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6

2003.10.23

재신임 실패하면 누가 뜰까

말 아끼며 ‘포스트 노무현’ 신중한 반응 … “국민들 盧보다 더 개혁·도덕적 인물 원할 것”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입력2003-10-1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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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신임 실패하면 누가 뜰까
    노무현 대통령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과 같은 대통령선거를 지난해 치렀다. 지난해 봄 민주당 예선에서 ‘노풍’을 일으키며 이인제 의원을 꺾고 대선후보가 됐다. 이어 가을, ‘여론조사 한판 승부’로 정몽준 의원을 주저앉히고 후보단일화에 성공했다. 그 후 대선에서 이 여세를 몰아 ‘대세론’의 주인공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는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집권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서자 한때 노대통령과 겨뤘던 후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인물은 이회창 전 총재. 미국 스탠퍼드대학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이 전 총재는 측근으로부터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전히 노대통령의 여러 대안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아들 결혼식과 선친 사망 1주기 때문에 10월22일 귀국할 예정이다.

    지지율 낮아질 땐 ‘포스트 논쟁’ 본격 점화할 듯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최병렬 대표체제에서 소외된 일부 세력이 은근히 ‘이회창 복귀론’을 퍼뜨리고 있을 뿐 실제 파괴력은 약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인사는 “노대통령이 8개월간 헤맸지만 그렇다고 국민들 사이에 ‘이회창이라면 나았을 것’이라는 여론도 없었다”며 “그런 분이 새삼 노대통령의 대안으로 떠오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자민련의 이인제 의원과 국민통합21의 정몽준 의원 등도 말을 아끼고 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직후 이의원은 “누가 (재신임)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결단해 진퇴를 국민에게 묻겠다고 한 것”이라며 “국민투표 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며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속내가 어떤지는 몰라도 이의원은 당론의 범위를 넘지 않는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의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한 측근은 “재신임 선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는 카드라면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노대통령과 이미 겨룬 바 있는 세 사람보다 잠재적 후보들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았는데 국민들은 보다 개혁적이고 도덕적인 인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만약 노대통령마저 실패한다면 국민들은 더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에게 다음 대권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가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차기 주자로는 지난 대선 때 노대통령에 의해 차기 주자로 ‘지명’당한 바 있는 통합신당의 정동영 의원,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과 한나라당의 강재섭 의원,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민적 인기가 높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등도 주자로 분류되며 김혁규 경남도지사도 대권을 꿈꾸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이 서울시장과 손 경기지사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신분을 적극 활용, 길을 닦아왔다. 나머지 주자에게 재신임 정국은 느닷없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기 주자군 중 한 사람의 측근은 “솔직히 며칠 동안 그 문제(대권 도전)에 대해 고민해보지 못했다”며 “당분간은 평소 하던 대로 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른 감은 있지만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가 가까워올수록 ‘포스트 노무현’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가 올라갈 경우 포스트 논쟁은 무력해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차기 주자가 오히려 노대통령의 지지를 갉아먹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대통령의 느닷없는 재신임 선언 배경에는 아직 이렇다 할 차기 주자가 없는 현실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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