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2004.07.22

정대철 존재 자체가 고민

여권, 옥중서 원성 쏟아내자 전전긍긍 … 아들 호준씨 청와대 근무 만류 ‘불만 표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7-16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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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철 존재 자체가 고민
    “그의 존재가 고민스럽다.”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사진)를 놓고 여권이 고민에 빠졌다. 정 전 대표는 요즘 ‘여권 핵심부’에 높은 수위의 시위를 하고 있는 표정이다. 시위의 수단에는 그의 아들 호준씨도 포함된다.

    청와대는 7월1일 호준씨를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발령 냈다. ‘4·15’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중구에 출마, 정일형-정대철의 뒤를 이어 ‘3대’에 걸친 도전에 나섰다가 좌절한 그를 배려해 자리를 마련한 것.

    그런데 정작 정 전 대표는 아들의 청와대행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는 면회 온 지인들에게 “내 아들이 청와대로 가는 것을 말려달라”고 말했다 한다. 6월 하순 그를 면회하고 온 한 인사는 “정 전 대표의 옥중 심기가 매우 불편한 것 같다”며 이런 사실을 전했다. 정 전 대표는 부인 김덕신씨와 함께 면회 온 호준씨에게도 여러 차례 “청와대행을 포기하라”고 권했다 한다. 호준씨는 7월9일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말려 청와대행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준씨의 이런 판단을 정 전 대표는 인정하지 않는다.

    정 전 대표는 호준씨의 발령이 난 후에도 청와대를 나오라는 뜻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 호준씨는 “6월23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는데 (청와대 발령이 난) 지금도 안 다니면 안 되겠느냐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정 전 대표와 함께 어머니나 다른 가족들도 호준씨를 극구 말렸다. 가족회의는 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이런 반대에 호준씨는 다니는 교회 목사에게 “기도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호준씨의 청와대행이 정 전 대표에 대한 청와대 측의 배려라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정 전 대표는 끝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호준씨는 “꼭 그만두라는 것은 아니다”고 자락을 깔면서 “아버지 생각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은 정치적 배경이 있으나 공개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 전 대표의 이런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권을 향한 정 전 대표의 불만을 가장 큰 배경으로 분석한다. 정 전 대표를 만나고 온 다른 지인들의 설명도 비슷하다. 갇힌 처지, 정치적 소외감 등이 정신적 압박감으로 작용했고, 이로 인해 화(火)를 다스리는 데 애를 먹는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재정, 이상수 전 의원이 차례로 출감하면서 조바심이 커졌다는 것. 호준씨는 “아버지의 몸무게가 11kg 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탓도 있지만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게 호준씨의 얘기다. 한 알씩 먹던 수면제도 최근 두 알로 늘렸다고 한다.

    심리적 압박 몸무게 11kg 빠져

    정 전 대표의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최근 정 전 대표를 자주 찾았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6월 중순 그를 찾았고, 일주일 뒤인 6월19일 김우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면회를 신청했다. 임채정 의원 추미애 전 의원도 찾았고, 이해찬 국무총리도 총리후보 기간 그를 면회했다. 정 전 대표는 찾아온 이들을 웃는 얼굴로 맞기도 했지만 때로는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심전심으로 관통하는 화두는 사면복권. 그렇지만 누구도 입에 올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정 전 대표에게 위로와 목표의식을 불어 넣어주는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김장관은 면회 때 “감옥에서 글쓰기는 의미 있는 일이며 대선 때 활동 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라”고 권했다 한다. 그는 “비록 지금 어렵지만 죽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정 전 대표가 (죽어) 한국정치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격려의 말도 전했다고 한다.

    호준씨는 이와 관련해 “아버지가 대선 때 비화 및 활동 내용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대선 비화에 대한 기록이 옥중에서 조용히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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