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3

2002.12.12

5년 연속 80%대 취업률 … 작지만 강한 ‘동양대’

실무형 커리큘럼·첨단 시설로 지방대 한계 극복 … ‘컴퓨터 특성화’ 경쟁력 갖춘 신지식인 양성

  • 영주=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2-12-05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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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연속 80%대 취업률 … 작지만   강한  ‘동양대’

    연못과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있는 동양대 교정. 이 대학은 첨단 학문과 고고한 선비정신을 겸비한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대학’.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자락 바로 아래 자리잡은 동양대학교(총장 최성해)를 일컫는 말이다. 학부생 3800여명(대학원 포함 5600여명)의 ‘작은’ 동양대는 짧은 역사에 지방대학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졸업생들의 높은 취업률과 첨단 시설,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주목받아 왔다.

    대학의 대외 이미지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동양대는 2000년,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하는 교육개혁사업에서 첨단 기술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기르자는 취지의 ‘선비21 프로젝트’로 2년 연속 최우수대학에 선정됐다. 200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시행한 대학종합평가에서는 교육 영역에서 우수, 시설과 설비 영역에서는 최우수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11월18일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원하는 2002학년도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사업의 대상 대학교로 선정돼 ‘단단한’ 대외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요즘 전국의 대학들이 졸업생(예정자)들의 취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동양대는 수년 동안 이례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1994년 개교한 뒤 첫 졸업생을 배출한 98년 IMF 관리체제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취업률 85%를 달성했고, 99년 91%, 2000년 87%, 2001년 86%, 2002년 88%의 취업률을 각각 올렸다. 이는 대학원 진학과 군입대 등의 수치를 뺀 순수 취업률이어서 서울 소재 일류대학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교육부 재정지원 대학교로 선정



    컴퓨터제어공학과, 컴퓨터응용기계공학부, 시스템화학생명공학과 등 첨단 학부 및 학과는 100%의 취업률을 기록중이다. 더욱이 지난해 자체 조사에서 취업생들의 90% 이상이 자기 전공을 살려 취직한 것으로 집계돼 취업의 질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대가 이처럼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것은 사회적 요구에 맞게 특성화한 실무형 교과과정 개발, 영어·일어 등 체계적인 외국어 교육,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 수준 높은 교육 시설 등 때문이다.

    5년 연속 80%대 취업률 … 작지만   강한  ‘동양대’

    정보보안 전문동아리 MSG 학생들과 권갑현 지도교수(위쪽).컴퓨터응용기계공학부 학생들이 교수와 함께 실습하고 있다.

    실무형 커리큘럼은 이 대학 교과과정의 핵심이다. 즉 학생들이 취업 후 실무를 배우는 일정 기간 없이 바로 전공 분야에 투입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학과별로 산학협력을 통한 주문식 교육체제 개발이 비결이다. 4개 계열, 8개 학과, 7개 학부(18개 전공)의 전공 교수와 산업체 임직원이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조화시켜 실용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것이 주효했다.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에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는 어학 프로그램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 자신에게 필요한 어학을 생활 속에서 익힐 수 있도록 좋은 시설과 여건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 어학 성적이 좋을 경우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실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동양대의 상징’으로 알려진 ‘선비교육’은 최성해 총장이 내놓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흔히 선비는 구태의연하고 실제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원래 선비는 인성을 갖추고 당대의 최신 학문을 익힌 선각자들이었다. 인간성을 메마르게 하기 쉬운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선비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최총장의 고집이 낳은 프로그램이다.

    선비교육의 일환으로 이 대학에 개설된 ‘사회봉사와 예절’이라는 과목은 졸업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 이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절을 몸에 익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이 과목은 평소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반영하는 ‘선행 마일리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선행이나 외부 봉사활동이 눈에 띌 경우 점수가 가산되고 품위를 잃은 행동을 할 경우 감점되는 제도다. 그래선지 학교를 방문한 낯선 ‘객’을 향해 마주치는 학생들마다 깍듯이 인사를 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개교 당시부터 ‘컴퓨터 분야 특성화 대학’이라는 모토를 내세웠던 이 학교는 그에 맞게 전국 최상급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동양의 MIT 공대’를 표방하는 학교답게 재학생 1.2명당 1대라는 높은 컴퓨터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기숙사 방마다 LAN을 설치, 인터넷의 생활화를 꾀해왔다. 또한 정보기술(IT) 전문가 양성과정을 마련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자격증 취득자 중에서 프로그램 참가자를 선발해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그룹스터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공간 및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5년 연속 80%대 취업률 … 작지만   강한  ‘동양대’

    경영관광정보학부 학생들이 교정의 잔디밭에 모여 담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육부로부터 ‘지방대학 육성 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동양대는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방대학 육성 사업이란 교육부가 지방 소재 120개 4년제 국·사립 대학 및 산업대 가운데 40개 대학을 선정해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우수학생을 유치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500억원의 재정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다.

    이로 인해 동양대는 영주시 지역의 전통문화 자산을 활용해 지역과 대학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퓨처 워크스 프로젝트(Future Works Project)’를 내세워 앞으로 4년간 정부로부터 8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또한 동양대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대학 자체 대응금 88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교내에 컨벤션센터와 문화교육센터를 갖춘 문화지식 복합관(complex)을 신축하고, 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에 영주문화산업단지·불교문화예술단지·영주패션타운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총장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지역 친화적인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실제적인 교육 덕분인지 이 대학 학생들은 자긍심도 높았다. 11월22일 오후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류현순양(21·컴퓨터공학부 3년)은 학교생활에 만족해했다.

    “남들이 지방대학이라고 얕보지만 저는 신경 안 써요. 입학할 때 컴퓨터 특성화 대학이라는 모토가 마음에 들어 컴퓨터공학부에 지원했는데 역시 잘 선택했다 싶어요.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실력을 쌓아 멋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습니다.”

    졸업생 재교육 ‘리콜 교육’ 새 모델

    인천에서 유학 온 류양은 “좋은 시설과 환경, 마음이 통하는 젊은 교수들과 친구들 덕분에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며 “지방대라는 벽을 무시할 순 없지만 많은 선배들이 좋은 곳에 취직하고 있어 앞날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활짝 웃었다.

    전문동아리인 자동차연구회 회원 이흥규군(25·기계공학부 3년)은 “동아리 회원들이 10월26일 전남대에서 열린 저연비 자동차 경진대회에 출품해 6위를 차지했다”며 “지도교수가 있는 전문동아리에 가입해 자동차에 빠져 살 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취업 준비로 이어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모두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지방대학이라는 한계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좌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승태 교수(46·시스템화학생명공학과)는 전공과는 별도로 ‘대학생의 갈등과 자기 이해’라는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원예 동아리 ‘동양원’ 지도교수이자 학생처장이기도 한 고교수는 “남을 배려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교육하면 70% 이상이 자신감 넘치는 학생으로 변신한다”고 말했다.

    동양대는 신입생 MT도 단순히 먹고 마시는 차원을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게 된 이유’ ‘대학생활 동안 해야 할 일’ 등을 주제로 워크숍을 연다. 또 매년 10월에 열리는 가을축제도 체육대회나 인기가수 초청공연 등 즐기는 축제에서 벗어나 세미나와 연구발표, 외국어 웅변대회 등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재학생들이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동양대는 졸업생들에게도 전문가 재교육을 모교에서 받을 수 있게 하는 ‘리콜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엔 대학과 기업, 취업한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협의를 통해 교육프로그램을 정하고 이들이 함께 참여해 교육하는 ‘국제공인 IT전문가 모교방문 수련회’를 열었다. 7월13일부터 14일까지 교내 현암관에서 전문동아리인 JAVA 클래스 동아리 56명(졸업생 26명, 재학생 30명)이 참가한 이 수련회에서 김성호 이즈넷 대표(43)는 특강을 통해 “산업체와 대학, 그리고 양 기관의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하고 추진하는 전문가 모교방문 재교육 프로그램은 리콜 교육의 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교육은 앞으로 이 학교가 자랑하는 정보보안, 게임프로그램, 증시분석 등의 전문동아리로 확대될 예정이다.

    동양대는 한국대학신문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캠퍼스 가꾸기 사업’에서 아름다운 캠퍼스로 선정될 만큼 캠퍼스의 풍광도 수려하다. 특히 ‘학자수’로 불리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캠퍼스 곳곳에 늘어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바탕 위에서 꼿꼿이 학문을 닦는 첨단 신지식인을 양성하려는 대학의 의지가 캠퍼스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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