실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이용해 조루 치료에 성공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행동요법은 성관계 때 흥분을 조절해 사정을 지연시키는 자기절제 훈련으로, 시작과 정지를 반복하는 사정훈련과 성기를 압박해 사정 충동감을 지연시키는 쥐어짜기 테크닉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단시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파트너의 인내심과 협조 없이는 실패하기 쉽다는 점. 대부분의 부부가 이 행동요법을 하다 중도에 포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칙칙이’ 잘못 쓰다 파트너 잡는다?

    병·의원과 약국에서 이뤄지는 조루 치료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스프레이와 크림 형태의 국소마취제, 마취 콘돔, 일명 조루수술로 알려진 성기의 배부신경차단술 등이 그것인데 일시적, 부분적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며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과 제약사는 이를 조루의 만병치료약인 것처럼 과대 광고해왔다.

    지금까지 밝혀진 조루의 원인은 사정을 관장하는 중추신경의 세로토닌 부족, 성기 말초(귀두)의 과민성,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이다. 이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은 사정 중추신경의 이상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따라서 귀두를 마취시키는 국소마취제와 마취 콘돔 같은 약이 근본적인 치료책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 음경배부신경차단술도 궁극적으로는 성기의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시술이므로 다른 원인은 없고 성기 말초의 민감도만 높은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작용이 따르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때밀이 타월로 박박 문지르라고?

    조루 관련 수술은 전문의를 통한 사전검사와 충분한 상담 뒤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칙칙이’나 ‘○○크림’으로 불리는 국소마취제는 조루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행동요법이나 민간요법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남성들의 다음 행보는 국소마취제 사용으로 이어진다.

    국소마취제는 성기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주로 과민성 조루에 해당하는 남성들이 사용한다.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마취 성분인 ‘리도카인’이나 ‘벤조카인’이 든 제품. 이들 국소마취제의 연간 판매량은 520만개로 매출 규모가 40억원을 넘는다.

    국소마취제는 행동요법보다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품을 사용했을 때만 사정시간이 지연된다는 단점도 있다. 몇몇 약품은 도포하고 20~30분 뒤에 성기를 씻어내야 관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번거롭다. 성기가 마취돼 성감도가 떨어지는 것도 단점 중 하나.

    더욱이 장기간 사용할 경우 피부질환과 성기의 감각이상을 부를 수 있고 성기를 잘 씻지 않으면 파트너까지 마취시킬 수 있다. 이 경우 파트너의 성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성기에 도포된 마취제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발기 상태가 지속되거나 성기가 부풀어 오르는(비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전립샘비대증이나 전립샘암 환자는 사용할 수 없다.

    국소마취제 중 ‘리도카인’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면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실제 2007년 미국에서 리도카인 성분의 국소마취제를 과다 도포한 남성과 성관계한 여성 두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국소마취제가 버젓이, 그것도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명 ‘변강쇠 콘돔’이라고 하는 마취 콘돔도 국소마취제의 기능과 별 차이가 없으므로 효과의 한계와 부작용도 비슷하다. 마취 콘돔 안에는 ‘벤조카인’이 우윳빛 크림 형태로 들어 있는데, 이를 착용한 채 성관계를 하면 성기가 마취된다. 마취 콘돔을 장기간 사용하면 귀두 감각이 둔화해 발기되지 않을 수 있으며, 안과 밖을 바꿔 착용했을 경우 마취제가 여성의 몸에 스며들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콘돔 착용으로 성기가 마취된 상태이므로 성관계 도중 오럴섹스를 즐기는 커플은 여성의 입에 마취제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경차단술은 귀두 과민 환자에게 신중하게

    조루 치료를 위해 별별 방법을 동원했다 허탕 친 환자들의 마지막 보루는 성기 수술, 즉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이다. 이 수술의 원리는 음경에서 귀두로 가는 신경의 일부를 차단해 감각을 둔화시키는 것. 다른 치료법보다 전문의의 진단을 거친다는 점에서 조루 환자들에게 확실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식된다.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은 조루가 음경 귀두와 몸통의 과민성 때문에 생긴다는 근거로 시도되는 치료법. 따라서 정신적인 이상이 없고 조루의 원인이 될 만한 질환이 없으며, 행동요법이나 약물 등으로 증세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귀두와 몸통 부위가 예민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다. 그러나 귀두의 과민감각에 의한 조루 환자가 아니면 효과가 미미하므로 수술 전 검사로 음경감각의 예민성을 측정해 수술의 적합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이 시술을 받고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있다는 조루 환자가 적지 않다. 문제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상식만으로 수술을 받은 후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불평하는 경우다.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약도 존재할 수 없지만 모든 환자를 만족시키는 수술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수술은 충분한 사전 검사와 전문의와의 상담 후 결정을 하는 게 옳다. 다음은 한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오른 글이다.

    “저의 무지에 화가 납니다. 수술할 때 절개해서 보면 조루인지 금방 안다고 해서 수술했는데 변화가 없군요.”(김모 씨)

    “27세 미혼남입니다. 광고 보고 신경절제수술을 받았는데 효과가 없습니다. 복원수술이 되지 않으면 평생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살 수도 있다는데, 생각할수록 후회됩니다.”(최모 씨)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은 신경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라 성기 감각이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전문의를 찾아 충분한 상담과 검사를 거친 뒤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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