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2004.04.08

영상 수필로 사람과 삶 담아내기

  • 입력2004-04-01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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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수필로 사람과 삶 담아내기
    귀여운 노란 병아리를 부리로 쓰다듬는 어미 닭, 하회탈의 웃음을 간직하고 파안대소하는 할아버지, 온통 연녹색인 나뭇잎에 앉은 눈꽃 같은 아카시아, 절벽 바위에 핀 들국화….

    하나의 주제로 묶자면 질긴 생명력이나 인생의 아름다움 같은 것이다. 국민의 정부 국정홍보실장(현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오효진 청원군수(사진)가 최근 펴낸 영상 수필집 ‘개망초의 행복’(사진예술사 펴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순간들이다.

    이 책은 월간 사진예술과 월간 에세이에 연재됐던 35편의 수필과 사진으로 구성됐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황폐해져가는 농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수집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 사진이라는 틀을 통해 바라본 인생 이야기 등 긴 여운을 남기는 글들이 담겨 있다. 딱딱한 공무원의 외투를 벗고 그가 예술가의 자세로 틈틈이 삶의 편린을 담으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는 사람이 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를 잡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는 사람이 겁도 없이 소를 잡지요. 제가 걸어온 길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자가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그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남느라 애를 참 많이 썼습니다. 정치판에도 자의 반 타의 반 들어갔다가 대가를 단단히 치르기도 했지요. 사진도 신기해서 뛰어들었다가 소를 잡는 지경에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도전은 언제나 저에게 새로운 의욕을 북돋아주고 살맛 나게 하는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그는 시들어가는 생명에서도 아름다움을 건져올린다. 여름 내내 무성했던 갈대숲이 겨울에 누렇게 변색됐을 때 그 곁을 지나며 자신도 처량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저녁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갈대를 보고 그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죽어서 빛나야 한다, 갈대나 사람이나”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앞으로 그는 사진 작업에서 어떤 화두를 부여잡을까. 전남 광양에 매화 찍으러 갔다가 아무리 매화를 찍어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는데 단 한 송이를 찍고 보니 다 표현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하나로 여럿을 표현하는 방식, 이것이 그의 또 다른 숙제가 될 듯하다.

    군수가 된 뒤 그는 호주 시드니에 ‘청원 생명쌀’ 수출길을 열었고, 오창 과학산업단지 14만평에 유채꽃을 심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뒤늦게 사진 찍는 재미에 빠진 그는 4월6일부터 1주일간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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