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9

2005.11.08

언제나 포근한 누이 같은 항구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5-11-07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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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포근한 누이 같은 항구

    제주의 맛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보목포구 선착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동네에 자리한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포구. 바람 많기로 이름난 제주이지만 유독 보목포구만큼은 바람이 쉬어간다. 바닷가 안쪽에 폭 파묻힌 이곳에 가면 언제나 포근함이 느껴진다.

    포구 앞 정경도 독특하다. 푸른 물이 넘실대는 바닷가를 따라 통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어 이국적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또 아담한 포구에 맞게 등대도 앙증맞다. 포구 앞에는 작은 섬, 삼도가 떠 있다. 일명 ‘섶섬’이라 불리는 무인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파초일엽(천연기념물 제18호) 자생 군락지다. 포구 앞바다에서 가끔씩 물질하는 해녀도 있어 바로 그 자리에서 싱싱한 해산물도 맛볼 수 있다.

    제주 특유 돌담길과 파도 소리 일품

    언제나 포근한 누이 같은 항구

    해안도로가에 세워진 돌하르방.

    바닷가를 따라 오밀조밀 모여 있는 낮은 지붕의 집들과 제주 특유의 좁은 돌담길이 펼쳐져 있는 포구 안쪽 마을은 정겹다. 낮에는 마을을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이곳에서 듣는 파도 소리 또한 별나다. 거칠게 철썩대는 동해안 파도와 달리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눈을 감고 들으면 영락없는 소낙비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을길을 따라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마을 중간에 야자수가 가득한 정원이 딸린 집이 있는데 이곳은 고(故) 이주일 씨 별장이었다고 한다.

    별장 옆으로는 마을 뒷산 제지기오름으로 오르는 운치 있는 산책로가 나 있다. 제지기오름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넓게 흐르지 못하고 특정 지역에 몰려 굳어지면서 생긴 용암 언덕이다. 오래전에 이곳에 절이 있었고 한 수도승이 언덕 중턱에 있는 바위굴에서 절을 지켰다 하여 ‘절지기오름’이라 불리다 제주도 방언인 ‘제지기오름’이라 굳어졌다.



    언제나 포근한 누이 같은 항구

    이국적 분위기를 풍기는 유로펜션클럽.

    군데군데 경사가 가파른 곳도 있지만 산책로 전역에 굄목을 놓아 오르기 쉽다. 굄목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풀들이 곱게 피어 있다. 솔숲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눈을 기쁘게 하고 그윽한 솔향기가 코를 즐겁게 한다.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 풀벌레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고, 오염되지 않은 상큼한 공기가 입 안으로 빨려드는, 그야말로 오감이 즐거워지는 산책길이다.

    정상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정도. 정상에 오르면 아담한 잔디 언덕에 아이들 장난감처럼 알록달록 색을 입힌 운동기구들이 있다. 언덕 끝에는 앙증맞은 나무 벤치가 놓인 그림 같은 전망대도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보목포구는 물론 서귀포 칠십리 해안절경과 범섬, 섶섬, 문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 부지런을 떨면 제주의 아름다운 해돋이 풍광도 볼 수 있다.

    언제나 포근한 누이 같은 항구

    영화 캐릭터 조형물과 포스터가 전시된 신영영화박물관 야외공원.

    또 주변에 가볼 만한 곳으로 신영영화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남제주군 남원읍 큰엉해안에 자리한 국내 최초의 영화박물관으로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영화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영화의 탄생과 발전, 한국영화사 등을 돌아보는 공간을 비롯해 수백 명의 영화인 사진이 전시된 명예의 전당, 특수효과실, 애니메이션관, 영화체험관 등이 두루 갖춰진 이곳은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 영화배우가 된 것처럼 몸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박물관 뒤편에는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보목포구에서 표선 방면 12번 국도를 타고 가다 위미농협 앞에서 오른쪽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나온다. 입장료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 064-764-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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