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3

2007.09.18

“무인 음주단속 시대 기대하세요”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7-09-17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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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 음주단속 시대 기대하세요”
    “최근 3년간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중 차량에 끌려가 부상을 당한 경찰관이 150여 명이고, 3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기계는 꼭 필요한 음주단속을 수행하면서도 단속 경찰관의 안전을 고려하는 근본적인 예방대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했던가. 최근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셀프 음주단속기’를 개발한 주인공은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이성진(40·사진) 경사와 이현순(35) 교통사고 조사계장이다. 두 사람은 음주단속에 나서는 동료들의 고단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의기투합했고, 고속도로 요금소의 무인 발권기에 착안해 무인 음주단속기를 개발했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무인 음주단속기가 설치된 도로에서 운전자가 감지기를 꺼내 스스로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 식이다. 단속기에서 “음주 감지기를 당겨 불어주십시오”라는 자동 음성이 나오면 운전자는 음주 감지기를 빼내 ‘후’ 하고 불면 끝이다. 문제가 없을 경우 개폐기가 자동으로 열리지만,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감지될 경우 경고음이 울리면서 ‘음주 측정 대상자’임을 알린다. 그럼 주변에 있던 경찰관이 다가와 재차 음주 측정을 하게 된다. 1.1m 높이의 막대 모양 단속기와 차량을 통제하는 개폐기로 구성된 이 기계는 무게가 15kg 정도에 불과해 순찰차 트렁크에 싣고 다닐 수 있다.

    보기엔 간단한 듯하지만, 세상에 없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해 5월 마산경찰서 내에 관련 학습동아리를 결성했고, 이후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제작을 앞두고 예산문제에 부닥쳤다. 고심 끝에 특허출원 뒤 기계를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가까스로 시제품 제작에 돌입할 수 있었다. 결국 수차례의 실험과 시연회 끝에 지난 7월, 아이디어를 낸 지 1년4개월 만에 전 세계 최초로 무인 음주단속기 개발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산경찰서는 물론 전국 각지 경찰관들이 많은 관심과 호응을 보내왔다.

    “초기엔 냉소적 반응이 없지 않았지만, 장비 제작이 현실화되자 많은 분들에게 격려의 말과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이 경찰관은 물론 시민의 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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