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1

2003.09.11

‘춤과 노래’ DVD 20選

고전서 현대물까지 뮤지컬 총망라 … ‘재미+감동’ 입맛대로 골라골라

  •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oksunny@ymca.or.kr

    입력2003-09-04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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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과 노래’ DVD 20選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 그러나 같이 영화 한 편 보며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연령, 취향별로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릴러나 액션물은 무섭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염려되고, 애정영화는 진한 러브 신이 나올까봐 아슬아슬하다. 애니메이션을 고르면 어른들은 유치하다며 아이들만 화면 앞에 옹기종기 앉혀놓은 채 다른 일을 한다.

    이럴 때는 화려한 춤과 감미로운 노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이 안성맞춤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나 피 튀기는 잔인한 폭력, 소름 끼치는 공포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최고의 엔터테이너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모노 사운드의 고전도 DVD 출시를 위해 5.1 서라운드의 입체음향으로 손을 본 경우가 많아 남보다 앞서 비싼 홈 시어터를 장만한 보람을 만끽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하겠다.(감독/ 주연/ 출시사/ 제작년도/ 상영시간/ 등급)

    ◈ 추억의 스타와 함께

    # 마릴린 먼로가 노래하는 코미디

    ‘춤과 노래’ DVD 20選
    버스 정류장 Bus Stop



    조슈아 로간/ 마릴린 먼로, 돈 머레이/ 폭스/ 1956년/ 96분/ 15세

    뮤지컬 제작에 능했던 조슈아 로간의 솜씨가 잘 살아난 영화다. 또한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천진함을 간직한 채, 진정으로 사랑받고 대접받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한 마릴린 먼로의 연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특히 먼로가 ‘That Old Black Magic’을 노래하는 장면은 매혹적인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피닉스 행 버스에 오른 21살의 순진한 목동 보. ‘천사 같은 여자를 찾겠다’고 결심한 보는 쇼걸 셰리를 보는 순간 이상형을 찾았다며 결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게티스버그 연설을 시 대신 바치며 무지막지하게 구애하고, 반항하는 셰리를 밧줄로 묶어 버스에 태운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보가 셰리에게 사과하며 “당신의 지금 모습 그대로가 좋다”고 하자, 셰리는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 가장 달콤하다”며 키스로 답한다.

    ‘춤과 노래’ DVD 20選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Hot

    빌리 와일더/ 마릴린 먼로, 잭 레몬, 토니 커티스/ 폭스/ 1959년/ 120분/ 18세

    감독 빌리 와일더와 시나리오 작가 IAL 다이아몬드 콤비가 낳은 최고의 코미디 영화이자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미국 영화 100선’에서 14위에 오른 고전으로, 영화 관련 책에 자주 언급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이 영화는 촉촉한 분위기로 노래한 마릴린 먼로, 케리 그란트를 모델로 삼아 갑부 흉내를 낸 토니 커티스, 여장남자 다프네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잭 레먼 모두에게 최고작이 되었다.

    1929년 시카고. 색소폰과 첼로를 연주하는 가난한 친구 조와 제리는 콜롬보 일당의 대학살을 목격하는 바람에 쫓기는 신세가 되자, 여장을 하고 마이애미 공연 투어에 나선 여성 밴드에 숨어든다. 금발의 미녀 가수 슈가는 조세핀과 다프네로 이름을 바꾼 두 여장 남자와 친구가 되고, 정체성 소동에 콜롬보 일당 소탕 작전이 겹치면서 ‘뜨거운 것이 좋아’는 걷잡을 수 없는 웃음판으로 치닫는다.

    플레이밍 스타 Flaming Star

    돈 시겔/ 엘비스 프레슬리/ 폭스/ 1960년/ 91분/ 15세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는 33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배우로서의 대표작은 젊은이의 우상으로서 모든 것을 바친 듯한, 춤과 노래가 빼어난 ‘Jail House Rock’과 백인과 인디언의 혼혈아로 분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 안에 넘쳐흐르는 본능적인 연기력을 발휘한 ‘플레이밍 스타’, 앤 마거릿과의 연기 앙상블이 일품인 ‘비바 라스베가스’ 세 편이 꼽힌다.

    1878년의 텍사스를 무대로 한 ‘플레이밍 스타’에는 인디언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이상으로 삼는, 철학적이며 시적인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엘비스 역시 백인 쪽에도 인디언 쪽에도 속할 수 없는 혼혈 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의 혼란을 진지하게 연기한다. 첫 신에 나오는 생일잔치에서 기타를 메고 주제곡 ‘플레이밍 스타’를 부르는 엘비스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비바 라스베가스 Viva Las Vegas

    ‘춤과 노래’ DVD 20選
    조지 시드니/ 엘비스 프레슬리, 앤 마거릿/ 드림믹스/ 1964년/ 86분/ 12세

    엘비스 프레슬리의 15번째 영화. 라스베이거스의 카 레이서로 분한 엘비스는 이 영화에서 총 10곡을 노래한다. ‘Today, Tomorrow and Forever’ ‘I need somebody to lean on’ ‘The Yellow Rose of Texas’ 등 이들 대부분은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다. 특히 앤 마거릿과 함께 부르는 ‘Come on, Everybody’는 ‘비바 라스베가스’의 백미.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CD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만 듣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왼쪽으로 비틀어진 매력적인 미소, 리듬 기계인 양 다리와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열창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면, 엘비스 노래의 반은 그냥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다 할 무대장치 없이 열정적인 몸동작과 노래만으로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는 엘비스는 언제 보아도 황홀하다.

    # 도리스 데이의 부드럽고 건강한 노래

    ‘춤과 노래’ DVD 20選
    켈러미티 제인 Calamity Jane

    데이비드 버틀러/ 도리스 데이, 하워드 킬/ 워너/ 1953년/ 101분/ 12세

    켈러미티 제인(1848~ 1903)은 미국 서부 개척사에 나오는 전설적인 여장부. 애리조나에서 태어난 제인은 일찍 어머니를 잃고 고아나 다름없이 성장했다. 말을 잘 타고 총을 잘 쏜 덕분에 쿡 장군과 카스터 장군 휘하에서 기병대, 우편 배달부, 말몰이꾼, 인디언 스카우터 등으로 일하다 남북전쟁에 참가했다. 버팔로 빌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지만 그가 암살된 후 유랑극단 공연자로 떠돌아다녔다.

    숱한 일화를 남긴 제인의 일생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제인 역을 맡았던 여배우만 해도 진 아서, 제인 러셀, 이본느 데칼로, 캐롤 버넷, 제인 알렉산더, 안젤리카 휴스톤 등 쟁쟁한 이들이다. ‘켈러미티 제인’은 밝고 건강한 미국 여성의 표상과 같았던, 노래하는 배우 도리스 데이가 주연한 뮤지컬. 데이가 부른 주제곡 ‘Secret Love’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춤과 노래’ DVD 20選
    필로우 톡 Pillow Talk

    마이클 고든/ 록 허드슨, 도리스 데이/ 워너/ 1959년/ 105분/ 12세

    미남배우 록 허드슨과 이웃집 아가씨처럼 친근하고 건강한 이미지의 도리스 데이는 남녀가 티격태격 사랑싸움 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로 1950~6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다. 델버트 만의 62년 작 ‘Lover Come Back’, 노만 주이슨의 64년 작 ‘Send Me No Flowers’와 ‘필로우 톡’이 대표작. 능청스런 플레이보이로 분한 록 허드슨과 콧대 높은 커리어 우먼으로 분한 도리스 데이가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은 요즘의 로맨틱 코미디와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다.

    ‘필로우 톡’은 정곡을 찌르는 기막힌 대사를 주고받으며 엎치락뒤치락 소동 끝에 개성 강한 여성과 능구렁이 같은 남성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에 이른다는 스쿠르볼 코미디의 전통을 잇고 있다. 실내 디자이너와 플레이보이 작곡가가 같은 전화선을 쓰게 된 것이 빌미가 되어 싸우다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 데이는 ‘필로우 톡’과 ‘Possese Me’를 경쾌하고 부드럽게 노래하며, 허드슨은 감미로운 음성으로 ‘Inspiration’을 부르며 여성들을 유혹한다.

    하비 걸 The Harvy Girls

    조지 시드니/ 주디 갈란드, 존 호디악/ 워너/ 1946년/ 101분/ 12세

    ‘오즈의 마법사’로 유명해진 뮤지컬 스타 주디 갈란드가 새 인생을 찾기 위해 혈혈단신 서부로 온 용감한 아가씨 수잔으로 분한 뮤지컬. 펜팔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낯선 서부로 온 수잔이 웨이트리스가 되어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내용.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유명한 할머니 배우 안젤라 란스베리의 처녀 시절의 요염한 모습도 볼 수 있다.

    테크닉 컬러의 와이드 스크린으로 제작된 ‘하비 걸’은 기차역 도착 신에 나오는 노래 ‘On the Atchison, Topeka and the Santa Fe’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뮤지컬 사상 가장 긴 샷인데 단 한 번에 촬영을 끝냈을 정도로 갈란드를 비롯한 출연진의 집중력과 재능이 대단했다는 게 감독의 회고다. 이처럼 뛰어난 배우들을 이제는 찾을 수 없어 뮤지컬을 만들지 못한다는 등 시드니 감독은 코멘터리에서 당시 할리우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춤과 노래’ DVD 20選
    상류사회 High Society

    찰스 월터스/ 그레이스 켈리, 빙 크로스비/ 워너/ 1956년/ 111분/ 12세

    케서린 헵번, 케리 그란트,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조지 쿠커 감독의 1940년 작 ‘더 필라델피아 스토리’를 리메이크했다. 워낙 유명한 스쿠르볼 코미디 걸작을 리메이크하는 터라, 캐스팅과 음악에 무척 신경을 썼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물망에 올랐던 여주인공 역은 그레이스 켈리에게 낙점되었는데, 모나코 왕자와 약혼한 켈리를 고려해 영화는 초스피드로 촬영되었다. 온화한 음성의 빙 크로스비와 성격이 급했다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최초 공연이란 점도 화제가 되었다. 루이 암스트롱이 자신의 악단을 이끌고 출연하여 화자 역할을 한 것도 큰 뉴스거리였다.

    도입부에 암스트롱이 부르는 ‘High Society Calypso’,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크로스비와 켈리의 듀엣곡 ‘True Love’, 시나트라가 부르는 ‘Who Wants to be a Millionire?’, 시나트라가 켈리에게 구애할 때 부르는 ‘You’re Sensational’, 시나트라와 크로스비의 경쾌한 듀엣곡인 ‘Well, Did You Evah?’, 크로스비와 암스트롱이 함께 부르는 ‘Now You has Jazz’ 등 다양한 장르의 명곡이 흐른다.

    ◈ 온 가족이 함께

    ‘춤과 노래’ DVD 20選
    대경주 The Great Race

    블레이크 에드워즈/ 토니 커티스, 나탈리 우드, 잭 레먼/ 워너/ 1965년/ 160분/ 전체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여 온갖 탈것들을 동원한 모험 오락영화. 007이 애용할 법한, 변신 장비를 갖춘 화려한 자동차가 총출동한다. 특히 두 남자 주인공이 타고 나온 레슬리 스페셜과 한니발 8이란 스포츠 카는 영화 개봉 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그외 애드벌룬을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 ‘배트맨’이나 ‘가위손’에 나옴 직한 저택 등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돋보인다. 또한 인디언이 출몰하는 서부에서부터 사막, 알래스카 빙하, 러시아, 유럽의 가상 왕국을 거쳐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까지의 여정 동안 이국 정서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모험을 즐길 수 있다.

    금세기 초 모험가 레슬리는 미국 자동차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뉴욕에서 파리까지의 자동차 경주를 제안한다. 레슬리에게 번번이 패한 숙적 페이트 교수는 실수만 연발하는 조수를 거느리고 이에 도전한다. 여성 권리 운운하는 매기 드보아가 취재를 핑계로 참가하면서 시끌벅적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춤과 노래’ DVD 20選
    메리 포핀스 Mary Poppins

    로버트 스티븐슨/ 줄리 앤드루스, 딕 밴 다이크/ 부에나비스타/ 1964년/ 139분/ 전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꺼낼 수 있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말하는 앵무새가 손잡이에 매달려 있는 검은 우산을 펴 들고, 꽃으로 장식된 모자와 털 목도리 차림으로 동풍을 타고 나타난 요정 메리 포핀스가 에드워드 왕이 통치하던 1910년의 런던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제인과 마이클 오누이의 유모가 된 메리 포핀스는 두 아이와 함께 놀라운 환상여행을 떠난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어릿광대 버트 아저씨가 이 여행에 동행한다.

    영국의 여류작가 P.L.트레버스의 소설을 실사와 세트,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조화로 구현한 걸작 뮤지컬.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요즘 보는 컴퓨터그래픽 영화에 견주어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Chim-Chim-Cheree’를 비롯한 15곡의 노래, 굴뚝 청소부 아저씨들의 군무, 4마리 애니메이션 펭귄과 버트의 춤 등 뮤지컬로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디즈니사 작품이 대개 그러하듯 화질과 음질이 빼어나며 스페셜 피처에는 온 가족용 게임까지 들어 있다.

    42년의 여름 Summer of 42

    로버트 멀리건/ 게리 그라임스, 제니퍼 오닐/ 워너/ 1971년/ 104분/ 12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1942년 여름을 추억하는 영화. 성에 눈뜰 무렵 알게 된 연상의 여인과의 짧은 사랑과 긴 이별, 그리고 성인이 된 후의 회상을 40년대 정서에 맞게 묘사한다. 이야기의 단조로움을 커버하는 것은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로버트 셔티즈가 찍은 롱 아일랜드의 쓸쓸한 바닷가, 거무스레한 모래언덕과 그 언덕 위의 외딴집 풍광은 흑백사진으로 인화해두고 싶을 정도다. 귀에 익숙한 미셸 그르랑의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15살 여름, 별장을 찾은 주인공은 친구들과 함께 무료함을 달래며 지낸다. 여자 몸에 닿고 싶어 안달하던 그는 어느 날, 그는 바닷가 언덕 외딴집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본 후 떨림과 혼란을 느낀다. 긴 머리를 예쁜 끈으로 묶고, 날씬한 허리와 다리를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여인,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이 연상의 여인에 대한 그의 짝사랑이 마침내 시작된다.

    ‘춤과 노래’ DVD 20選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Save the Last Dance

    토마스 카터/ 줄리아 스타일스/ 파라마운트/ 2001년/ 98분/ 15세

    힙합 댄스를 소재로 한 청춘 성장영화. 미국에서는 톰 행크스가 주연한 무인도 탈출기 ‘캐스트 어웨이’를 누르고 흥행순위 1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급 배우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소품 영화가 그토록 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10대가 주인공인 댄스영화 공식을 충실히 따른 점을 꼽아야겠다. 발레리나를 꿈꾸던 재능 많고 욕심 많은 여고생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춤을 포기한다.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자책하던 소녀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주는 남자친구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댄서를 뽑는 오디션에 참가한다. ‘플래시 댄스’ 이래 대부분의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택하고 있는 연습-좌절-재도전의 전형이다. 이 단순함을 메워주는 것이 10대 배우의 풋풋한 매력과 땀내음까지 전해질 듯 신나는 댄스 장면들. 발레와 힙합 댄스를 잘 소화해낸 사라 역의 줄리아 스타일스는 독특한 마스크의 기대주다.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 Hey Mr. Producer

    카메론 메킨토시/ 줄리 앤드루스(진행)/ 다우리/ 1998년/ 162분/ 전체

    카메론 메킨토시의 뮤지컬 인생 30년을 기리는 공연 실황을 두 장의 디스크에 담았다. 메킨토시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이스트엔드 무대에 숱한 뮤지컬 히트작을 올린 제작자다. ‘올리버’ ‘마이 페어 레이디’ ‘캐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클라호마’ ‘집시’ 등 현대 뮤지컬의 걸작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메킨토시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은 1998년 6월8일, 런던의 리시움 극장에서 줄리 앤드루스의 사회로 열렸다. 엘리자베스 여왕 부처를 기립박수로 맞이한 후 ‘올리버’가 첫 무대에 오른다. 고아원 소년들이 음식을 달라고 호소하는 합창과 군무가 끝나면 ‘마이 페어 레이디’가 이어진다. 간단한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변화를 주며 200명의 출연진이 160분간 50곡의 노래와 춤을 펼친 최고의 공연 하이라이트 모음집. 돌비 디지털과 DTS 사운드 어느 쪽으로 감상해도 만족스럽다.

    헤어 Hair

    밀로스 포먼/ 존 사베지, 트리트 윌리엄스/ 스펙트럼/ 1979년/ 121분/ 15세

    1960년대 청춘을 기리는 영화. 월남전 반대 데모와 히피족으로 상징되는 당시의 청년문화를 트윌라 소프의 역동적인 안무와 앤 로스의 의상의 도움을 받아 자유분방한 형식으로 재현하며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주인공이 상상하는 장면의 환상적 연출이 첫손에 꼽힌다. 전문 뮤지컬 가수들이 ‘Ain’t Got No’ ‘Black Boys’ ‘White Boys’ 등을 노래한다.

    군 입대를 앞두고 뉴욕 구경에 나선 오클라호마 시골청년 클라우드. 센트럴파크 공원에 갔다가 버거를 리더로 한 4명의 히피족을 사귀고, 승마하러 나온 뉴욕 상류층 집안 딸 쉴라에게 반한다. 네바다에서 훈련받고 있는 클라우드를 면회하러 간 버거 일행과 쉴라. 외출할 수 없는 클라우드를 대신해 버거가 군복을 입었다가 급작스런 출동 명령을 받고 베트남으로 떠났다가 전사한다.

    빅터, 빅토리아 Victor, Victoria

    ‘춤과 노래’ DVD 20選
    블레이크 에드워즈/ 줄리 앤드루스, 제임스 가너/ 워너/ 1982년/ 133분/ 15세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후기 작품을 대표하는 코믹 뮤지컬. 감독의 아내이자 주연배우인 줄리 앤드루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1995년엔 60살의 나이로 브로드웨이 무대극에도 출연해 1년8개월 간의 강행군 끝에 은퇴 공연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빅터, 빅토리아’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헨리 맨시니, 1930년대 파리를 멋지게 재현한 로저 마우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의상을 만든 패트리시아 노리스,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 스타일에서부터 스페인 춤까지 모든 춤의 안무를 맡은 패디 스톤 등 영화 ‘빅터, 빅토리아’에는 칭찬거리가 넘쳐난다.

    1934년 겨울 파리, 정통 뮤지컬 배우 그랜트는 러시아에서 온 게이 백작 빅터로 변장해 성공을 거둔다. 그의 공연을 본 시카고 출신 갱 킹이 그에게 한눈에 반해버리면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비틀즈의 헬프 Help!

    리처드 레스터/ 링고 스타, 존 레논/ 선/ 1965년/ 92분/ 15세

    비틀즈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 비틀즈의 첫 출연작인 ‘A Hard Day’s Night’와 마찬가지로, 미국 감독 리처드 레스터가 1960년대 영국에서 만든 대표적인 음악영화다. 황당한 상황, 영리한 개그, 난센스의 남발로 상상력의 극치를 구가한다. 마치 ‘반지의 제왕’을 B급 코미디물로 리메이크한 것 같다.

    비밀 종교단체 신도들이 그들의 신 카일라에게 제물을 바치려는 순간 가장 중요한 반지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제사장과 심복들이 반지를 찾아 런던으로 오고, 링고 스타가 끼고 있는 붉은색 반지를 빼내려고 갖가지 계략을 꾸민다. 음반을 녹음해야 하는 비틀즈는 스톤헨지, 알프스 스키장, 바하마 해변으로 도망다니며 ‘Help’ ‘Ticket To Ride’ ‘Another Girl’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등을 노래한다. 여기에 007풍의 연주곡과 베토벤의 교향곡 9번 등이 섞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속 재즈 여행 Eastwood After Hours

    브루스 리커/ 클린트 이스트우드/ 워너/ 1997년/ 107분/ 전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를 통해 재즈를 알리는 데 공헌했고,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재즈 뮤지션이며,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을 후원하는 재즈 애호가다. 또한 아들 카일을 콘트라베이스 주자로 키워 카일 이스트우드 쿼텟을 이끌게 했다. 이런 업적을 기려 연주자라면 누구나 무대에 오르기를 꿈꾸는 카네기 홀에서 이스트우드를 위한 헌정 공연이 열렸다.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이 총집합했던 1996년의 카네기 홀 재즈 공연 실황을 담은 것이 ‘…재즈 여행’이다.

    이스트우드 영화의 음악을 많이 맡았던 레니 니하우스가 음악감독을 맡은 공연은 ‘미스티’ 연주로 시작되어, 이스트우드가 피아노로 연주하는 자작곡 ‘C.E.블루스’로 막을 내린다. 연주와 함께 관련 영화를 보여주며, 곡이 끝날 때마다 이스트우드가 음악에 대해 설명해준다. 공연 준비과정, 인터뷰 등을 담은 또 다른 다큐물 ‘Eastwood After Dark’가 스페셜 피처로 들어 있다.

    ‘춤과 노래’ DVD 20選
    라스트 왈츠 The Last Waltz

    마틴 스코시즈/ 더 밴드/ 폭스/ 1978년/ 117분/ 전체

    캐나다 출신 록 그룹 ‘더 밴드(The Band)’의 마지막 공연 실황을 기록했다. ‘더 밴드’는 로니 호킨스와 밥 딜런의 반주를 맡은 것을 계기로, 16년간 록 음악사에 큰 업적을 남긴 지적인 그룹. 이들의 마지막 공연에는 닐 영, 닐 다이아몬드, 조니 미첼, 에릭 크랩튼, 벤 모리슨, 밥 딜런, 링고 스타 등 12명의 팝 스타가 찬조출연했다. 6000명의 팬과 함께한 7시간 공연의 기록은 유명 촬영감독 7명이 맡았고, 편집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때 음악가를 꿈꾸었다는 스코시즈는 ‘라스트 왈츠’의 코멘터리에서 “‘더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가 한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필름으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스코시즈는 1976년 추수감사절에 샌프란시스코의 윈터랜드에서 열린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직접 단원들을 인터뷰하여 ‘더 밴드’의 탄생에서 해체까지를 진솔하게 전한다.

    ‘춤과 노래’ DVD 20選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존 카메론 미첼/ 존 카메론 미첼/ 엔터원/ 2001년/ 15세

    동독에서 태어난 트랜스젠더 록 가수의 기구한 인생 유전을 파격적인 노래가사와 의상, 가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펑크 록 뮤지컬. 시나리오, 감독, 주연을 도맡은 존 카메론 미첼이 DVD의 코멘터리와 장편 영화 길이의 다큐멘터리 ‘The Story of Hedwig’에서 밝힌 ‘헤드윅’ 제작 여정은 영화 못지않게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뉴욕의 여장남자들이 립싱크 하는 스퀴즈 박스 무대에 트레스크 밴드와 함께 선 것이 1994년. 직접 노래하며 헤드윅이라는 트랜스젠더의 사연을 들려주는 미첼의 공연은 인기를 끌었고, 연인 토미와 이치학을 등장시키는 3부작으로 다듬어진다. 10개월간 1주일에 7차례 공연을 계속한 미첼. 마돈나와 데이비드 보위와 루 리드가 관람했고, 한국 여성이 헤드윅 가발을 만들었다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는 끝도 없다. 이런 무대에서의 성공 끝에 영화로 만들어진 ‘헤드윅’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춤과 노래’ DVD 20選
    8마일 8 Mile

    커티스 핸슨/ 에미넴, 브리트니 머피/ 유니버설/ 2003년/ 110분/ 18세

    랩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 청춘 성장영화인 ‘8마일’을 감상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 두 가지. 제목 ‘8마일’은 디트로이트시를 중심부와 변두리로 나누는 명칭이라고 한다. 감독은 이를 흑인과 백인, 가진 자와 버림받은 자 등의 경계로 상징화했다고 밝힌다. 도입부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랩 배틀’은 권투시합하듯 랩으로 ‘맞장’ 뜨는 것을 말한다. 두 명의 래퍼가 자신의 분노,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담은 재치 있고 독설적인 래핑으로 승부를 겨룬다.

    ‘8마일’은 밑바닥 흑인 정서를 주 소재로 삼는 랩 음악계를 장악한 천재적인 백인 래퍼, 에미넴의 자전적 이야기를 원용했다. 2000년과 2001년 그래미 최우수 랩 앨범상 연속 수상하며 ‘제2의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평을 들은 에미넴. 자신의 성장사를 반영한 ‘8마일’로 영화에 데뷔해, ‘제임스 딘의 후계자’라는 수식어를 보탰다. 그는 ‘8마일’의 음악까지 담당해 주제곡 ‘Loose Yourself’로 2003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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