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5

2006.03.07

“안 되는 게 어딨니” … 포털엔 범법자 들끓는다

주민등록증 위조·대리모 구인·장기 밀거래 등 만연 … 단속 어려움 틈 타 신종 수법 잇따라 등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6-02-28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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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되는 게 어딨니” … 포털엔 범법자 들끓는다
    위조 주민등록증 브로커 ‘K 실장’은 거침이 없었다. “주민등록증을 사고 싶다”고 e메일을 보낸 취재진에게 ‘대포폰’(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으로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온 그는 “3만 개가 넘는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있다”면서 “e메일로 사진을 보내주면 10분 안에 주민등록증을 위조해주겠다”고 했다.

    “사장님(취재진)께서 위조를 원하는 주민등록번호를 주셔도 되고, 저희가 확보한 개인정보(특정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기소중지자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는 제작하지 않습니다.”

    취재진은 2월15일 오전 11시 K 실장에게 “74년생 남자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S 씨의 사진을 보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K 실장은 오후 12시30분께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동영상 및 사진을 e메일로 보내왔다.

    ‘김○수, 74○○○○-1047○○○.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동…’

    위조한 주민등록증은 혀를 내두를 만큼 정교했다. 동영상을 보낸 것은 홀로그램 등 위조방지 장치까지 재현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주민등록증의 주인인 김○수(32) 씨는 실존 인물(19쪽 상자기사 참조)로, 사진의 주인공인 S 씨는 이 주민등록증으로 김○수 씨 명의의 통장을 만들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이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히 위조되고 있다. 여권, 운전면허증, 호적 등 공문서와 토익성적표, 재직증명서 등 사문서도 위조돼 거래된다. 또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 대리모, 신체 장기, 장물, 밀수담배(북한산 위조 담배 포함) 등도 거래된다. 하지만 이들 범죄는 대포폰과 ‘대포메일’ ‘대포통장’을 통해 이뤄져 단속이 쉽지 않다.

    주민등록증 위조는 ‘선불제’와 ‘후불제’로 나뉜다. 선불제는 먼저 돈을 입금하고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받는 방식이고, 후불제는 주민등록증을 받은 뒤 대금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선불의 경우 70만원, 후불은 100만원이다(운전면허증은 선불제 50만원, 후불제 80만원). 후불제가 등장한 것은 선불금을 떼어먹고 잠적하는 ‘사이비 업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캠프’ 차려놓고 활동하는 조직 100곳 넘어

    업자들은 “동영상 등으로 제작이 완료된 ‘물건’을 보여주기 전에는 절대 입금하지 마라” “10만~20만원에 제작해주겠다는 사람들을 믿으면 100% 선불금 날린다” “한국에 기계가 있다고 말하는 업자를 조심하라”고 말했다. 한 위조 브로커는 “후불은 고육지책이다. 지난해부터 ‘사기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면서 업계가 혼탁해졌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중국에 ‘캠프’를 차려놓고 공문서를 위조하는 K 실장에 따르면, 중국에서 활동하는 공·사문서 위조 조직은 100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조직은 인터넷 포털 D사의 카페와 N사의 블로그를 ‘인터넷 쇼핑몰’로 이용하고 있다. 주민등록증 위조를 원한다는 누리꾼이 N사의 ‘지식검색’ 등에 남긴 글에 댓글을 다는 방법으로 ‘손님’을 찾기도 한다.

    ‘후불 전문 민증 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A 씨는 위조 주민등록증의 질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실물을 받아본 뒤 홀로그램이 정교하게 위조됐는지 확인하고 대금을 입금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A 씨는 “1시간 전에 다른 업자에게 위조를 의뢰했다”고 밝힌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후불로 80만원에 해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최고급 카드프린터로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있어요. 진짜로 똑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입금을 안 하셔도 돼요. 제품에 자신이 있으니까 후불로 거래하는 거예요. 한번 믿고 맡겨보십시오.”

    “70만원에 후불로 하자”고 역제안을 하자, A 씨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했다. A 씨에게 “돈을 떼먹히는 경우는 없느냐”고 물었다. A 씨는 “하루에 5장가량 만들고 있는데,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와도 받아내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토익·토플 성적표, 졸업증명서 등 공·사문서를 위조·판매하는 업자들과 접촉하는 것은 예상보다 쉬웠다. 포털사이트에서 ‘서류’ ‘민증’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업자들이 개설해놓은 카페들이 검색된다.

    ‘왕의 서류’ ‘웃음을 찾는 서류와 사람들’ ‘박지성의 서류 어시스트’ ‘사랑은 서류를 타고’ ‘2005 서류 대상’ ‘민증 어디서 싸게 팔아여’ ‘민증 서류 공유’ ‘정직한 작업자’…. 포털 D사에 서류위조 전문업자들이 개설해놓은 카페 명이다.

    2월 초 현재 포털 D사에는 이런 류의 카페가 51개나 개설돼 있고, 72건의 각종 서류 위·변조 광고가 게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카페 게시판에는 ‘민·면허증·졸업·성적증명서·인감·등·초본·토익·대출서류/ 후불작업/ ○○○○@na○○○.com’이라는 식의 댓글이 수십 개씩 올라 있다. 이런 카페 두세 곳만 들르면 업자들의 e메일 주소 10여 개를 확보할 수 있다.

    인터뷰 주민증 도용당한 김모 씨

    “피해 걱정 … 당혹스러움 그 자체”


    ‘주간동아’는 서류 위조업자가 보내온 가짜 주민등록증의 진짜 주인을 어렵사리 찾을 수 있었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32) 씨가 그 주인공.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무척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년 전 충북 청주의 고용안정센터로부터 ‘고용보험금 미납’ 통보를 받았다. 확인 결과 가짜 ‘김○수’가 김 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만든 가짜 주민등록증으로 청주 고용안정센터에 등록했던 것. 이후 김 씨는 은행으로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검찰로부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가짜 주민등록증 소지자가 공항에서 검거됐다는 통보도 받았다. 김 씨는 “2002년에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때 주민등록번호가 범죄자들에게 넘어간 것 같다”며 “‘주간동아’ 취재로 지금까지도 내 주민등록번호가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무척 충격적이고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혹시나 제게 큰 피해가 닥칠까봐 걱정이 됩니다. 가짜 주민등록증으로 신용카드를 만들고 고액의 카드빚을 지거나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그 책임이 제게 떠넘겨질까봐요.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중국에 있는 범죄자들을 반드시 검거하기를 바랍니다.”


    “안 되는 게 어딨니” … 포털엔 범법자 들끓는다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위조업자가 중국에서 보내온 문자메시지.

    일부 업자는 아예 중국 내 전화번호를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물론 추적이 되지 않는 ‘대포폰’이다. ‘가짜 민증 만들기’라는 카페에 올라와 있는 ‘중국 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금세 업자와 연결됐다. 여권 위조를 문의해보았다. 다음은 업자의 설명.

    “본인 나이와 사진만 e메일로 보내세요. 저희가 사진을 직접 인화한 다음 여권에 붙입니다. 만드는 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려요. 출입국 도장 하나 안 찍힌 깨끗한 물건으로 해드리죠. 오늘 의뢰하시면 내일 집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직접 여권 구해서 보내주시면 50만원이고, 저희가 확보해놓은 여권을 사용하시면 100만원 받습니다. 다른 데도 문의해보세요. 저희가 가장 싸다니깐요.”

    이들 업자들이 원본과 똑같이 만들어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서류는 졸업증명서, 은행 대출에 필요한 서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인감등본 등 무척 다양했다. ‘이혼남인데 재혼을 하려고 한다. 호적 위조도 가능하냐’는 e메일 문의에도 2시간여 만에 ‘당연히 가능하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dake13○○@na○○○.com’이라는 대포메일을 쓰는 업자는 “진짜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사장님 호적을 스캔해 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연락처 남겨주시면 상세한 내용은 통화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발기부전치료제 불법 유통

    중국·베트남 등서 밀수… 수도권 ‘당일 배달’


    “안 되는 게 어딨니” … 포털엔 범법자 들끓는다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들.

    ‘알루미늄 캡슐로 포장한 정품만 판매합니다. ☎ ○○○-5781-○○○○.’

    한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발기부전치료제 광고 문구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등 발기부전치료제가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의사의 처방전 없이 이들 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다.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포털 N사의 지식검색엔 6427건의 불법 발기부전치료제 판매 광고가 올라와 있으며, 포털 Y사의 지식검색에도 16건이 게시돼 있다(2월4일 현재). 발기부전치료제 판매 조직은 D사의 카페와 N사의 블로그를 광고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을 통해 매매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중국, 베트남, 호주 등에서 밀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제품은 유명 상표를 도용한 모조품인 경우도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아그라를 구입하는 것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보다도 간단했다. 수도권은 ‘당일 배달’, 지방은 ‘익일 배달’이 원칙인데, 서울의 경우 2시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한 판매업자는 “지방 손님이 당일 배달을 원하면 1박2일이 걸리는 택배 대신 고속버스에 실어 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발기부전치료제 가격은 업자별로 거의 차이가 없다.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의 가격이 같은데, 보통 2상자(1상자당 4정) 7만원, 4상자 12만원, 8상자 22만원에 거래된다.

    박 의원은 “밀수를 통한 불법 의약품 대량 유통은 국제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보건복지부, 식약청 등이 지속적인 사이버 순찰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업자들의 광고는 포털 N사의 지식검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위조 여권의 처벌 규정에 대해서’ ‘이직하려고 하는데, 성적표 위조 가능할까요?’ ‘일본에서 위조 여권 적발 시 어떤 처벌 받나요’ 등의 게시물에 댓글로 광고글과 e메일 주소를 띄워놓는 수법이 활용된다. 이들은 ‘저희 업체에서 나간 건 단 한 건의 불량 없이 잘 하시고 돌아다니십니다’ ‘오랫동안 해온 전문가입니다’ ‘확실한 것만 해드립니다’ 등의 문구로 고객을 유혹한다.

    ‘고득점 토익 점수’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모두 6개의 e메일 주소로 ‘취업 때문에 960점 정도의 토익 성적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1시간 30분이 채 되지 않아 3개의 답장을 받았다. ‘가격은 70만~80만원이고 작업시간은 1시간입니다. 사진 넣어주시고요, 연락처 주시면 전화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 ‘서류 및 민증 전문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P 실장은 ‘샘플’이라며 위조한 토익성적표을 보내오기도 했다.

    ‘원판을 필름 떠서 그 위에 작업을 하면 (진짜 서류와) 100% 동일. 이 방식으로 만들면 관공서에 들어가도 문제 없음. 가격은 70만원. 두 번째로 일반 카피 방식. 원본에 글자만 교체하는 것인데, 필름으로 제작한 것보다는 정밀하지 못함. 취업용으로는 조금 부족. 필름 제작보다는 약간 저렴. 내게 의뢰하면 필름 제작 성적표를 60만원까지 해주겠음.’(P 실장이 보낸 메일의 일부)

    P 실장에게 연락처를 남겼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IP 추적 때문에 조국을 버리고 중국에까지 나와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진과 원하는 토익 점수, 영문 이름을 보내주면 1시간 이내로 위조 성적표를 만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P 실장에게 “회사에 제출해도 들통나지 않는 게 확실하냐”고 물었다.

    “토익 성적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미국 ETS(토익시험 주관사)만 확인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8단계나 밟아야 해요. 도저히 (확인이) 안 되는 거죠.”

    마약 판매업자들 누리꾼 상대로 직거래

    히로뽕이나 엑스터시 등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는 업자들도 어렵지 않게 접촉할 수 있었다. 마약 거래조직이 중간 판매책을 활용한 일대일 방식이 아니라 누리꾼을 상대로 인터넷 직거래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공·사문서 위조 조직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나 카페를 만들어놓고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며 운영하거나, N사 지식검색에 댓글 형식으로 마약류를 광고하고 있었다. N사 지식검색에서 ‘주간동아’가 확인한 마약류 판매 광고만 500건에 달한다.

    。작대기/ 도리도리/ 물뽕。새로 만든 계정으로 연락주세요.。제품 확인 가능 ww○○@hanmail.net (포털 D사의 카페) 도리도리, 흥분제, 작대기, 물뽕, 술을 구하실 분 ○○○1989@hanmail.net (포털 N사의 지식검색)

    “안 되는 게 어딨니” … 포털엔 범법자 들끓는다

    D사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민증’을 검색하자 위조업자들이 개설한 카페가 다수 검색됐다. 위조업자가 샘플이라며 보내온 가짜 토익 성적표와 주민등록증(위부터).

    마약 거래 조직은 ‘도리도리(엑스터시, 암페타민 계열의 향정신성의약품)’ ‘작대기’ ‘술(이상 히로뽕)’ ‘떨이(대마초)’ 등의 은어를 사용했다. 마약 등의 단어는 포털 측이 ‘금지어’로 지정해놓아 검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1월 말 마약류 거래업자의 e메일 70개를 확보, “마약류를 사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답장이 온 메일은 6개. 그 가운데 2개 메일은 여러 개의 e메일 계정을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1명의 업자가 보내온 것이었다. 취재진은 이들 업자와 차례대로 접촉했다.

    “작대기요? 인터넷 구매 처음이세요? ‘작대기’ 1개(히로뽕 1g)에 60만원입니다. 다량으로 구입하시면 할인해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1개만 받아보시고 단골로 거래하시죠.”(마약 거래업자 C 씨)

    C 씨는 “단속에 걸릴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C 씨는 “세관에 걸리지 않게 포장해 중국에서 특급우편으로 보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히로뽕은 한국에서 암거래되는 것보다 5배가량 싸게 유통된다고 한다. 마약 거래업자들이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이유다.

    소량 샘플 보고 돈 입금하면 ‘물건’ 보내줘

    마약 판매 브로커들은 대금을 받기에 앞서 소량의 히로뽕(0.01~0.03g)을 샘플로 보내준다고 했다. 주민등록증 위조와 마찬가지로 구매자가 진품 여부를 확인한 뒤, 돈을 입금하면 ‘물건’을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업자 D 씨에게 ‘샘플은 필요 없다”고 말한 뒤 입금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D 씨는 “환전소 계좌(불법 외환거래를 하는 환치기 계좌인 것으로 보인다)다. 안심해도 된다”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계좌번호를 보내왔다. 그는 “직접 쓰실 거예요, 아니면 판매하실 거예요”라고 묻기도 했다.

    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거래는 2000년 1건이 적발된 이후 2001년과 2002년 각각 3건, 2003년

    2건, 2004년 7건, 지난해 8건이 적발됐다. 인터넷에서 대규모로 마약류가 거래되고 있음에도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범죄는 ‘인터넷 기술’을 등에 업고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주민등록증 위조는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청소년들에게까지 파고든 마약류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것도 충격적이다.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은 “정보기술을 이용한 범죄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면서 “인터넷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게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털의 대응책은?

    “금지어 지정 등 최선의 노력 … 범죄의 한 축 몰아세우는 것 억울”


    “안 되는 게 어딨니” … 포털엔 범법자 들끓는다

    N사 블로그에 올라온 대포폰 업체의 광고.

    인터넷 범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N사와 D사의 포털이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 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D사는 인터넷 범죄 ‘감시 시스템’을 갖춰놓았다. ‘마약’ ‘살인’ ‘자살’ 등의 단어를 금지어로 지정해 이들 단어로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1단계 감시 시스템을 통과한 카페는 100여명의 모니터링 인력이 감시한다. 하지만 600만 개가 넘는 인터넷 카페를 100여명이 점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D사 관계자의 설명.

    D사 모니터 요원들은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카페를 발견할 경우 운영자에게 경고 메일을 보내거나 강제폐쇄 조치를 한다. N사의 시스템도 비슷하다. N사는 160여명의 모니터 요원을 두고 지식검색, 블로그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D사 관계자는 “경찰도 신종 인터넷 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포털의 책임도 없지는 않지만 인터넷 범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N사 관계자도 “인터넷 범죄를 막기 위해 투입된 직원들의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포털을 인터넷 범죄의 한 축인 양 몰아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번 취재는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이 10개월 동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분석한 A4 용지 3000장 분량의 ‘인터넷 범죄’ 관련 자료를 1월 말 입수, 이를 바탕으로 한 달에 걸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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