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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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용산·서초구 재정건전성 ‘낙제점’

행자부 분석 결과 재정자립도 높지만 건전·효율성 낙후 지자체 수두룩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1-15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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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용산·서초구 재정건전성 ‘낙제점’

    울산시는 2006년 지방재정분석 결과 광역단체 중 최하인 C등급을 받았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2006년이 그야말로 ‘뼈를 깎는’ 한 해였다. 2005년 12월 발표된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의 ‘지방재정분석’ 결과 때문이다. 남양주시는 30개 항목의 지방재정건전성지표 중 무려 19개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최하위 등급인 E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결과가 발표된 이후 신문, 방송 등 지역언론은 연일 방만한 시 행정을 질타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남양주시는 변변한 해명자료 하나 내놓지 못했다. 시청의 한 관계자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재정분석 결과가 나온 지 5개월 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현직 시장이 정당 공천도 받지 못하고 출마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지방재정분석 결과가 공천 탈락에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남양주시는 1년 새 E에서 A로 급상승

    하지만 1년 사이 남양주시는 크게 달라졌다. 시청 직원들은 한마음으로 뭉쳐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력했다. 먼저 관내 택지개발사업을 본격화해 150억원이 넘는 세원을 확보했다. 6274명에 이르는 고액 세금체납자를 위한 특별징수대책반을 운영해 추가 세수(15억원)도 거둬들였다. 시 행정, 그중에서도 예산 관련 행정은 투명해졌고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체 교육도 1년 내내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1년 뒤인 2006년 12월 행자부가 발표한 ‘2006년도 지방재정분석 결과’에서 남양주시는 당당히 A등급 최우수상을 받았다. 세입구조 11개 항목 중 9개가 전년보다 상승하거나 건전화됐으며, 세출 분야의 주요 항목(9개)도 모두 좋아졌다. 지방세 징수율은 2005년(71.35%)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89.50%)했다. 경상경비는 1.34% 낮아졌으며, 인건비 비율도 0.84% 감소했다.



    남양주시는 작년 말 국무총리상과 함께 중앙정부로부터 1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남양주시청 예산팀 김승수 팀장은 “시 살림살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대부분의 시 예산, 특히 재정 관련 수치를 계량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 같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 더욱 값지게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종로·용산·서초구 재정건전성 ‘낙제점’

    울산시청 전경.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

    반면 ‘2006년 재정분석 결과’ 발표로 망신을 당한 지자체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동래구. 동래구는 지난 한 해 남양주시와 정반대 길을 걸었다. 2005년 평가 당시 전국 최고인 A등급을 받았던 동래구는 2006년 평가에서는 E등급을 받아 추락했다. 동래구는 그 이유에 대해 사회단체보조금 등 민간이전경비 비율이 동종 단체 평균 이상으로 증가(46억원)했고, ‘05동래읍성축제 개최’(2억원)에 따른 행사축제경비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행자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확인 결과, 동래구의 재정운영 상황은 1년 사이 많은 항목에서 악화돼 있었다. 지방세수 예측도, 투자비 비율 등은 부산지역 평균에도 한참 뒤처졌다. 추경예산 편성 비중(42.86%)도 부산 평균(19.3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재정분야 전문가들은 추경예산 편성 비중이 높을수록 ‘계획적인 예산수립과 집행에 실패’한 것으로 해석한다. 연말에 각종 관급공사를 집중하는 것과 같은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의 대표 지표인 연말지출예산 비율도 2.9%로 부산지역 평균(1.8%)보다 높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임성일 정책연구실장은 “동래구의 경우 재정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특히 재정 예측 부분이 취약하다. 이는 동래구가 정밀화되고 과학화된 예산수립, 재정운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세입·세출 구조 등 30여 개 항목 평가

    행자부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위탁해 2년째 발표하고 있는 ‘지방 재정분석 결과’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재정분석 실사단’이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세입구조, 세출관리, 재정관리, 채무관리, 재정투명성, 국가정책 이행 등 30여 개에 이르는 재정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로, 재정건전성과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실시한다. 2006년 분석 결과 서울시와 인천시, 남양주시 등을 포함한 전국의 50개 지자체가 A등급을 받았고 부산, 울산, 강원, 충북, 전북 등 광역자치단체가 C등급을 받았으며 성남, 부천, 서울 종로구 등 45개 지자체가 E등급을 받았다.

    재정분석 결과는 재정 여건이 불리한, 또는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도 효과적인 재정관리(개선)와 노력 여하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5년 재정분석 시 중·하위 등급 평가를 받은 자치단체 중 상당수가 2006년에는 중·상위 등급으로 약진했다. 단적인 예가 2005년에 C등급을 받으며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 중 최하위였던 전라남도. 전남은 ‘과년도 체납액 낮추기 운동’을 전개해 26억원의 지방세체납징수율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고, 민간에 지원되는 경상경비에 대해 공모와 심의위원회 심의제도를 채택해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만든 성과 등이 인정돼 1년 만에 A등급으로 올라섰다.

    전남 화순군도 소도읍 육성사업 등에 대한 지원(투자비 비율 증가)으로 E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라서며 건전한 지방행정의 모범사례로 꼽혔으며, D에서 A등급으로 올라선 대전 동구의 경우에는 지방세 예측도 제고를 위한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청 예산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장기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한 것이나 민관 합동으로 예산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 동래구처럼 실패한 곳도 많았다. 경남 울산시의 경우 2005년 A등급에서 2006년에는 C등급으로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업 및 개인사업자의 부도 증가로 인한 지방세징수율 하락, 대기업의 법인세 경정에 따른 주민세 환급 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방세 과오납 비율이 급증(50여 억원)한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임성일 실장은 “과오납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예산) 예측에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북의 경우 A등급에서 1년 만에 C등급으로 떨어졌으며 경북 영천시와 경남 창녕시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자체들 “기준 모호” 불만 표하기도

    재정분석 결과는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재정건전성과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이 틀렸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서울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평균(53.1%)보다 높은 종로구(77.2%), 중구(74.4%), 서초구(90.4%) 등이 재정분석 결과에서 E등급을 받는 망신을 당했다. 특히 종로구와 중구 등은 2년 연속 E등급에 머물렀다. 경기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성남(72.4%)과 부천(62%)이 2년 연속 E등급을 받은 반면, 재정자립도가 48.2%에 불과한 의정부시와 40.4%인 남양주시는 A등급을 받았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 있는 수도권의 상당수 지자체가 D등급 이하의 평가를 받았을 만큼 재정운용이 허술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표 참조).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넉넉한 재정상태에 안주한 채 방만한 시정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방행정분석센터 서정섭 소장은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건전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고 볼 수 있지만, 재정자립도와 재정의 건전성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 “재정이 넉넉한 자치단체들이 상대적으로 방만한 재정운영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이번 분석 결과로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2년간 두 차례 실시된 재정분석 결과가 전국 지자체의 행정과 예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다. 행정서비스의 질, 업무 효율성, 효과적인 인력배치 등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분석은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비용(cost)을 계산할 수 없는 재정운용의 한계’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비용을 계산할 수 없으니 결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 때문일까. 행자부의 분석 결과에 대해 많은 지자체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준이 모호하고 개별 지자체의 특성을 살피지 않은 채 획일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 “굳이 이런 걸 공개해 망신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불평도 나온다. 2005년 A등급에서 2006년 D등급으로 떨어진 경북 영천시의 한 관계자는 “계량화된 수치의 기준이 모호한 점, 각 시도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점 등은 이 조사의 분명한 한계”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조사의 한계는 있지만 재정상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자치단체가 스스로 자기진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작업은 그를 위한 일보 전진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인천·경기 지자체 재정분석 결과 (자료 : 행정자치부)
    등급 2005년 2006년
    A 서울(광역), 수원 용인 양주 동두천(시), 여주(군),

    서울 강서 은평 인천 부평(구)
    서울 인천(광역), 의정부 남양주 이천 광주 양주(시),

    연천(군), 서울 광진 금천(구)
    B 인천 경기(광역), 고양 의정부(시),

    서울 도봉 노원 금천 강남 인천 남동 인천 서(구)
    경기(광역), 평택 동두천 고양 시흥 안성 포천(시),

    여주(군), 서울 성동 은평 양천 강서 인천 동 인천 남동(구)
    C 광명 화성 파주 구리 김포 포천(시),

    서울 강북 서대문 영등포 서초 송파 인천 계양(구)
    수원 안양 광명 과천 의왕 용인 파주(시),

    가평(군), 서울 중랑 노원 서대문 마포 강ㄴ마 송파 강동(구)
    D 이천 광주 의왕 과천(시), 강화(군), 서울 용산 광진 동대문

    중랑 강동 마포 양천 동작 관악 인천 동(구)
    구리 군포 김포 화성(시), 양평(군), 서울 동대문 성북 도봉

    구로 동작 관악 인천 중 인천 남 부평 계양 인천 서(구)
    E 성남 부천 안양 안산 남양주 시흥 군포 안성 하남 오산(시),

    옹진 가평 양평(군), 서울 종로 중 성동 성북 구로 인천 중

    인천 남 연수(구)
    성남 부천 안산 오산 하남(시),

    서울 종로 중 용산 강북 영등포 서초 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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