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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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풍전등화’ 전경련의 운명

쇄신 아닌 해체 여론… 7000억 자산 국고 환수?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2-03 16: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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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설립 56년 만에 해체와 쇄신의 갈림길에 섰다. 전경련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의 단초가 된 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모금책 구실을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자체적으로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자발적 방안이 나오지 않거나 법인 설립 목적을 위배했다고 판명이 날 경우 정부 결정에 따라 설립허가 취소 등 강제 해산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삼성, LG, SK 등은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부터 전경련 회비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전경련 해체 조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에 손사래 치는 기업 오너들

    현재 전경련 소속 600개 기업 가운데 전경련 탈퇴를 저울질하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전경련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사실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회비만 내온 회사가 적잖다.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계속 남으면 전경련에 돈을 대는 비도덕적인 회사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는 만큼 기업의 전경련 탈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회비 총액, 기업별 납부 금액 등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기점으로 발을 빼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경련 150여 개 회원사가 참석하는 이사회는 보통 정기총회 2~3주 전 열리는데, 이날 회원사들은 정기총회에 올릴 안건을 의결하고 한 해 예산 및 기업별 회비에 대해 논의한다. 정기총회에는 600여 개 회원사가 참석하며 1년에 한 번 열린다. 정기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과반 참석자 중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정기총회는 현재 2월 23일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의 후임 선임과 전경련 쇄신안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온 허 회장은 임기가 끝나는 올해 정기총회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차기 회장 후보가 마땅히 없어 이번 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제대로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기업이 전경련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만큼 10대 그룹 오너 중에서는 차기 회장이 나오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10대 그룹 외에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료나 전문경영인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 역사상 오너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회장을 맡은 인물은 유창순 전 국무총리가 유일하다(1989~93년 재임). 최근 전경련 일부 회장단 회원사는 비공식 모임을 갖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고위 경제관료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전경련 임원이 사무국을 운영하는 ‘비상체제’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2010년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 건강상 문제로 회장직을 그만뒀을 때도 6개월 넘게 비상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차기 회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전경련 쇄신안 방안도 가닥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책임 있는 인사들이 쇄신안을 추진할 경우 그 자체를 두고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미리 쇄신안을 마련해둬야 하는 만큼 1월 전경련은 한 회계법인에 쇄신안 외부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쇄신안은 미국 경제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과 같은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당초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기금 조성이나 정치색을 배제한 채 순수하게 회원사 권익을 보호하는 BRT 형태로 거듭나는 방안이 유력하게 꼽히는 상태다.



    순자산 3500억 원 넘어

    전경련의 쇄신안 강구 이면에는 재산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현재 전경련 자산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회관(FKI타워)을 포함해 3600억 원(2014년 말 기준, 나이스 신용분석 보고서)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자본은 113억6900만 원이고, 건물을 짓느라 생긴 부채가 3489억8000만 원이다. 전경련은 2013년 12월 지하 6층, 지상 50층 규모로 FKI타워를 신축했다. 공사비 1863억 원을 포함해 총 4000억 원이 투입됐으며 사업비는 대부분 장기차입으로 마련했다. 2015년에는 부채가 3292억 원으로 소폭 줄긴 했지만 부채를 갚고 나면 자산이 별로 남지 않는 재무구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의도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전경련 회관 건물의 시가가 7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부채를 제하고도 순자산이 3500억 원은 넘을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또한 한 해 건물 임대 수익만도 4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FKI타워에는 LG CNS, 팜한농, 범한판토스, 서브원 등 LG그룹 계열사와 한화건설, 한화호텔&리조트, 도레이그룹 계열사 등이 입주해 있다. 신축 당시 공실률이 50%를 넘었지만 현재는 지상 8층과 17층 일부만 공실인 상태다.

    문제는 전경련 정관 어디에도 해산 시 재산 처분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이 전경련 지분의 50%를 차지하는 등 당초 각 기업이 출연한 금액이 있긴 하지만, 조직 해산 시 이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이런 경우 결국 민법의 적용을 받는데, 민법은 정관에 잔여 재산 귀속인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경우 처분하지 못한 재산은 국고로 환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경련이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쇄신안으로 탄생할 새로운 조직에 현 자산을 출연금 형태로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쇄신이라 볼 수 없다. 여론이 즉각적인 해체를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전경련이 어떤 형태로든 경제단체로서 위상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이름만 바꾸는 꼼수에 불과하며, 스스로 환골탈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즉각 절차를 밟아 해체하라”고 주장한다.

    또한 김 소장은 전경련이 제대로 된 쇄신안을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현 회장단은 즉각 사퇴하고, 보유 자산을 사회 환원 등의 방법으로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경련이 부채가 많긴 하지만 FKI타워와 토지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위기만 모면하면 회비로 수입이 유지되고 결국 진정한 쇄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경련 내부자들이 주도하는 쇄신 방안은 그들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사실 전경련의 쇄신안 마련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와 회장단 총회를 거쳐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주요 그룹 회장들이 총회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검 결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경련의 위법 행위가 밝혀질 경우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강제 해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경련 해체 여론의 저변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모금뿐 아니라, 그동안 전경련이 보여온 정경유착, 자유시장경제 질서 훼손 등의 역사가 짙게 깔려 있다. 전경련은 1961년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 일본 대기업 연합조직)을 표본으로 삼아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한국경제인협회를 만든 것에서 출발했다. 63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고, 68년 현 이름으로 개칭했다. 하지만 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해 모금한 사실이 ‘5공 청문회’에서 드러났고,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비자금 모금에도 연루돼 재벌총수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3일 전경련은 음성적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며 정경유착 단절을 선언했지만 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소위 ‘차떼기 사건’) 등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해에는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탈북자 단체를 우회적으로 지원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또한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이승철 부회장의 ‘말 바꾸기’도 비난 세례를 받고 있다. 전경련 실세인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 것으로, 청와대와는 관계가 없다”고 증언했지만 12월 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완전히 말을 바꿔 “당시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1월 19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5차 공판에서도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출연 액수와 기업, 임원진 모두 청와대가 정했다”며 청와대 개입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이는 양심선언 이전에 명백한 위증으로, 이로 인해 야권에서 주장하는 전경련 해체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경련 해체 여론이 거세지면서 내부에서도 동요가 감지된다. 최근까지 전경련은 고액 연봉에 한번 입사하면 중간에 잘릴 걱정이 없는 ‘신의 직장’으로 꼽혔다. 현재 전경련 직원 수는 130여 명으로 해마다 신입사원 2~3명을 뽑는다.

    전경련 한 직원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내부 분위기가 무척 뒤숭숭하다. 지난 하반기에 1차로 뽑힌 사람들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더는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회사의 운명은 특검 결과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여부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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