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2007.05.01

“개인의 행동 vs 민족 연대책임” 조승희 충격 정반대 시선

  • 입력2007-04-25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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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악의 캠퍼스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23)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 동포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도 큰 충격을 받았다. 여덟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 1.5세대인 조씨는 영주권자이지만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아 국적은 한국인이었다. 따라서 미국 언론은 그를 ‘한국인’으로 표기했다. 당연히 많은 재미교포와 한국인들은 역풍을 우려했다.

    “이민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국적이 한국인인 범인이 미국인을 32명이나 무참하게 살해했으니 ‘안티코리안’ 정서가 거세게 불어 교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또 한미관계에 비상등이 켜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사회는 조용하다. 언론도 한국이라는 범인의 배경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범인의 정신병력, 총기소유 문제, 학교 대응태세의 적절성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범인 조성희의 국적을 강하게 의식하는 쪽은 오히려 한국과 한국인들이다. 미국에서 1세 교포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돈을 모아 ‘뉴욕 타임스’에 광고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미 국무부에서 35년 넘게 근무한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한국인이 위로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조성희가 버지니아주에 살았던 기간이 한국에서 살았던 기간보다 훨씬 길다. 그렇다면 버지니아 주민이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리비어 회장은 “미국은 이번 사건을 ‘불안한 정신을 가진 개인의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한국 출신의 범죄행위에 집단적인 수치심을 느끼는 점에 대해 미국 사회는 이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서에 익숙한 교포 2세들도 이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한 교포 2세는 “한국과 전혀 관련 없는, 정신이 이상한 한 개인의 일에 왜 한국인이 책임을 느껴야 하나. 1세들의 정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만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는 미국, 비록 자신의 행위는 아니지만 같은 민족의 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느끼는 한국, 분명히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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