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2009.04.28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도전! 일주일의 Bicycle Diary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4-24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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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산악자전거 메달리스트 출신인 정형래 기흥인터내셔널 팀장(오른쪽)의 지도로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에서 생애 처음으로 로드바이크를 타봤다. 잔뜩 경직된 뒤태에 긴장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재미 삼아 한 번 입었다 하루 종일 걸쩍지근한 느낌을 선사한 ‘T팬티’에 비해야 할까.
    자전거 안장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린 엉덩이뼈와 주변 근육은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 첫날부터 불편하게 반응했다.
    어찌나 몸에 힘을 줬는지 2번, 6번 갈비뼈 주변 근육 역시 일주일 내내 뻐근했다.
    자전거를 전혀 못 탄다는 고백에 천연기념물 보듯 신기하게 쳐다보던 동료들이 갑자기 ‘왕초보의 자전거 도전기’를 써보라고
    제안했다. 어디서 솟은 용기일까. 이번 기회에 자전거와의 악연을 끊으리라 다짐하며 덥석 수락해버린, 그 후 일주일.
    영광의 상처와 성취감을 동시에 남긴 자전거와의 ‘재회’ 일기를 공개한다.

    4월4일 토요일 자전거와 화해하다

    경북 상주시는 곶감뿐 아니라 자전거로도 유명하다. 열 살 무렵, 명절 때 찾은 상주 외할아버지댁 안마당. 가뿐한 페달질로 유유히 자전거를 모는 외사촌 언니가 부러워 나도 해보겠노라고 핸들을 잡았다가 그대로 ‘수직낙하’한 것이 자전거와의 마지막 인연이었다. 그 후로 바퀴가 2개 달린 탈것은 모조리 멀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지킨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기 위해 먼저 아파트 단지 내 자전거 보관대에 묶어놓은 채 1년 반이 넘게 돌보지 않던 자전거를 찾아나섰다. 프랑스 파리에 잠시 머물 때 남편이 스포츠용품점 ‘데카트론’에서 200유로(그때 환율로 약 26만원)에 구입했던 녀석은 오랫동안 방치해 온몸이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녀석의 꼬질꼬질한 얼굴을 닦고 또 닦은 뒤 주차장에서 남편을 스승 삼아 일대일 레슨에 돌입했다.

    “페달을 더 힘차게 굴려야지.”



    “어깨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잖아.”

    남편이 쉴 새 없이 코치하며 뒷부분을 잡아주고 있는데도, 자전거는 술 취한 이의 갈지(之)자 걸음걸이처럼 비틀댔다. 주차장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다섯 번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세 번쯤은 땅에 엎어져 무릎이 벗겨졌으며 또 세 번쯤은 주차된 자동차 범퍼(그것도 고급 수입차만 골라서… 헉!)에 부딪힐 뻔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한 지 30분. 기적처럼 서툴게나마 50m 이상을 홀로 달려나갈 수 있게 됐다.

    내친김에 단지 밖으로 나와 집 근처 한강 둔치로 향했다. 한강 둔치는 자전거족의 세계였다. 신체 주요 부위 굴곡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이클 선수용 ‘쫄쫄이’ 팬츠를 차려입고 헬멧, 선글라스까지 구비한 그들은 전쟁 준비를 마친 특전사 요원들 같았다. 반면 후줄근한 회색 트레이닝복에 빨간색 조깅화를 대충 챙긴 내 모습은 어찌나 ‘아마추어적’인지.

    옥수역 부근에서 출발, 서울숲을 오가며 2시간 동안 ‘강훈’을 거듭했다. 온몸이 쑤셨지만 슬슬 재미도 붙었다. 이제는 내 자전거가 갖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4월7일 화요일 오전 자전거 카페에 등록

    막상 자전거를 사야겠다고 결심하니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자전거 좀 탄다는 동료들이 가입을 권유한 네이버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와 자전거 전문잡지, 자전거 관련 단행본까지 속속들이 뒤져본 결과, 내게는 험난한 지형에 적합한 산악자전거(Mountain Bike·MTB)나 스피드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로드바이크(사이클)보다 미니벨로(휠 지름 20인치 이하인 소형 자전거)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가벼운 무게와 간편한 휴대성이 매력적이었다. 탐색전 끝에 베네통의 노란색 미니벨로(BMV-2014A) 한 대를 점찍었다. 온라인 고수들의 평가가 궁금했다.

    ‘주말 운동용으로 쓸 예정입니다. 실력이 향상되면 ‘자출족’도 돼보고 싶고요. 아, 그리고 저는 자전거 탈 때 엉덩이뼈가 너무 아픈데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ㅠㅠ’
    ‘자출사’ 카페 내 ‘묻고 답하기’ 코너에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8개의 리플이 달렸다.
    ‘저도 베네통 빨간색을 구입했어요. 가벼워서 들기 쉽지만 거친 노면에서는 진동이 그대로 손과 엉덩이로 올라와요. 손에 힘을 빼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는 센스가 필요하죠.’

    ‘자출에도 적합한 모델입니다. 엉덩이 통증에는 안장에 씌우는 ‘젤 커버’를 추천합니다.’

    ‘저렴한 속패드 입고 그 위에 얇은 스타킹 같은 스포츠 바지를 곁들이면 엉덩이가 덜 아파요.’

    시시콜콜한 것까지 친절히 설명해주는 회원들 덕분에 든든한 동지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초보에게는 역시 ‘오프라인’ 선생님이 필요했다. 첫 라이딩 이후 틈나는 대로 연습했으나 도무지 늘지 않는 실력도 문제였다.

    오후 아마추어, 프로를 만나다

    정형래(35) 씨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1998년, 2001년 아시아선수권대회의 MTB 다운힐 부문 금메달리스트로 1992~2006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이제 막 두 바퀴 위에서 겨우겨우 중심을 잡게 된 내게는 과분한 선생님. 현재는 독일의 명품 자전거 브랜드 ‘스톡’을 수입, 판매하는 기흥인터내셔널의 고객지원팀장이자 아마추어 사이클팀 ‘스톡플래타’의 감독으로 활동하는 그는 단단한 잔근육을 자랑하며 여전히 프로의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운동신경 제로에 자전거는 불과 며칠 전에 배웠어요. 그래도 제자로 받아주시렵니까.”(기자)

    “우리나라는 여성 라이더 수가 너무 적은데 한 분이라도 더 타게 되면 좋지요.”(정 팀장)

    구입할 자전거는 미니벨로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말에만 잠시 레저용으로 탈 목적이라면, 웬만한 모델은 100만원이 넘는 로드바이크나 MTB보다 좀더 저렴하고 여성들이 즐겨 찾는 미니벨로가 좋겠네요.”

    ‘스톡’ 매장에는 신체 사이즈 측정 기계와 측정치에 맞게 핸들 각도, 안장의 높낮이 등을 조정할 수 있게 고안된 피팅(Fitting)용 자전거가 있다. 사양에 따라 한 대에 500만~ 4000만원대에 이르는 ‘스톡’의 시승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에 선뜻 피팅용 자전거에 올랐다.

    “초보자에게는 안장의 앞뒤 부분이 이렇게 완전히 수평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팔을 곧게 펴고 핸들을 잡았을 때 상반신과 겨드랑이가 직각을 이루는 것이 바른 자세지요. 안장이 너무 낮으면 페달을 밟을 때 다리 관절과 근육에 부담이 많이 가는 데다, 다리 라인이 망가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으냐’고 묻는 듯한 표정의 정 팀장에게 “발이 땅에 닿아야 마음이 편하니 안장은 낮게 조정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 같은 초보에게는 ‘평페달’이 적합했다. 사이클 선수들이 사용하는 ‘클립리스 페달’에는 사이클 전용화의 밑창과 결합해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는데, 자전거를 급하게 멈출 경우 페달에서 신발을 신속하게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발도 고가의 사이클 전용화 대신 일반 운동화나 캔버스화가 적당했다.

    키 168cm에 40kg 중반대의 몸무게, 한국인 표준보다는 약간 더 긴 다리를 가진 것으로 측정된 나를 정 팀장은 “사이클 선수로 최적의 신체조건을 가졌다”고 추켜세웠다. 큰 키와 긴 다리 길이는 ‘폼’을, 가벼운 몸무게는 ‘속도’를 내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었다.

    “이참에 아마추어팀에 들어와 활동해보세요.”(정 팀장)
    “아 ….”

    말끝을 흐렸으나 근심이 밀려왔다. 달리기는커녕 똑바로 서지도 못하면 어쩌지?

    정 팀장의 레슨을 이틀 남긴 그날 밤, 나는 홀로 ‘달밤의 페달질’을 했다.

    자전거 각 부위 명칭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선수들은 클립리스 페달을, 초보자들은 평페달을 사용한다. 페달은 크랭크 끝부분과 연결된다.

    자전거 입문의 첫 단추는 자전거 관련 용어들과 친해지는 것. 자전거 구입에서 수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고루 쓰여, 알면 우쭐해지고 모르면 불편한 자전거의 주요 부위 명칭들을 정리했다.


    4월8일 수요일 자전거용품의 세계를 간 보다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b>1, 2</b> 국내 최대 규모 자전거 전문매장인 유진바이크에서 정형래 팀장과 헬멧, 자전거 전문의류를 고르는 기자. <b>3</b> 미니벨로 전문매장 BA스포츠 최동규 사장이 컬러풀한 싱글기어 모델 등 최신 자전거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팀장과 함께 자전거와 관련 의류 및 용품을 둘러보는 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미니벨로 전문숍인 서울 방배동 ‘BA스포츠’였다. 미국의 커스텀 메이드(라이더의 체형과 몸무게에 맞게 주문생산) 브랜드인 ‘바이크 프라이데이’ 제품들이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었다. 가벼운 데다(5kg대) 아시아인 체형에 잘 맞는다는 일본의 ‘타이렐’은 깔끔한 프레임이 인상적이었다. BA스포츠 최동규 사장은 “용접한 프레임의 접합 부위가 전혀 보이지 않게 특수 가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브랜드 제품은 100만원대 중반부터 1000만원대. 초보인 내가 타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라 선뜻 구입할 수는 없었지만 그중 한 대를 시승용으로 골랐다.

    그 다음 향한 곳은 국내 최대 자전거 전문매장 중 하나인 서울 장안동 ‘유진바이크’. 정 팀장은 “안전을 위해 헬멧은 특히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지로’(6만~20만원대)와 일본의 ‘OGK’(10만~20만원대) 등이 인기였다. 유진바이크 안선숙 팀장은 “초보자는 10만원 안팎의 제품이면 무난하다”고 했지만, 나는 왠지 디테일이 남다른 고급 제품에만 시선이 꽂혔다. 저가 제품을 볼 때와 사뭇 다른 눈빛을 읽었는지 정 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나라 라이더들은 용품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게 문제예요. 벌써 이렇게 ‘장비병(病)’에 걸리면 어떡해요.”

    미니벨로를 사겠다고 결심한 덕분에 특히 로드바이크를 탈 때 필수인 ‘쫄쫄이’ 선수복을 입지 않아도 됐다. 안 팀장은 “엉덩이 부위에 패드가 들어간 2만~4만원대 이너팬츠를 입고 레깅스와 반바지 또는 미니스커트를 곁들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자전거 의류 색상(상의)은 남녀 모두 핑크(!). 안 팀장은 “초보 때는 무조건 무난한 색상을 찾던 라이더들이 안전과 패션성을 이유로, 점차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색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손가락까지 보호하는 긴 장갑, 벌레와 먼지를 막는 선글라스 역시 초보가 갖춰야 할 필수용품으로 꼽았다.

    4월9일 목요일 개인강습을 받다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독일 전문 자전거 브랜드 ‘스톡’ 매장에는 신체적 특성에 맞게 안장, 페달 등을 조절해주는 피팅용 자전거가 있다. 바른 자세는 상반신과 겨드랑이가 직각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정형래 팀장(왼쪽). 로드바이크 시승 도중 넘어진 기자. 발목이 바퀴에 끼었는데 급한 마음에 신발은 놔둔 채 발만 꺼냈다.

    드디어 오늘 자전거 레슨을 받는다. 시승용 미니벨로와 로드바이크를 싣고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로 향하는 길. 가슴이 뛰었다. 전날 악몽까지 꾼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전거를 탄 채 한강물에 풍덩 빠지는 것. 평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저질 체력’임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바이크 프라이데이’의 ‘티킷’ 모델 미니벨로는 집에서 타던 자전거와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아 나름 안정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역시 로드바이크였다.

    정식으로 선수복까지 입고 타보라는 정 팀장의 권유에 부끄러움을 삼킨 채 ‘쫄쫄이’로 갈아입었다. 나와 정 팀장이 탈 550만원, 2200만원짜리 ‘스톡’ 자전거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에 있던 바이커족이 하나둘 힐끗대기 시작했다. ‘웬 선수들이 훈련을 하러 나왔을까’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로드바이크의 안장은 내 골반뼈보다 반 뼘은 높은 곳에 설치돼 있었다. 편안하게 앉은 채 출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른쪽 페달을 힘차게 구르면서 일단 자전거 페달 위에 서세요. 중심을 잡은 뒤 안장에 올라타면 됩니다.”

    정 팀장의 조언에 따라 서너 번 연습한 뒤 엉거주춤하게나마 엉덩이를 안장에 안착시키는 연결 동작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수십m도 못 가 자전거길 안쪽 진흙탕으로 온몸이 쏠리면서 고꾸라질 듯 비틀거리는 동작을 열 번쯤은 반복했다는 것. 쓴웃음을 짓던 그는 “자전거는 라이더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진흙탕 쪽 말고 앞쪽으로 멀리, 진행 방향을 보라”고 조언했다.

    이론적으로야 이해가 갔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가 한강변 쪽 바깥 트랙에, 정 팀장이 진흙탕과 가까운 안쪽 트랙에 섰다.

    몇 번 연습 끝에 약간은 능숙해진 몸놀림으로 안장 위에 엉덩이를 밀어넣고, 왼쪽 페달도 힘차게 굴러 완전한 주행이 가능해졌다.

    그러자 고급 카본 소재로 제작돼 무게가 5~6kg에 지나지 않고, 그만큼 스피드에 강하다는 ‘스톡’ 자전거가 갑자기 실력 발휘를 하기 시작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해 비틀비틀 질주하다 한강변 쪽으로 휘청하는 순간, 멀리서 카메라를 잡고 있던 사진기자와 뒤에서 따라오던 정 팀장이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어, 어… 현진 씨!”

    악몽이 현실이 되는구나 싶어 얼굴이 노래지려던 순간, 나도 모르게 핸들을 트랙 안쪽으로 비틀었다.

    ‘꽈당 @#$#%#$@#’.

    소설가 김훈은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를 타면 길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예찬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나는 정신이 잠시 내 몸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현장을 목격한 사진기자는 “자전거가 공중부양을 했다”고 묘사했다.

    그 전까지 “원래 넘어지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위로하던 정 팀장은 두 번 다시 내게 ‘선수로 데뷔하라’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꺼내지 않았다.

    4월12일 일요일 최종 선택의 시간

    4월 첫째 주 기준, G마켓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전거 모델은 삼천리자전거의 ‘MTB 하운드 200SF 26인치’(16만3500원), 2위는 코렉스의 ‘르보아 클래식 7단’(18만1000원)이었다. 특히 ‘르보아 클래식’은 가격 대비 우수한 디자인에 눈길이 쏠렸다. 이마트에서는 삼천리자전거 ‘앙드레김 에디션’과 ‘아팔란치아’ 모델이 강세였다.

    정보 입수 후 남편과 유진바이크 매장을 다시 찾았다. 앞태, 뒤태를 요리조리 뜯어본 끝에 최종 후보로 올린 자전거는 2대. 아팔란치아 ‘스몰박스 RS’와 베네통의 ‘BSF2007A’였다. ‘스몰박스 RS’의 20인치 모델은 자전거 모델 중 흔치 않게 민트그린색이 있다는 사실이, ‘자출사’ 사이트에 구입 문의를 올리기도 한 베네통 ‘BSF2007A’(원래 점찍은 모델과는 조금 다르다)는 야무진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스몰박스’와 ‘베네통’은 둘 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딩 미니벨로였다. 베네통은 12.9kg, 스몰박스는 13.2kg로 무게도 비슷했다.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바이크 프라이데이’의 미니벨로 ‘티킷’ 모델은 반으로 접어 들고 다닐 수 있는 폴딩 모델이다. 헤드의 자전거용 스포츠웨어 ‘컨버전스 라인’과 톰보이가 바이커용으로 선보인 캔버스화까지 갖추니 겉으로는 자전거 좀 타본 사람 같은 ‘필’이 났다.

    “2년 전부터 미니벨로 판매량이 급증해 트렌드를 주시하고 있다”는 유진바이크 이재준 실장은 “두 모델 모두 베스트셀러이고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으니 디자인이나 편리성 기준으로 고르라”고 조언했다.

    고민 끝에 내린 최종 결정은 자전거 핸들의 그립감이 좋고, 색상이 독특한 아팔란치아 ‘스몰박스’.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소비자 권장가 기준(‘스몰박스’는 35만원, ‘베네통’은 41만9000원)

    5만원 이상 싼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내 자전거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출발은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오래 달리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휘청대는 수준이다. 정 팀장은 그 이유로 “속도 내기를 두려워해 페달을 지속적으로 구르지 않고 주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자전거 동호인 사이트에서 자주 회자되는,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 계속 페달을 밟는 한 넘어질 염려는 없다”(크라우드 페퍼)는 명언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너무 빨리 달리게 될까 봐, 또는 달리다 넘어지면 아플까 봐 주저하면 자전거도 인생도 앞으로 똑바로 나아갈 수 없다는 교훈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시작한 도전이 인생의 교훈까지 남겨주다니. 일주일간의 자전거 도전기는 그래서 ‘해피엔딩’이었다.

    안전하고 매너 있는 주행 7계명

    자출族, 얌체 짓 하지 말자!


    ‘자전거痴’ 김 기자, 두 바퀴 세상에 뛰어들다
    네이버 카페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는 4월 초 현재 약 25만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자전거 관련 동호회다. 이 카페에서 ‘사시장춘’이란 아이디로 활동해온 매니저 최용선(38) 씨는 “유가 상승, 불경기가 이어진 최근 1년 새 회원 수의 절반가량이 새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현재 카페 회원의 83%는 남성이며, 30대가 40%를 차지한다. 최씨에 따르면 ‘자출사’ 회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한 라이딩이다. 최씨에게서 안전하고 매너 있게 ‘자출’하는 노하우를 들었다.

    1. 인도를 멀리하라
    자전거 운전자의 상당수가 인도로 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자동차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인도에서 보행자와 추돌사고가 나면 자전거에 책임 소재를 묻는다. 자전거도 ‘차’와 같은 법적 규제를 받으므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한다.
    2. 교통신호 엄수, 안전장비로 무장
    정체 구간에서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얌체 자전거 운전자가 많다. 이로 인한 교차로 사고 건수 역시 해마다 증가한다. 교차로를 지날 때는 제한속도인 시속 5km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헬멧, 형광 조끼, 라이트(전조등, 후미등), 반사 시트 등 안전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자전거에는 쉽사리 위협운전을 하지 못한다.
    3. 수신호 활성화
    교차로에서 주변 자동차들에 자전거의 진행 방향을 수신호로 알려주는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4. 매너 있게 벨 울리기
    보행자들은 보통 자전거를 싫어한다. 자전거전용도로도 보행자와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인을 추월할 때는 ‘경고’ 의미로 놀라지 않을 만큼 눈치 있게 벨을 울려주는 것이 좋다.
    5. 오른쪽으로 타고 내리기
    자전거 운전자가 일반도로를 이용할 때 보도와 가까운 끝 차선을 달리게 되는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야 할 경우 반드시 오른쪽을 활용한다. 통상 자전거 왼쪽으로(게다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6. ‘마의 지역’에서는 현명한 드라이빙을
    도로 운전 시 흔히 접하는 다음의 사고 유형과 예방책을 명심해야 한다.
    # 차가 갑자기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돌진해오는 경우(그림 1)
    =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사용하거나 경적을 울려 위치를 알린다. 도로 끝(A)보다는 중간(B)을 달려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 정차 또는 주차된 차 문이 갑자기 열려 충돌하는 경우(그림 2)
    = 서 있는 차와는 1m 이상 떨어져 주행한다. 이 경우 차선의 한가운데를 달리게 돼 뒤차의 눈치가 보일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남 눈치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안전이다.
    # 신호대기 중인 자동차 옆에 정차한 상태에서 자동차가 급하게 우회전하는 경우(그림 3)
    =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식별하기 힘든 사각지대(A지점)보다는 B지점에 정차하라. 파란불로 바뀌면 자동차를 먼저 보낸 다음 천천히 출발한다.
    7. ‘자출사’ 사이트의 ‘바이크 버스’ 운동에 동참하자
    집과 직장이 자전거전용도로로만 연결돼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일반도로를 지나게 된다. 홀로 일반 도로를 주행할 경우 버스, 택시 등 자동차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거나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출근 시간대만큼이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모여 일렬로 ‘그룹 라이딩’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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