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1

2009.01.27

척 보면 소를 아는 소싸움 해설자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01-19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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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 보면 소를 아는 소싸움 해설자
    모래판 위로 싸움소 두 마리가 들어온다. 경기가 시작되고 소들은 뿔 달린 머리를 맞부딪친 채 물러설 줄 모른다. 관중의 응원소리가 커진다. 싸움은 점점 치열해진다. 그럴수록 말이 빨라지는 사람이 있다. 소싸움 해설자 김상엽(49) 씨다.

    “소싸움 해설자는 관중과 경기를 하나 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관중에게 경기를 쉽게 이해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웃음도 드려야지요.”

    1988년부터 소싸움 판에서 마이크를 잡았으니 올해로 21년째. 김씨는 30년 동안 한우를 길러온 축산인이기도 하다. ‘소싸움’을 ‘소사움’이라고 발음하는 그는 경북 청도 토박이. 그의 느릿한 말 속에서 정감이 느껴진다.

    소싸움 해설자는 전국에 4~5명밖에 안 된다. 그중 김씨는 ‘분석형 해설자’로 통한다. 그는 소싸움이 벌어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싸움소 820여 마리에 대해 연구한다.

    “싸움소는 주인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싸움소 성향을 파악하려면 주인의 훈련 및 사육 방식을 조사해야죠. 경기 중에 싸움소가 어떤 훈련을 받아 어떤 성향을 갖게 됐는지 관중에게 설명해줍니다.”



    뛰어난 말솜씨, 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소싸움 해설자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지만, 김씨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한다. 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김씨는 소를 “정직한 동물”이라 했다. 맑은 눈망울과 가식 없는 표정으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씨는 소싸움에서 인생을 배운다. 한물갔다고 평가되는 싸움소들이 당당히 재기해 상을 타내는 경우가 있는데, 꼭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것이다.

    “인생에도 많은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싸움소들에게서 찾아냅니다. 기축년 소띠 해에 경제난에 시달리는 많은 이웃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우직한 소처럼 다들 꿋꿋하게 어려움을 헤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대학생 인턴기자 김정(서강대 중국문화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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