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8

2009.06.02

‘소맥’시장 ‘넘버투’의 반란 건곤일척? 당랑거철?

롯데 두산주류·KKR 오비맥주 도전장 … 진로·하이트는 “찻잔 속 미풍” 평가절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5-29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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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맥’시장 ‘넘버투’의 반란 건곤일척? 당랑거철?
    대한민국 ‘소맥’(소주와 맥주)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돈다. 폭풍 전야의 먹구름. 소맥시장 2위 업체 주인이 바뀌면서 ‘넘버원’은 이들 새 주인의 동태 파악에 나섰고, ‘넘버투’는 기습을 노리고 있다.

    막강한 영업망을 자랑하는 롯데가 ‘처음처럼’을 앞세우고, 5년간 오비맥주의 주인이 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 이하 KKR)는 ‘카스’의 변신을 예고하며 소맥 전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목표는 1위 탈환. 하지만 국내 주류시장의 ‘거인’ 진로·하이트그룹의 수성(守成) 전략도 만만찮다. 진로·하이트그룹 대 롯데그룹, 진로·하이트그룹 대 KKR 오비맥주라는 새로운 ‘소맥 전선’에서 ‘넘버투’들의 공격은 어떻게 진행될까. 건곤일척(乾坤一擲)일까, 당랑거철(螳螂拒轍)일까.

    ‘처음처럼’ 선전에 ‘참이슬’ “깜짝이야”

    지난해 두산주류를 인수한 롯데는 올 4월 이효리를 앞세워 ‘처음처럼’ 제3차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룹 인수 후 내부 조율을 끝내고 마케팅 전쟁에 돌입한 것. 이 캠페인은 이효리의 섹시 발랄 댄스와 함께 새로운 카피인 ‘흔들고! 쪼개고! 넘기고!’가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핵심. 롯데는 수도권시장에서 8(진로) : 2(롯데) 구도를 흔들어놓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체 소주시장(군납·수출포함) 중 수도권시장(44.8%) 다음으로 큰 부산·경남시장(15.7%) 공략도 강화했다. 수도권에서는 ‘처음처럼’이 21%의 점유율을 기록하지만 부산, 경남지역에선 각각 0.4%, 0.6%로 절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부산·경남 연고팀인 롯데자이언츠의 선수 헬멧에 ‘처음처럼’을 새겨넣고, 부산·경남 팬이 많은 롯데 강민호를 이효리와 함께 모델로 내세웠다. 야구에 죽고 사는 ‘부산(경남) 사나이’들에게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고 있다.

    “3월까지는 그룹 인수에 따른 업무 인수인계 때문에 기존 활동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이젠 이효리를 앞세워 본격 추격전을 펼친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다. 음료 유통망과 롯데마트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롯데주류BG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처음처럼’은 올해 1~3월 전년 대비 매달 3.0% 이상 판매량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반면 진로는 ‘강적’ 롯데의 등장과 함께 1분기 연속 마이너스 판매율을 보이며 비상이 걸렸다. 전년 대비 판매량(내수 기준)이 1월 -24.8%, 2월 -9.4%, 3월 -4.6%를 기록한 것.

    “12월 말 참이슬의 출고가가 5.9% 인상(888.9원)됐다. 가격 인상 전 미리 사뒀기(가수요) 때문에 판매가 준 것이다. 대수롭지 않다.”

    진로 이규철 상무의 말처럼 진로는 지난해 12월에는 월별 최고 판매실적(686만 상자)을 냈다. 하지만 롯데도 올해 1월4일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6.1% 인상(869원)했지만 플러스 판매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시장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하다. 이 상무의 분석은 이에 아랑곳없다.

    “경기침체로 주류산업 전체가 ‘다운’돼 있다. 불황에 강하다는 소주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다 신종 플루 때문에 삼겹살 판매가 줄었고, 덩달아 소주 판매량까지 줄었다. 적게 파는 업체는 조금만 더 팔면 곧바로 플러스 판매율을 보인다. 롯데와 비교할 수 없다.”

    진로는 공식적으로는 ‘넘버투’의 도전에 ‘무반응이 상책’이라는 표정이다. 괜히 롯데의 도전에 맞서다가는 그들의 전략에 말려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윤종웅 사장이 각 사업장을 돌며 업무보고를 받는 등 롯데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지난 3월23일 여성과 젊은 층을 겨냥해 18.5도짜리 ‘J’를 출시한 것도 주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처음처럼’을 목표로 한 선제공격 성격이 짙다. 광고 카피도 ‘‘처음’보다 1도 더 부드러운 J’이다. 이로써 진로는 20.1도 ‘참이슬 오리지널’과 19.5도 ‘참이슬 후레쉬’와 더불어 ‘소주 라인업’을 구축했다.

    지방 소주회사들도 롯데의 등장에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지방 소주회사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고 이를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규정, 지방 소주 애용 캠페인과 수도권시장 역공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체 소주시장의 45%를 차지하는 서울·수도권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두 공룡’의 지방시장 잠입에 맞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 경북을 기반으로 한 ‘금복주’는 프리미엄 소주 ‘오크젠’과 ‘경주법주’ 등을 앞세워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한편 지난해 국내 소주 판매량은 1억1613만9000상자. 1상자는 360㎖×30병이니 무려 34억8417만 병이 팔려나갔다. 국민 1인당 72.5병, 19세 이상의 음주 가능인구로 따지면 1인당 93병을 마신 셈이다.

    오비맥주 “카스 앞세워 1위 탈환”

    최근 오비맥주를 인수한 KKR은 5년 후 AB인베브사에 회사를 되팔아야 한다. 매각 대금의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85%를 가져간다는 조건도 붙었다. 결국 KKR로서는 수익을 많이 낼수록 유리하다. 행운의 여신이 KKR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올해 1분기는 오비가 먼저 웃었다. 오비맥주는 1분기에 1615만 상자(1상자는 500㎖×20병, 수출분 불포함)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판매율이 6.6% 소폭 상승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 동기간 39.9%에서 42.2%로 뛰어올랐다. 4월 시장점유율은 43.7%로 크게 올랐다.

    주원인은 ‘카스’의 선전. 4월 초 출시한 ‘카스 2X’를 비롯해 ‘카스 후레쉬’ ‘카스 라이트’ ‘카스 레드’ 등 다양한 맥주를 선보인 ‘메가 브랜드’ 전략이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는 게 오비맥주의 자체 분석이다. 지난해 말 한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카스’가 37.9%, ‘하이트’가 22.8%를 기록해 ‘젊은 맥주=카스’ 공식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오비맥주 이호림 사장은 “소비자의 니즈(수요)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성장 모멘텀에 박차를 가해 여름 성수기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이트는 비상이 걸렸다.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월 60.6%에서 올해는 56.3%로 내려앉았기 때문. 하이트는 ‘하이트’와 ‘맥스’를 더욱 강한 브랜드로 키우고 젊은 층 공략을 위한 스포츠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50년 넘게 경쟁해오며 서로에게 성공과 패배를 맛보게 한 라이벌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는 지난해 3조3334억원의 맥주시장에서 58.9%와 41.1%(수출불포함)으로 시장을 양분했다. 오비는 40여 년 가까이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1993년 ‘100% 천연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 앞에서 흔들리더니 3년 뒤 결국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그 후 카스맥주를 인수하면서 맥주시장을 3사 경쟁체제에서 2사 체제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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