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페트병재활용협회의 한 관계자는 “맥주페트병은 다른 페트병과 함께 재활용할 수 없어 수거된 병을 압축해 잔뜩 쌓아놓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통 일반 페트병은 재활용돼 솜, 직물의 원료로 사용되지만 갈색의 맥주페트병은 아직 쓰일 만한 수요가 없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라는 것. 게다가 맥주페트병을 따로 분리하는 데 드는 인건비나, 맥주페트병 재활용 기술을 도입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재활용업자들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은 “맥주 생산업체들이 환경을 고려해 밀러 맥주처럼 투명 페트병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맥주 생산업체들은 일반 페트병의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소와 닿는 순간 변하는 맥주의 맛을 보존하기 위해 공기를 차단하는 나일론 물질의 역할이 절대적이란 것. OB맥주가 내놓은 ‘OB큐팩’의 페트병은 철과 레진 나일론으로 특수 처리한 신소재로, 하이트맥주가 내놓은 ‘하이트피쳐’의 페트병은 페트와 나일론의 삼중막으로 만들어졌다. 유일하게 일반 페트병을 쓰는 밀러 맥주의 경우 맥주 자체에 자외선 차단 물질을 첨가해 원가 부담이 높다는 것. 두 업체는 “페트병맥주를 생산할 때 제일 중요하게 고려했던 건 제품의 품질”이라며 “페트병맥주가 이렇게 인기를 얻을지 몰랐다”고 밝혔다. 또 맥주페트병은 필름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맥주페트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곳은 환경부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의 한 관계자는 “맥주페트병의 재활용 비용이 일반 페트병의 그것에 비해 1.5~2배 정도 더 든다”며 “재활용업체와 생산업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회수’와 ‘재활용시스템 정착’을 동시에 이루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설득력 있게 검토되고 있는 안은 환경부담금을 높이는 것. 그러나 생산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