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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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점입가경 중국 사드 보복

인터뷰 |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 “도광양회·면밀관찰· 전략점검·신중행동”

정부가 對中관계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中에 맞서는 것이 애국 아냐”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3-13 18: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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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이 최근 한중관계에 대해 내놓은 촌평이다. 김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중국정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외교원 교수,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낸 중국 전문가다. 그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이야기하며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 뭐가 그렇게 절망적인가.

    “우리 정부는 사드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장치 정도로 보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드는 이미 남북문제의 범위를 넘어섰다. 미·중의 대외정책과 북한 요소가 얽혀 아주 긴박하게 돌아가는 전략게임의 한가운데 있는 이슈다. 과연 우리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이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에 충분히 대비했는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사드 배치를 천명한 이후부터 줄곧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의 보복 정황이 분명해지는 지금도 정부와 일부 전문가는 ‘경제 보복이 미미한 수준이니 염려할 것 없다’는 취지로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 변화하는 국제 정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3가지 착각

    ▼ 최근 국제 정세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다는 말인가.

    “먼저 북한부터 보자. 과거 북한은 약소국 멘탈리티를 갖고 있었다. 핵개발 이유도 자국의 생존 보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김정은의 태도는 다르다. 김정은은 광개토대왕 신드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수세적 태도에서 벗어나 강력한 핵역량을 바탕으로 공세적 대외정책을 펴려 한다는 얘기다. 중국 또한 최근 들어 점점 대담하고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트럼프가 집권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더는 우리가 생각한 전통적 우방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대전제로 놓고 사고하면 상황이 제대로 보이겠나. 또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각국 지도자의 캐릭터다. 북한 김정은, 미국 트럼프, 중국 시진핑, 일본 아베, 러시아 푸틴 등 모든 나라의 지도자 자리가 각국 역사에서 가장 마초적 기질을 가진 인물로 채워졌다. 이들의 개성과 자기주장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중국이 한국 및 미국과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는 만큼 결국 사드 배치를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 않나.  

    “그 점이 착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우리 정부가 가진 세 가지 전제는 첫째 중국이 아직은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질서 안에 편입된 상태라는  것, 둘째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본격적인 갈등관계로 치닫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는 것, 셋째 경제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의 갈등이 중국 국익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전제는 다 틀렸다. 우선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이미 붕괴하고 있고 회복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집권은 이 변화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다.

    중국은 이를 잘 안다. 그리고 적어도 아시아에서만큼은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규범을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 등으로 자신감도 얻었다. 이제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나 압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중관계 역시 예전 같지 않다. 한국과 중국이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적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경제협력 측면에서 두 나라는 이혼 과정에 돌입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중국은 더는 한국 수준의 기술과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금 중국에 필요한 건 독일이나 일본 수준의 실력을 가진 나라, 그리고 중국에 인력과 시장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는, 인구가 많은 저개발국이다.”



    “사드는 배치하되 중국과는 화해하라”

    ▼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말인가.

    “중국은 지난해 7월 8일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공표한 직후부터 내부 회의를 통해 한국을 응징할 다양한 카드와 시나리오를 만들어둔 걸로 안다. 그중 현재 중국이 채택한 전략은 ‘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으로 보인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당신이 나의 이익을 침해하면 나도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는 의미다. 양국 사이에 지금 같은 긴장이 계속된다면 중국은 한국을 단호하게 응징함으로써 강대국에 맞선 약소국이 어떻게 되는지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으려 할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현재 중국의 전략에 또 다른 의미도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나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 나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는 게 그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태도에 따라 여전히 우리와 관계를 개선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태도는 뭐라고 보나.

    “중국, 특히 시진핑의 자존심을 살려줘야 한다. 시진핑은 중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친한정책을 폈던 인물이다. 그는 대외정책의 두 축으로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 주변 외교 강화를 내세웠고, 그 대표적 성과 가운데 하나로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꼽았다. 중국이 수차례 공개적으로 한국 측에 사드 도입 자제를 요청한 것은 한국과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사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분노하고 모욕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 그러나 사드 배치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우리 정부의 결정 사항 아닌가.  

    “이제 와서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미국과 맺은 합의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결코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진핑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중국에게는 한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공동대응하고 대북협력을 강화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의 관심사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 사드 배치를 놓고 한중이 첨예하게 다투는 것은 수교 25주년의 성과를 모두 잃는 일이다. 이는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좀 더 냉정을 찾고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정부와 일부 전문가는 사드 배치가 주권 문제라며 강대국인 중국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에 단호하게 대응하자고 부추긴다. 마치 중국에 맞서는 것이 애국이고, 그렇지 않으면 매국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이를 좋게는 ‘필부의 만용’, 나쁘게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평하고 싶다. 현재 한국 경제의 내구성은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만 높이면 그 비용과 굴욕, 치욕은 다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직시하면서 지금 한 번 실족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절박함을 안고, 첩첩산중 양쪽 절벽 사이에서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정부에 ‘도광양회(韜光養晦)·면밀관찰·전략점검·신중행동’ 16자를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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