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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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is the New Black

美, 새로운 ‘실천형’ 환경운동 인기 … ‘친환경은 비싸다’ 인식 바뀌어

  • 뉴욕=조 벡 광고기획자·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입력2009-06-03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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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 is the New Black
    ‘New Black’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Bicycle is the New Black’ ‘Competition is the New Black’ ‘Obama is the New Black’ 등 요즘 미국에서는 광고는 물론 TV 프로그램의 예고편에도, 선거 캠페인에도 ‘New Black’이란 문구가 유행하고 있다. 마치 유행어처럼 널리 쓰인다.

    New Black, 즉 ‘새로운 검은색’은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Black Tie)이나 기존 제도(Frame Noir)들을 상징하는 ‘Black(검정)’이란 단어에 ‘New(새로운)’라는 단어를 붙여, 이른바 새롭게 ‘뜨는’ 기준이나 트렌드를 상징한다.

    이처럼 다양한 New Black 가운데 올해 단연 인기를 얻는 말이 ‘Green is the New Black’이다.

    ‘녹색’이 ‘검은색’이라니 좀 이상하다 싶기도 하겠지만, 이는 녹색이 상징하는 두 가지 ‘친환경’ 개념인 ‘에콜로지(Ecology)’와 건강에 초점이 맞춰진 유기농(Organic)과 로하스(LOHAS)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다시 업그레이드돼 미국의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에코’나 ‘유기농’ 제품에 대해서는 좋긴 하지만 비싸다는 경제적 장벽이 존재해온 게 사실이다. 그래서 친환경과 유기농을 신흥 종교라도 되는 듯 맹신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서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일종의 마케팅이 되지 않았느냐고 폄하하기도 했다.

    녹색 친환경과 유기농 상징



    하지만 미국의 경제위기가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있던 소비자들을 한 점에서 만나게 만들었다. 즉 실제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소비자들이 가격은 높지만 품질이 좋아서 오래 쓸 수 있다거나, 높은 가격 대신 뭔가 다른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꺼이 친환경 상품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혹은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 남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다(Your Trash May Be Someone Else’s Treasure)’는 ‘현대판 물물교환’에 대한 고민의 답이 바로 ‘그린 비즈니스’로 나타나기도 한다.

    뉴욕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에 자리한 ‘푸드 코압(Food Coop)’은 그 재미있는 예다. 푸드 코압은 산지의 농가와 직접 계약해 생산자가 유기농으로 재배해 배송까지 해오므로, 막 수확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 각종 식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매장의 신선한 제품들은 아무나 살 수 없다. 일단 ‘푸드 코압’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가입 조건이 일반적인 회원제 창고매장처럼 연회비를 내는 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생산자가 정성을 다해 재배한 상품을 매장에서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가입회원들은 한 달에 2번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정해서 상품 운반, 세척, 정리, 청소 등 매장에서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나 제반 비용 등을 최소화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로하스적 삶을 실천할 수 있다.

    Green is the New Black
    필자도 친구 소개로 처음 방문해보고 신선하고 맛있는 제품에 반해 바로 회원으로 가입해 한 달에 2번 매장 청결 유지 등의 일을 한다. 유기농 제품이 좋다는 것은 알면서도 갖고 있던 막연히 비싸지 않나 하는 심리적 장벽을 돈이 아닌 시간을 들이는 참여와 노동으로 넘음으로써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년 전 큰 붐을 일으킨 트렌디하고 비싼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진짜 친환경을 나눌 수 있는 ‘푸드 코압’ 같은 매장이 최근 뉴욕 전역에 확산돼 전문직 젊은이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내놓는 대신, 필요한 것을 가질 수 있는 현대판 ‘물물교환’의 이용자도 많아졌다. 예전엔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대신 자선의 의미로 각종 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이었지만, 최근엔 재생과 재활용으로 대표되던 친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인식이 전환돼 물물교환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필자도 프리사이클 (www.freecycle.org)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멀지 않은 지역에서 물물교환이 가능한 목록을 찾아 교환을 해보았다. 싫증난 신발 한 켤레와 마침 필요한 빈 화분 몇 개를 바꾸고 나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까지 들었다. 조금만 신경 써서 정보를 구해보면 물물교환뿐 아니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물건도 꽤 많다.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폰(iPhone) 전용 무료 어플리케이션 ‘로컬 리유즈(Local Reuse)’도 개발돼 인기가 높다. 로컬 리유즈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회원에게서 제공되는 물품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전달 방법에 관한 합의가 되면 제공자에게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미국인 70% 에너지 스타 마크 인지

    미국 정부는 1992년도부터 자동차는 물론 전력소비가 많은 가전제품, 전자기기, 냉온방기기에서 전구까지 에너지 효율이 높거나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제품을 선별해 ‘에너지 스타(Energy Star)’란 마크를 붙여준다. 에너지 스타 마크가 부여된 저연비 저탄소 자동차들의 판매 증가로 지난해 미국 전역의 광열비가 약 2억 달러 정도 절약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엔 집이나 고층 건물을 점검하고 개조해 성과를 보인 건축물에 에너지 스타 마크를 부여하기 시작했는데, 경기불황으로 긴축 운영을 하는 뉴욕의 대형 빌딩이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스타 마크를 받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일반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됨으로써 무조건 싼 것을 사고 보자는 구매 유형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지난해 미국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에너지 스타 마크를 인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으며, 불황이 닥친 지난해 말부터 올해 들어서는 에너지 스타 마크가 부착된 제품의 판매량이 예년 같은 시기보다 2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여전히 빙하가 녹는다는 말이 음모이론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에코백’의 히트 역시 패션업체의 마케팅에 그친다며 냉소를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 미국의 환경운동 트렌드를 보면 다양한 친환경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 Green은 New Black이지만, 머지않아 ‘Green은 곧 Black’ 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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