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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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정상회담說 ‘모락모락’

차기 6자회담 가시적 성과 예상 … ‘북-미 훈풍’ 동북아 정세 급변 가능성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입력2007-01-31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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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자 정상회담說 ‘모락모락’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16일)과 설날(2월18일) 이전에 6자회담이 개최될 전망이다. 2006년 12월18~22일에 5차 2단계 회담이 열렸으니, 두 달이 안 돼 재개되는 셈이다. 1월16~17일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접촉에서 양측은 회담 진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의 가닥을 잡고 초기 단계의 이행 및 보상 조치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으로 위기가 한껏 고조됐던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이 같은 반전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미국의 태도 변화다. 지난해 11월18일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그 첫 단추가 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終戰) 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이 바로 그것. 처음 이 제안이 나왔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에 방점을 찍어, 부시의 발언이 정치적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11월28~29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베이징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부시 대통령의 제안을 상세하게 전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종전1선언’ 문제가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미 측은 ‘종전선언문’ 서명식과 ‘평화조약’ 체결을 구분해, 북한이 초기 단계 이행 조치를 받아들이면 그 보상 조치로 종전선언 같은 서면 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 후 5차 2단계 6자회담이 열렸지만, 이 자리에서는 상대방의 의사를 공식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핵실험 직후 첫 6자회담에서 북한이 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BDA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준다면,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시위에 굴복했음을 의미한다. 북한 또한 BDA 문제와 관련한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6자회담에 복귀한다면 굳이 핵실험까지 하면서 버텨온 이유가 없어진다.

    美, 對北 유화 제스처 당분간 지속될 듯



    그런 점에서 2월 초에 재개될 5차 3단계 6자회담에선 확실히 모종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선 회담의 성격이 모멘텀 회복과 상대방의 의사 타진을 위한 ‘디딤돌 회담’이었다면, 오는 6자회담은 지난 수차례의 회담을 일단락짓고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표현한 대로 ‘제2막 1장’의 문을 여는 회담이 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1월23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집중 외교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겠다”고만 밝혔을 뿐, 이례적으로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이 핵실험까지 단행한 북한에 이렇듯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지난해 11월7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함에 따라 럼즈펠드 국방장관, 볼턴 유엔대사 등 강경파가 후퇴하고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롯한 협상파는 2005년 2월10일 북한 외무성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을 때부터 협상안을 준비해왔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통해 ‘제1막’을 내렸다.

    그러나 강경파의 반격으로 힐 차관보의 방북이 무산되고 금융제재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5월 라이스 국무장관의 오랜 친구이자 국무부 정책고문이던 젤리코는 북핵 해결을 위해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을 병행하는 ‘새로운 포괄적 접근(broad new approach)’을 제시했다. 이것은 9월 ‘2+2 한미 안보전략대화’에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common and broad approach)’으로 공식 등장했다. 그 후 미 중간선거 결과로 강경파가 퇴장하자 ‘종전선언’ 같은 타협안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사태의 마무리와 이란 핵개발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북한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부시 대통령은 점진적인 철군을 주장한 이라크연구그룹(ISG)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채 오히려 이라크에 미군 2만1500명을 증파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여론의 반대에도 증파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란의 핵개발에 맞서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이 중동 문제에 힘을 집중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정책에서 딜레마에 빠진 부시 행정부로서는 차기 대선을 의식해 적어도 북핵 문제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할 절박성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미국의 변화된 대북정책이 전략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6월25일 전후가 적기?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BDA 문제나 북한의 영변핵시설 동결 문제보다 오히려 ‘종전선언’과 관련해 어떠한 합의가 나올지 하는 점이다. 미국 측이 밝힌 종전선언 구상은 일찍이 북한이 주장해오던 ‘잠정협정’ 구상과 매우 유사한 데다 부시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인한 것처럼 단독의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 6자회담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온다면 노 대통령, 부시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3자 정상회담은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핵시설 동결과 IAEA 사찰단원의 감시활동 재개, 포괄적인 핵 신고를 북한이 받아들이고,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문’ 서명식을 갖자는 것이 미국 측의 제안이기 때문이다. 3자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를 전후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가능하다.

    5차 3단계 6자회담에서 북핵 동결이 발표되면 미국은 당장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하거나, 그 전 단계로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그 뒤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3자 정상회담 개최 및 종전선언문 이후 한반도 종전관리기구에 관한 협의가 시작될 것이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3자 정상은 한국전 종전선언문에 서명하고 김 위원장은 ‘미사일·핵실험 모라토리엄’을 천명할 가능성이 높다. 3자 정상회담을 전후해 열리게 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평화선언 발표와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 개최,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비롯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이 발표될 수 있다.

    만약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이 합의된다면 올해 3~4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6월25일을 포함하는 기간에 열릴 수 있다. 장소도 제3국이 아닌 한반도 내의 어느 지역이 될 것이다.

    이처럼 남-북-미 3자회담이 개최된다면, 북한 핵실험으로 얼어붙었던 한반도 및 동북아 국제 정세가 급변하게 될 것이다.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도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하게 남-북-미 3국의 국내 정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12월 대통령선거라는 미국 정치의 계절에 찾아오게 될 ‘종전선언’ 바람이 돌풍으로 변해 국내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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