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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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놈들 다 모여라, 한판 붙자

9월 금산에서 ‘스트롱맨’ 세계대회 개최… 돌덩이 옮기기 등 원초적 힘겨루기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7-08-08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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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 놈들 다 모여라, 한판 붙자

    2년 연속 세계챔피언 지드루나스 사비카스

    수컷들이 무리 중 센 놈을 가리는 것은 ‘동물세계’에서는 보편적인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마디로 힘겨루기 대회인 ‘스트롱맨’ 대회는 지극히 원초적이다. 원초적인 것은 언제나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트롱맨 세계챔피언십 대회가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린다. 인삼으로 유명한 충청남도 금산에서 9월9일부터 15일까지. 이 대회는 말 그대로 ‘센 놈’을 가리는 대회다. 어떤 나라든 예부터 그런 대회가 하나씩은 있었다. 우리로 치면 씨름이고, 일본은 스모쯤 된다. 국제화된 종목으로는 역도가 있다.

    한국에 맞는 3개 종목도 개발

    씨름이나 스모 등 격투기에 속하는 종목이 ‘힘+기술’이라면 스트롱맨 대회는 오로지 근육의 힘만을 겨룬다. 역도가 규격화된 무게를 규격화된 방식으로 겨룬다면, 스트롱맨 대회는 돌덩이·트럭·통나무 등 좀더 원형에 가까운 물건을 ‘많이 들어올리기’ ‘들고 이동하기’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겨룬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방식은 대회의 원초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스트롱맨 대회의 성격 자체는 오래됐지만, 현재 같은 규격화된 대회로서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5년 힘겨루기선수국제연맹(IFSA)이 결성, 각국의 힘겨루기 방식을 바탕으로 20여 개 세부 종목이 정해진 뒤 국제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스트롱맨 세계챔피언십 대회는 2005년부터 열렸으니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3회째인 셈이다.



    이번 대회 유치에는 박동철 금산군수의 역할이 컸다. 박 군수는 “지역 특산물인 인삼을 어떻게 세계에 홍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스트롱맨 대회 유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보양식’이라는 인삼의 특성에서 스트롱맨 대회와의 접목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대회가 제27회 금산인삼축제 기간 중 열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회 주최 단체도 ‘금산인삼축제집행위원회’다.

    IFSA 측도 아시아시장 확대 차원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대회 홍보를 위해 지난달 중순 한국을 방문한 IFSA 크리스티안 패넬 회장은 “현재 38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스트롱맨 대회의 세부 종목은 바이킹의 전통을 이어받은 스칸디나비아 문화에서 차용한 것인데, 최근엔 다양한 문화에 맞는 종목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FSA는 이번 한국 대회에 맞춰 한국 문화에 부합하는 3개 종목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선 참가 200명 선착순 모집

    8월1일부터 대회 예선참가 신청이 시작됐다. 힘 좀 쓴다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몰릴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 자못 궁금하다. 대회 주최 측은 참가 자격을 ‘18~60세에 벤치프레스로 100kg 이상을 3회 이상 들 수 있는 자’로 정하고 선착순으로 200명을 받겠다고 밝혔다.

    1차 예선에서 20명을 가리고, 이들 중 해외 예선 통과자와 겨뤄 6명이 본선에 출전한다. 세계랭킹이 높은 18명이 본선에 이미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30위 안에는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러시아연방에 속했던 나라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아시아 국가 선수는 아직 한 명도 3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인터뷰] 세계 챔피언 지드루나스 사비카스

    “열세 살 때 시작… 하루 7000~8000㎈ 섭취해야”


    지난달 대회 관계자들과 함께 내한한 지드루나스 사비카스(32·리투아니아)는 현역 챔피언이다. 스트롱맨 세계챔피언십 초대 대회부터 2회 연속 우승했다. 금산 대회에서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키 190cm, 몸무게 165kg. 스트롱맨 선수치고 큰 체격은 아니라니 그게 더 놀랍다.

    그가 뿜어내는 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425kg 무게를 어깨에 진 채 일어나고, 누워서 285kg을 드니 ‘인간 기중기’가 따로 없다. 국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반인 출연자 10명과 줄다리기해서 이기기도 했다.

    -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열세 살 때 우연히 TV에서 스트롱맨 대회를 봤는데 ‘한번 해볼까’ 싶었다. 당시 175cm에 90kg 정도 나갔다. 덩치가 비슷했던 친구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는데 힘 느는 속도가 단연 최고였다.”

    - 일반인은 보디빌더들을 힘센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스트롱맨 선수와 어떤 차이가 있나.

    “당연히 우리가 더 힘세다. 보디빌더들은 보기에 아름다운 근육을 만들고 우리는 힘을 쓰는 데 필요한 근육을 키운다. 보디빌더들은 체지방을 낮추는 데 힘을 기울이지만 지방이 없으면 힘이 빠져나간다. 또 힘을 쓰려면 근육뿐만 아니라 뼈와 연골의 단련도 중요하다. 대회 초기에 보디빌더들이 많이 출전했지만 좋은 성적을 낸 경우가 없다.”

    - 먹는 것도 중요한가.

    “당연히 잘 먹어야 한다. 나는 유제품과 감자, 육류, 생선 등의 식단으로 하루 7000~8000Cal의 음식을 섭취한다. 칼슘 섭취를 위해 우유도 매일 3~4ℓ를 마신다.”

    2005년 리투아니아 최고 스포츠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던 사비카스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생활을 할 작정이다. 힘이 떨어지면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 내년에 결혼하는 예비신부의 몸무게는 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단다. 사비카스는 “아시아인도 어릴 때부터 특화된 훈련을 열심히 한다면 세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롱맨대회 주요 종목



    센 놈들 다 모여라, 한판 붙자
    애슬리트 스톤(Athlete stone)
    일정 무게의 돌덩어리를 땅바닥에서 들어올려 계단식의 선반 위에 올려놓는 경기.

    파머스 워크(Farmers walk) 양손에 지정된 무게의 기구를 들고 일정 거리를 달리는 경기. 단시간에 완주하는 선수가 승리하는데, 중간에 휴식이 허용된다.

    슈퍼 요크(Super yoke) 양쪽 어깨에 기구를 짊어지고 일정 거리를 달리는 경기.

    로그 리프트(Log lift) 일정 무게의 통나무를 반복해 들어올리는 경기.

    쉴드 워크(Shield walk) 정해진 무게의 쇳덩이를 땅바닥에서 들어 옮기는 경기. 한 번에 먼 거리를 옮기는 선수가 승리한다.

    센 놈들 다 모여라, 한판 붙자
    로그 프레스(Log press) 무게가 다른 각각의 통나무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경기. 제일 무거운 것까지 전부 들어올리는 선수가 승리한다.

    트럭 풀(Truck pull) 트럭을 끄는 경기. 주어진 시간 안에 트럭을 많이 움직인 선수가 승리한다.

    카 휠배로(Car wheelbarrow) 소형차 뒷부분을 들어올린 상태에서 앞으로 전진하는 경기. 정해진 지점에 빨리 도착하는 선수가 승리한다.

    센 놈들 다 모여라, 한판 붙자
    데드 리프트(Dead lift) 무거운 바벨을 바닥에서 허리까지 들어올리는 경기.

    타이어 플립(Tire flip) 초대형 타이어를 뒤집으면서 목표지점까지 가는 경기.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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