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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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누리당이 쪼개지지 않는 이유

명분, 실익, 그리고 ‘샤이 새누리’ 지지층…대선 앞두고 보수 재결집에 기대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11-29 10: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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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우리 당이 감수해야 할 일이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다.

    “탈당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을 나왔다고 국민이 ‘책임을 다했다’고 인정해줄까. 최순실 게이트는 탈당 명분으로 약하다.”

    ▼ 새누리당에서 성장해온 두 사람이 이 시점에 탈당한 이유가 뭘까.



    “친박(친박근혜)이 버티는 당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본 것이다.”

    김용태 의원은 4월 총선 이후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을 개혁할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친박계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혀 물러나야 했다.

    ▼ 정두언, 정태근 전 의원 등 당원협의회(당협) 위원장 8명도 동반 탈당했다.

    “그 정도 아닐까. 앞으로 당을 나갈 사람이 몇이나 더 있을까.”

    ▼ 남 지사 등이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국민의당처럼 탈당 후 창당에 성공할 가능성은?

    “안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탈당과 신당 창당으로 재미를 본 경우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총선 때는 낙천 부담 등으로 의원들이 움직일 동인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선거(대선)를 앞두고 있다. 대선은 대선후보 외에는 의원이 탈당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 오히려 새누리당 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에게 ‘어려울 때 당을 버렸다’는 배신의 이미지가 각인될 공산이 크다. 한마디로 탈당으로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이 탈당한 11월 22일, 그리고 정두언 전 의원 등이 탈당한 23일 ‘주간동아’가 접촉한 새누리당 인사들이 보인 반응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남경필 대통령 만들기 위한 탈당?

    남 지사와 김 의원이 탈당한 이후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격으로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대표의 탈당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탈당’ 대신 ‘대선 불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앞장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당에 남아 탄핵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에 의아해하는 인사가 적잖았다. 어찌됐건 당내 지분이 있는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 잔류를 선택하면서 새누리당 인사의 탈당 러시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추가 탈당 가능성이 높은 현역의원으로는 김영우 의원이 거론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 의원은 9월 말 이정현 대표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식투쟁을 하는 바람에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던 상황에서 ‘안보’를 위해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국회 국방위원회 의사봉을 잡는 소신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11월 24일 “탈당 결행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한 선거 전문가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사의 면면을 보면 남 지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가 많다”며 “한마디로 ‘남경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이가 주로 탈당했다”고 평가했다.

    ▼ 남 지사 등이 탈당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이성적인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탈당해야 할 만큼 명분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탈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이정현 대표가 대선후보 지지율 운운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인가.

    “물론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민심 등 일련의 상황 속에서 감정적 자극이 고조됐을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더는 당내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뭐라고 얘기하든, 당을 장악한 친박계와 주도권 다툼에서 밀린 것이다.”

    ▼ 초선 모임과 재선 모임 등 새누리당 내 여러 모임이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활로를 뚫으려는 시도다. 이런 모임들은 새누리당 구성원 사이에서 생존 본능이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친박 주도의 지도체제는 이미 무너졌고, 이런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세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떠오르지 않다 보니 단위별로 세력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전략을 수정한 것 아닌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한 내치 총리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대선 불출마가 곧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침묵하는 ‘샤이 새누리’ 지지층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더욱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개헌을 매개로 한 세력 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11월 2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이 탄핵에 먼저 앞장서 탄핵 정국을 빨리 끝내야 한다. 보수가 몰락의 길로 가고 있는데, 썩은 보수를 도려내고 건전한 새 보수를 규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친박, 친문(친문재인) 등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장악한 두 세력을 제외한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더욱 활발한 그의 행보를 두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이후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선 새누리당은 두 달째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2.3%p 하락한 16.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17.9%를 기록한 국민의당보다 낮은 것으로, 지지 정당 순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반면 민주당은 33.4%로 올라섰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86.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0.4%p 상승한 10.1%에 그쳤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바닥을 기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새누리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국민이 대통령에 이어 새누리당까지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지지율의 미묘한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여론 흐름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새누리당으로 전이된 측면이 크다”며 “새누리당을 향한 악화된 여론이 최순실 게이트 국면이 지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하는 대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던 ‘샤이 트럼프’ 지지층이 대선 결과를 뒤집었듯이, 최순실 게이트에 실망한 ‘샤이 새누리’ 지지층이 대선 국면에 다시 결집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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