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8

2004.06.10

김혁규 의원, 상도동으로 간 까닭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6-02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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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혁규 의원, 상도동으로 간 까닭은

    한나라당을 탈당하기 직전인 2003년 12월14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상도동 자택을 찾은 김혁규 당시 경남지사(오른쪽).

    “왜 갔을까.”

    5월27일 김혁규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만나기 위해 상도동을 방문했다. 자신의 총리 지명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미묘한 시기, 상도동행에 대해 말이 없을 수 없다. 더구나 이틀 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대연합론’을 언급했다. 민주대연합론이라면 당연히 민주계와 상도동이 나와야 하고 중심에 YS가 있다. 2002년 5월 한 번 실패한 이 구상을 재론한 것과 김의원의 상도동행에는 무슨 함수관계가 있을까.

    김의원의 상도동 방문은 정치적 사부에 대한 제자의 도리로 읽는 것이 일면 타당해 보인다.

    지난해 연말, 경남지사직 사퇴 및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대결단 때도 김의원은 YS를 찾아 ‘깍듯한’ 예를 갖췄다. 당시 YS는 김의원이 노대통령 품으로 가는 것을 말렸다.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 양자간 냉기류가 흘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1시간이 넘는 이번 회동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게 K씨의 전언이다. 회동 후 YS는 김의원을 대문 앞까지 배웅했다.

    총리 지명에 대한 의견교환 외에도 정치현안에 대한 대화도 배제할 수 없다. 현역을 떠났지만 수시로 현실정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YS의 적극적인 스타일로 보아 김의원이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정치현안도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남지사 보궐선거 등 여권의 동진(東進)과 관련한 얘기가 그 가운데 하나로 관측된다. 김의원은 “그런 문제는 답변하기 곤란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5월29일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당선자들과 함께한 만찬에서 ‘민주대연합’ 복원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꼭 2년 전인 2002년 5월,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노대통령은 같은 아젠다를 들고 김의원처럼 상도동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노대통령의 상도동행을 코디했던 S씨가 밝힌 민주대연합론의 배경은 이런 것이었다.

    “그것이 지역정당을 탈피하고 동서화합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노후보의 굳은 믿음이자 정치철학이었다.”

    그렇다면 민주대연합의 정치적 배경은 없을까. S씨는 “당시 노후보의 민주대연합론에는 한나라당을 흔들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대선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정치적 목적도 숨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공교롭게도 또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특히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를 새로 뽑는 승부도 병행된다. 노대통령이 은연중 이를 노리고 민주대연합론을 흘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패했던 2002년 민주대연합론이 이를 증명해준다. 정치권의 구설에도 상도동을 방문한 김의원의 행적이 이런 방정식을 대입하면 풀린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겨우 2~3일 전까지 진보니 보수니 하며 이념적 대립구도를 설정하던 노대통령의 변화무쌍함에 야당은 혀를 내두른다. 야당은 정계개편 의도를 의심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확대해석하지 말라”며 치고 빠진다.

    화가 난 한나라당은 결국 김의원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다. YS 및 그의 아들 현철씨와 김의원의 ‘과거’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 중인 게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김의원이 “소산(小山·김현철) 클럽멤버였다”고 포문을 열었다. 여권도 개운찮은 표정이다. 가뜩이나 시끄러운데 왜 상도동에 가 구설을 자초하느냐는 힐난이다. YS와 김의원, 그리고 노대통령과 민주대연합이 물레방아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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