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6

2016.12.07

권영산의 생존 창업

골목 안 대박집의 비결

성공 요인은 입지조건보다 상품력에 있다

  • 입력2016-12-06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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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자본 창업자나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점포 창업을 위해 입지분석을 할 때는 가시성과 접근성만 파악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으려면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흔히 입지분석을 상권분석의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는 확연히 구분된다. 상권이란 고객 또는 판매자 처지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판매하는 범위를 나타낸다. 상권분석은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을 통해 구매 및 판매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설정하고 각 요소를 분석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한편 입지분석이란 가시성, 접근성, 인지성, 홍보성, 주차 용이성 등을 세밀하게 조사·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지난 호에서 입지조건을 조사·분석할 때 반드시 살펴봐야 할 5가지 중 가시성과 접근성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에서는 인지성, 홍보성, 주차 용이성을 알아본다. 특히 구체적 사례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는 데는 입지조건보다 상품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입지조건 5가지 두루 갖춘 대박집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화로구이’


    ‘화로구이’는 서울도시철도공사 5호선 발산역 3번 출입구 부근에 있다. 특히 6차로인 강서로와 2차로인 강서로 54길 각지(코너)에 자리해 가시성이 뛰어나다. 또 상당한 규모의 전용주차장을 확보하고 있고 횡단보도가 가까이 있으며 유턴이 가능한 도로까지 접하고 있어 접근성과 주차 용이성도 양호하다. 지하철역이 코앞인 데다 NC백화점이 바로 뒤에 자리해 인지성 또한 양호하다. 마지막으로 홍보성 역시 지하철역 3번 출입구와 NC백화점 덕에 좋은 편이다. 발산역 상권이 크게 번성한 것은 아니지만 입지특성상 최고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입지조건이 워낙 좋아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입지조건 5가지 모두 부족한 유명 맛집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고릴라’


    모서리살(항정살) 전문점 ‘고릴라’는 1999년 중구 서소문동 경남은행 서울지점 골목에서 1호점을 시작으로 10년 전쯤 충정로에 2호점을 열었으나 서소문동 재개발로 1호점이 사라져 현재는 충정로 점포만 남아 있다.

    이곳의 입지특성을 살펴보면 좁은 골목길에 자리해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지 않다. 워낙 좁은 골목이라 주차는 엄두도 낼 수 없고, 부근에 눈에 띄는 주차공간도 없다. 다만 서울도시철도공사 5호선 충정로역 출구에서 400m 거리에 있고, 8차로인 충정로에 자리한 동아일보사 맞은편 골목에 있어 그나마 인지성은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홍보성도 그다지 좋지 않아 입지특성만으로 보면 장사가 잘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 ‘충정로 맛집’을 검색하면 바로 ‘고릴라’가 나올 만큼 지역 명소다. 점심시간에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려는 직장인이 즐겨 찾고, 저녁에는 숯불구이 돼지고기에 술 한잔하려는 회식 손님이 몰려온다. 관광안내 책자에도 소개돼 가시성,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도 외국인 고객이 심심치 않게 찾아온다.

    강서구 등촌동 ‘화로구이’는 가시성, 접근성, 인지성, 홍보성, 주차 용이성 등 입지조건 5가지를 모두 갖췄고, 반대로 서대문구 충정로 ‘고릴라’는 이 5가지가 대부분 부족한데도 두 집 모두 ‘대박집’으로 불린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입지조건이 나쁜데도 대박집이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주간동아’ 1061호에 소개했듯이 ‘성공 비결은 진정성과 디테일’이다. 진정성은 곧 상품력이다. 상품력은 음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모든 업종을 불문하고 성공의 첫 번째 요소이며 고객이 원하고 찾는 바이다. 골목 안 대박집이나 소문난 맛집이 음식 재료에 대한 진정성을 고집하는 것도 상품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아무리 입지조건이 좋아도 취급하는 제품의 상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친절, 청결까지 갖추면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입지조건 꼼꼼하게 분석할수록 실패 적어

    다시 ‘화로구이’와 ‘고릴라’로 돌아가보자. 입지조건만 따진다면 당연히 등촌동 ‘화로구이’가 충정로 ‘고릴라’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좋다. 하지만 소자본 창업자가 ‘화로구이’ 같은 입지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입지를 차지하려면 어마어마한 창업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자본 창업자가 접근해야 할 입지는 ‘고릴라’같이 골목길이나 이면도로 입지를 선택해 상품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불황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상권 입지조건보다 상품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소자본 창업자는 자신이 창업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탁월한 경쟁력또는 차별성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성급하게 창업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어떤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상품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보류하는 게 낫다.  

    지난 호에서 입지분석 7단계 가운데 1단계 후보지 점포 선정과 2단계 입지조건 조사 및 분석 방법을 소개했다. 물론 1, 2단계가 입지분석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나머지 5단계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입지분석에 들어가기 전 먼저 자신이 창업할 업종이 주간상권 점포에 맞는지. 야간상권 점포에 맞는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취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식사 위주의 업종이라면 주간상권 점포를, 술 위주라면 야간상권 점포를 찾아야 한다(3단계 방향 파악). 다음으로 규모나 층수·위치·모양·높이·업종 구성 등 점포 특성을 조사하고(4단계 점포 특성 조사), 전기용량·도시가스·상하수도·공조시설·화장실·정화조용량 등 시설조건을 알아보며(5단계 시설 조사), 점포 주변 환경과 단절 요인·경쟁업체·접객시설·경쟁업체 등을 파악하고(6단계 주변환경 조사), 소유권·권리관계(7단계 권리분석)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권리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등기부등본과 건축물관리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토지대장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입지분석을 꼼꼼하게 진행한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점포 계약을 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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