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4

2005.10.04

“제정구 기억해 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9-30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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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정구 기억해 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
    “그분이 살아 계셨어도 빈민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셨을 것이다.”

    9월21일 고 제정구 전 의원을 기리는 전시회 ‘비움과 생명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 화랑. 행사장 앞에 선 부인 신명자 씨는 밀려오는 감동에 한동안 몸을 떨었다. 예상치 못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제 전 의원의 뜻에 공감하고 동참을 표한 것이 최고의 즐거움으로 다가온 것. 전시회 첫날인 21일 김원기 국회의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유인태·원혜영·백원우·김부겸 의원 등 정치인과 유흥준 문화재청장이 찾아와 신 씨를 격려했다. 이홍구 전 총리도 소리 소문 없이 방문해 신 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정치인들과 문화 종교계의 인물들이 대거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제 전 의원이 오랜 세월 빈민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몸담으며 쌓아왔던 신망과 업적 때문이다. 주최 측은 “가난한 사람들과 늘 함께하며 한평생 자신을 비웠고, 그 비움을 통해 진정한 생명을 실현했던 고인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 ‘비움과 생명’으로 전시회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나눔과 실천의 흔적들이 배어 있다. 강경구, 강요배, 김보희, 심현희 등 국내 대표적인 화가 69명은 자신들의 작품을 기증, 제 전 의원의 주창한 나눔의 삶을 실천했다. 김지하 시인, 조광호 신부도 직접 그린 그림을 기증해 자신을 비웠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사정이 전시회장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신 씨의 설명이다.

    “(제 의원이) 계실 때도 힘들었지만 안 계시니 기금 마련 등 여러 가지 활동이 더 힘들다.” 전시회 측도 “생각보다 기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신 씨는 이런 점을 굳이 내색하지 않는다.



    “(제 전 의원이 돌아가신 지) 7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까지 기억하고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사회의 약자 처지에서 그분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비움과 생명전은 9월30일까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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