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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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10주기 ‘부활한 통일의 꿈’

문목사 생애 다룬 사진전 비롯 평전 출간·옌볜서 토론회 등 기념행사 다양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04-01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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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익환 10주기 ‘부활한 통일의 꿈’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온기를 잃지 않았던 문익환 목사(위)와 최근 출간된 그의 평전.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평생을 바쳤던 ‘늦봄’ 문익환 목사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가 치러진다. 그의 삶의 진면목을 담은 평전이 출간되고, 문목사의 생애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전과 유품전시회, 통일토론회 등이 계획돼 있다.

    시인 김형수씨가 5년 동안 발품을 팔아 마무리한 ‘문익환 평전’(실천문학사 펴냄)은 문목사의 삶을 고스란히 펼쳐 보이고 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문목사의 가족을 비롯해 문목사가 살아생전 관계했던 많은 인물들을 인터뷰했으며, 방북 기록을 찾아보기 위해 수차례 북한을 찾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신학자이자 목회자, 시인, 번역가, 언어학자였던 문목사의 ‘피와 살’을 되살려놓았다.

    “저는 민주는 민중의 부활이요,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민주화·통일 위해 헌신한 ‘투쟁의 삶’

    1989년 3월 방북해 평양 봉수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보면서 했던 이 말처럼, 문목사는 민주화와 통일만이 우리 민족의 살길이라고 여겼다. 58살 때인 76년 ‘3·1민주구국선언’을 통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이래 94년 1월18일 영면하기까지 그는 절반을 감옥에서 지낼 정도로 핍박받았으며 언제나 민주화의 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김형수씨는 평전에서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엄숙하고 무거운 투쟁의 현장을 신명나는 환희의 장으로 바꾸는 이였다. 그는 인간이 얼마나 무한하게 타자를 껴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다른 이들이 ‘불의와 싸웠다!’고 이야기할 만한 곳에 뛰어들어 그는 ‘양들을 섬겼다!’ 우리가 가진 ‘생명’과 ‘사랑’ 그 자체만을 가지고 그는 부와 명예, 그밖의 영광들을 모두 합해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어 우리 앞에 내놓았다.”

    1918년 북간도 명동에서 태어난 문목사는 만주에서 유·소년기, 일본과 미국에서 청년기, 남한에서 장년 이후를 살았다. 거주지를 옮긴 것만도 열여덟 번. 그래서 평전에는 ‘그의 정서적인 조국은 고구려였으며, 영혼적 혈통은 유목민이었다. 그는 늘 광활한 무대를 그리워했고, 좁은 칸막이 안에서 형성된 기득권을 타고 안주하는 것을 언제나 경계했다’고 묘사돼 있다.

    일본 유학, 만주에서의 목회활동 등을 거쳐 미국 프린스턴신학교 유학 중에 그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 통역자로 정전회담에 참여해 협상 의제에 오른 온갖 것들이 그의 입을 통해서 비로소 현실이 되고, 그의 눈앞에서 분단이 확정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민주투사로 부활하기까지는 좀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1955년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한신대 연세대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며 한빛교회 목사로 활동했고, 이웃들에게는 ‘풍파를 잠재우고 양같이 유순해지며 호수같이 맑아지는 경험’을 주면서 살고 있었다. 그동안 그는 어려운 한자어에 갇혀 있던 성서를 생동하는 우리말로 옮기는 최고의 구약 연구자였으며, 시편의 맛을 살려내기 위해 한국시를 두루 섭렵하다가 스스로 시인이 됐다. 그를 성서 밖의 세상 속으로 이끌어낸 결정적 사건은 전태일의 분신이었다. 그리고 76년 장준하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역사의 전면에 나선다.

    “그 어떤 시련 속에서도 그분은 인간의 온기, 따뜻함을 잃지 않고 그것을 지켜냈습니다. 21세기에 우리가 그로부터 물려받아야 할 유산이 바로 그것입니다.”(김형수씨)

    평전 출간과 더불어 3월31부터 4월6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는 사진전 및 유품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문목사의 생애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 60여점과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 친필 원고와 편지,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한테서 받은 선물 등이 공개된다.

    4월4일부터 8일까지 옌볜 용정에서는 문익환 목사의 평양 방문 15주년을 기념하는 통일토론회가 열린다. 오영석 한신대 총장, 이해동 목사, 강만길 상지대 총장 등과 북측 인사들이 참가할 예정.

    문목사와 민주화운동을 함께했던 한승헌 변호사는 “통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그분의 뜻을 되새기고 한반도의 냉전 분위기를 완화시켜 남북이 상생으로 가는 길을 우리 모두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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