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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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에게 실망 등 돌리는 한화 팬들

김성근 감독의 선수 혹사 논란에 금수저, 열정페이 비난까지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09-02 1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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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 7개 팀은 오너가 이끄는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 나머지 3개 팀 가운데 NC 다이노스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구단주다. 김 구단주는 전통적인 의미의 재벌은 아니지만 신흥 대부호다.

    프로야구단은 독립법인으로 프로농구, 프로축구 등 여느 프로 스포츠와 달리 그룹 내에서 정식 계열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아닌, 실질적으로 한 해 200억 원에서 300억 원 이상 쓰는 조직이라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단, 프로야구팀의 그룹 내 가치가 갑자기 치솟는 경우가 있다. 그룹 내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다.



    우려가 현실로

    프로야구는 그룹 총수가 이미지메이킹을 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룹 총수가 야구장에 나타나면 평소와 다르게 편안한 복장으로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매우 친근하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이른바 ‘형제의 난’이 일어난 직후인 9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 자이언츠 점퍼를 입고 사직야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했다. 사직야구장 앞에 있는 고(故) 최동원 선수의 동상에도 헌화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불펜 전력이 더 보강됐으면 좋겠다”는 신 회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적극적인 전력 보강을 바라던 팬들은 열광했다. 실제로 자이언츠는 2015시즌이 종료되자마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어 손승락과 60억 원(4년), 윤길현과 38억 원(4년)에 계약하며 불펜투수 보강에 공을 들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한화 이글스는 김 회장이 재판받는 동안 이미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2013년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고 2014년에는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정근우, 이용규와 계약했다. 2013년 전까지 한화 이글스는 리그 전체에서 투자에 가장 인색했다. 팀당 10명씩 할 수 있는 신인 지명도 7〜8라운드에서 멈추는 유일한 팀이었다. 전체 선수단 연봉은 수년째 리그 최하위이고, 퓨처스 팀 전용구장도 없었다.

    한화 이글스는 2014년 시즌 종료 후 김응용 감독과 결별을 준비했다. 당시 구단 내에서 제안한 감독 후보로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안팎에서 신망이 두텁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까지 두루 경험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즌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9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해체 결정이었다. 팀이 사라지면서 선수들은 갈 곳을 잃었지만 김성근 감독은 단숨에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야구 1군 감독 수준의 연봉은 물론, 전용 승용차와 운전사도 제공받았다. 외국인 선수도 영입해 전력에 활용했고 해외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그 기간 김 감독은 마치 야구의 성인처럼 추앙받았다. 프로야구 최고 원로 가운데 한 명이 독립구단에서 선수들과 땀 흘리고 프로야구 선수들을 배출하자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독단적인 팀 운영, 구단과 마찰, 선수 부상 방지 같은 현안은 서서히 지워졌다.

    2014시즌 종료 후 한화 이글스 최고경영진은 그룹 최고 컨트롤타워에서 김 감독 영입에 대한 의견이 나오자 반대했다. 당시 구단을 이끌던 정승진 사장은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경영인으로 평판이 높았다. 정 사장은 김 감독 영입 시 리스크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여론은 달랐다. 김성근 감독의 일부 팬은 한화그룹 사옥 앞에서 김 감독을 지지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정 사장이 해임되고 2014년 말 그룹 오너일가에 의해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 올랐다.

    한화 이글스는 2015년을 앞두고 또 한 번 막대한 투자를 하며 외부 선수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김응용 전 감독과 정 전 사장이 주도하던 새로운 전력 육성, 젊은 선수 중용 전략은 폐지됐다. 30대 안팎의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유망주들이 유출됐다. 김 감독 특유의 강한 훈련으로 2015시즌 한화 이글스는 수비력 면에서 큰 향상을 보였다. 특히 수백억 원의 전력 보강 투자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며 탈꼴찌에 성공한다. 김 감독은 또 한 번 신화적 인물이 됐다. 김승연 회장은 두 차례나 야구장을 직접 방문해 팀을 응원했다. 김 감독 영입과 적극적인 투자로 팬들은 ‘회장님’을 환호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정 전 사장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한화 이글스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수저, 열정페이, 실적주의는 팀 내 코칭스태프의 분란,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연결된다.



    “구단에 돈이 없다”

    현대 야구와는 전혀 다른 투수 기용 방식은 김 감독 특유의 전략이지만 권혁, 송창식 등 주축 투수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혹사 논란으로 번졌다. 김 감독은 과거부터 무리한 투수 기용으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언론의 비판에 대해 김 감독은 “대한민국 전체가 혹사”라고 맞섰고, “투구 수보다 나쁜 폼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부상을 불러온다”고 해명했다. 이는 “결국 부상은 선수 책임”이라고 해석될 수 있어 비난은 더 거세졌다. 구단과 마찰도 시작됐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보강과 관련해 “구단에 돈이 없다”고 말했다. 얼마 뒤 “농담조였다”고 해명했지만 최근 3년간 선수 영입에만 400억 원을 쓴 구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김 감독의 1980년대 훈련법과 선수 기용, 투수 혹사, 프런트에 대한 간섭 등은 연일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이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김승연 회장 등 한화그룹 오너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점점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한화그룹 내에서도 야구단의 부정적 이미지가 그룹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시작됐다고 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김 감독이 그룹 이미지 CF에도 출연했다. 사장단 앞에서 ‘야구와 조직 리더십’이라는 강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김 감독이 다시 그룹을 대표하는 이미지 CF에 나오는 장면이 상상이나 되나. 그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7월 한화그룹 계열사 사장단 앞에서 “준비가 허술하면 결국 결과가 말해준다. 리더가 준비하지 않고 부하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리더가 바람을 피하면 그 바람은 아랫사람과 조직을 향한다. 리더는 모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성적 부진에 대해 “선수가 없다” “훈련이 부족하다”는 변명만 했다. 야구단을 넘어 그룹에까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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