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2006.04.18

이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뜻 깊은 동행’

新경영이념으로 ‘지속가능경영’ 적극 추진 … 윤리·환경·교육 사업 통해 ‘더불어 사는 삶’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04-12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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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뜻 깊은 동행’

    2004년 성균관대에서 열린 캠퍼스 음악회에서 지휘자 금난새 씨가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외 활동을 하는 포스코의 한 임원은 최근 부친상을 당했지만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주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럴 수 있느냐”고 애교 섞인 항의를 했지만 “윤리강령에 위배된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다. 심지어 이 임원은 언론사 기자들이 이를 사전에 알고 언론의 부음란에 소개하겠다고 하자 “봐달라”며 오히려 하소연할 정도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자녀 결혼식 등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치르는 고위 공직자들의 사례가 미담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게 이들이 그런 결정을 한 이유다. 그러나 상을 당한 경우 주변에서 ‘알아서’ 널리 알리는 게 아직은 ‘미풍’으로 통한다. 포스코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런 관행이 자취를 감추었다.

    포스코의 윤리규범 실천지침 제6조는 경조금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본인 또는 동료에게 발생한 경조사를 이해관계자에게 알려서는 안 되며, 제3자를 통해 알리는 것도 본인의 통지 행위로 간주한다. 또 이해관계자로부터 불가피하게 경조금을 받은 경우 5만원 이내를 권장하며, 10만원을 초과해 받은 경우 전액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포스코 임원의 행동이 이해된다.

    포스코는 일찍부터 윤리경영에 관심을 가졌다. 1993년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윤리강령’을 제정, 시행했으나 실천 프로그램을 갖추지 않은 선언적 규범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한 포스코는 수차례에 걸쳐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선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한 결과를 토대로 2003년 6월2일 기업윤리 실천을 위한 윤리규범을 제정, 선포했다.

    포스코는 윤리경영을 지속가능경영(CSM)의 한 축인 사회적 책임활동 차원에서 중시한다. 이구택 회장도 기회 있을 때마다 “포스코는 엄격한 기업윤리를 준수하고 소외된 계층과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통해 강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 처음으로 외부 인증 받아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

    CSM이란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 과정을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의 관점에서 균형적·통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인류 발전을 위해 기업이 책임 있는 역할을 실천하겠다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포스코는 2004년 5월 임원 경영전략 토론회에서 CSM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설정한 이후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윤리규범을 포함한 CSM 주요 원칙 및 지침을 반영한 경영원칙을 제정하고 이에 준하여 경제, 환경, 사회 등의 부문별 전략을 수립하는 등 CSM 전략체계도 마련했다(그림 참조). 이에 따르면 포스코는 CSM 전략 실천의 원칙으로 윤리규범을 포함한 경영원칙을 제정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포스코는 2004년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외부 기관의 인증을 받아 발간한 이후 매년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전해의 실적을 토대로 경영성과를 비롯해 친환경 정책 및 환경투자 내용, 사회공헌 활동 등이 상세하고 투명하게 정리돼 있다. 포스코는 이 보고서를 평가기관, 투자자, 학계, 비정부기구(NGO), 지역자치단체 등 국내외 이해관계자에게 배포해 회사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CSM은 포스코가 높은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고로 제철소는 기본적으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

    92년 리우세계정상회의 이후에는 한 차원 더 높은 환경경영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과제도 만들었다. 지구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환경 관련 법규가 강화될 뿐 아니라 국민의식이 쾌적한 삶의 질 확보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게 됨으로써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환경경영 전략의 핵심은 과거 사후감시 위주의 활동에서 사전 예방적이고 능동적인 환경 개선 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포스코 환경관리 조직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편됐다. 환경 규제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현재는 환경관리의 기본 방향과 대책을 수립하는 본사 기술본부 내 환경에너지실(환경개선그룹, 에너지기획팀)과 구체적 활동을 진행하는 포항 및 광양 제철소 환경관리 조직인 환경에너지부로 구성됐다. 한편 국제환경 규제에 대비한 종합대책기구로 전사환경대책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산하에 제철소 환경관리위원회와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연구회를 두고 있다.

    이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뜻 깊은 동행’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환경적 건전성을 위한 포스코의 노력이 결집된 것이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파이넥스 공장은 기존 고로 공정의 원가를 17% 정도 줄이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을 90% 이상 줄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현재의 고로 공법을 파이넥스 공법으로 완전 대체하면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철강회사로 거듭나게 된다”고 자랑했다.

    포스코는 또 가전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표면처리 제품의 무(無)크롬화를 올해까지 달성하고 품질 인증도 조기에 완료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이 전기·전자제품용 표면처리 제품을 시작으로 자동차용 표면처리 제품 등에 크롬, 납 등 환경 유해 중금속 성분 사용을 전면 규제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포스코는 이밖에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환경경영 지원 △환경회계시스템 개발 완료 △사전예방적 관리 활동 등을 통해 환경적 건전성을 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일찍 눈을 떴다. 포스코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육사업일 것이다. 포스코는 국내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인 포스텍을 설립해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육성했다. 전직 포스코 간부는 “‘신설 대학은 후기로 모집한다’는 86년 교육부 규정 때문에 전기 모집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은 당시 박태준 회장이 ‘그렇게 해서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없다. 만약 후기로 결정되면 포항공대를 폭파시켜라’고 지시했다. 곡절 끝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결단으로 전기 모집을 할 수 있었고, 이것이 오늘의 포스텍을 가능케 한 한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이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뜻 깊은 동행’

    광양제철소 폐수종말처리장.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정화해 바다로 내보내는 설비다(왼쪽사진). 포스코가 주최한 ‘아름다운 가게’에서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구택 회장(맨 오른쪽).

    95년 지역인재 양성 및 직원자녀 교육을 위해 포스코 교육재단도 설립했다. 재단은 산하에 자립형 사립고 2개교를 비롯해 14개의 초·중·고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최대의 부담 가운데 하나인 사교육을 학교로 최대한 흡수하고, 특기적성교육을 통한 창의적인 인재 육성으로 선진 교육모델을 제시한다는 게 재단의 교육 목표다.

    지역주민 위한 문화행사 개최, 협력업체와는 상생경영

    포스코는 또 지역주민을 위해 포항의 효자아트홀, 광양의 백운아트홀 등에서 정기적으로 여러 문화행사를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대학 순회 캠퍼스 심포니 페스티벌을 후원해 건전한 청년문화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숙원사업 해결을 지원하고, 자매마을 결연을 통한 농번기 일손 돕기 등에도 나서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3년 5월 자원봉사를 총괄하는 포스코봉사단을 창단했고, 봉사그룹의 등록 및 실적 관리와 회사의 지원금액, 수혜처 현황 등 각종 자원봉사 관련 정보를 사내 인트라넷으로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임직원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 모금 시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회사에서 추가로 지원하는 매칭그랜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중소기업 연구비 20억원을 지원하는 등 공동연구개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설비 및 공사 물량 우선 배정, 수입 물품의 국산 대체 등을 통해 중소기업 발주 물량을 2600억원으로 확대했다. 회사가 공급사와 공동으로 구매 프로세스와 제반 사항에 대해 개선 과제를 수행하고 그 성과를 일정 기간 공유하는 ‘베네피트 셰어링(Benefit Sharing, 이익 공유)’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CSM을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프로세스 및 조직과 효율적인 체계를 이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CSM을 위한 전문위원회 조직을 갖추고, 그룹 차원의 실행을 이끌 새로운 실무조직을 정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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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이규정 경영혁신실장

    “지속가능성은 포스코 경쟁력의 중심축”


    이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뜻 깊은 동행’
    올 2월24일 주총 이후 임원 인사에서 지속가능경영(CSM) 분야를 담당하게 된 이규정 경영혁신실장(상무·사진)은 “포스코가 국내 기업의 CSM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고 입을 열었다. 1978년 포스코에 입사, 2004년 임원으로 승진한 그는 그동안 주로 품질 관리 및 환경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엔지니어 출신. 환경 관련 일을 많이 한 게 CSM 담당 임원으로 발탁된 배경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CSM 추진 상황은 어떤가.

    “CSM은 한마디로 기업이 기업 혼자 존재할 수 없다는 자각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의 글로벌 우량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국내적인 대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기업협의회가 조직되고, 일부 기업이 CSM을 위한 비전을 마련하는 등 전략적 체계가 재정비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이 2005년 현재 10곳에 그치는 등 이제 시작 단계로 볼 수 있다. 포스코는 국내 산업계에 CSM이 잘 확산되도록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일에 앞장설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금까지도 경제적 수익성은 물론 사회공헌이나 환경 방면에서 다른 기업의 모범이 되었는데 굳이 CSM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속가능성은 포스코의 생존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그간의 여러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환경·경제 부문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함으로써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결국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CSM 추진 현황과 성과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포스코의 지속가능을 위한 노력은 뿌리가 깊다. 국내 최초의 환경보고서(1995) 및 사회공헌 백서(2002) 발간을 비롯해 CSM이 대두되기 이전에 이미 많은 활동을 자발적으로 했다. 그리고 이는 2004년 CSM을 위한 태스크포스 발족을 계기로 하나로 수렴 통합됐다. 이런 노력 덕분에 포스코는 2005년 9월 전 세계 지속가능 우수기업을 평가하는 SAM-DJSI에서 철강 부문 선도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속가능발전 세계기업협의회 및 국제철강협회의 지속가능 실무그룹에서도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CSM 추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CSM은 경영 활동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따라서 활동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어떻게 보면 경영 활동 전반이 CSM 포괄 분야인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CSM과 관련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속가능경영을 펼쳐나갈 계획인가.

    “그간의 활동을 한 단계 넘어서서, 지속가능을 전사로 뿌리내리기 위한 작업을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중국, 미국 등지에 있는 출자회사뿐만 아니라 현재 건립 중인 인도 제철소까지 지속가능을 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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