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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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성형수술 그리고 에피소드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8-14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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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감나는 성형수술 그리고 에피소드
    2003년 7월22일 첫 방송된 이 작품은 전파를 타자마자 TV 드라마 수위를 놀리기라도 하듯 강도 높은 수술 장면과 아찔한 러브신으로 단번에 화제에 올랐다.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일반인을 실제로 성형수술해 그 변화를 상세하게 점검하는 리얼리티 쇼의 일종) ‘도전 신데렐라(Extreme Makeover)’에 자극받은 FOX TV가 만든 ‘닙턱’이 그것이다. 두 명의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성형외과 의사의 이야기인 ‘닙턱’의 제목은 ‘자르다(nip)’와 ‘쑤셔넣다(tuck)’라는 뜻의 두 단어를 합친 것으로, 성형수술을 지칭하는 미국식 은어다.

    잘생기고 스타일도 좋은 크리스천은 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 역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이자 동업자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션은 확고한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들은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수술해주면서 의견대립으로 다투고, 원하지 않는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닙턱’이 시즌5(10월 FOX TV 방송 예정)까지 제작되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는 리얼한 수술 장면 묘사의 힘이 크다. 얼굴이나 복부에 주사기를 찔러대거나 와이어를 끼워넣고, 볼트로 고정한 피부를 잡아떼는 등의 장면은 슬래셔 필름을 방불케 할 만큼 섬뜩하다.

    하지만 ‘닙턱’이 파격적인 성형수술 장면에만 초점을 뒀다면 지금의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시청자는 점점 더한 강도를 원할 것이고, TV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닙턱’에서 ‘성형수술’은 이야기를 이끄는 커다란 줄기일 뿐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그 안에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구성된다. 동성애와 부에 대한 욕망, 섹스와 범죄, 마약 등이 ‘닙턱’의 주요 소재이자 사건이 되는 이유다. 게다가 ‘닙턱’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나누지 않는다. 대신 한 발짝 물러나 사건을 관망한다. 결코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 이 현명한 시리즈는 사악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관조적인 시선으로 ‘아직은 괜찮다’며 다독거리기까지 한다. 이것이야말로 ‘닙턱’이 장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일 것이다.

    자칫 하드코어적인 B급 시리즈로 전락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 데는 배경음악의 구실도 컸다. ‘닙턱’은 날카로운 메스와 선홍색 피로 가득한 수술 장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선율의 팝송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한다. 익숙한 팝음악과 잔인한 수술 장면의 부조화는 묘하게도 섬뜩함을 배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닙턱’은 성인물 수준-동성애, 트리플 섹스 등-의 정사 장면 뒤에 강렬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으로 기교를 부리는 여유로움도 부린다.

    8월15일에는 사이언톨로지교에 빠진 션의 아들 매튜의 이야기인 ‘Dawn Budge’편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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