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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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추억, 역사 그리고 오해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3-08-01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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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의 추억, 역사 그리고 오해
    음식과 관련된 책들로 ‘화제의 책’ 식탁을 차려볼 참이다. 그러나 전채에서 디저트까지의 계획된 코스요리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할 수 있는 토종 한국식 상차림인가 하면 푸짐함의 대명사인 중국요리가 나오고, 그런가 하면 한껏 다신 입맛을 확 떨어뜨리는 음식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권컨대 ‘황석영의 맛과 추억’(이하 맛과 추억), 장징의 ‘공자의 식탁’,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 이 순서대로 읽기 바란다.

    사실 ‘맛과 추억’은 신간이 아니다. 지난해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었다. 이번에 나온‘맛과 추억’은 제목만 바꾼 것이다. 갑자기 ‘헌 책’이라는 생각에 선도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추석을 앞둔 지금 ‘맛과 추억’만큼 제격인 책도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음식 맛은 혀끝이 아니라 기억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방 전후 밀가루로 연명하던 시절 어머니가 별미로 지지던 장떡 냄새. 수십년 만에 다시 먹은 장떡은 어쩐지 물컹하고 아무런 맛도 없다. 장떡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우리의 입맛이 변했구나!

    ‘노티’는 기장쌀을 빻아 시루에 찐 뒤 엿기름가루를 우려낸 물과 소금, 참기름을 넣고 반죽해서 삭힌 다음 손바닥만한 크기로 지져내는 이북 음식이다. 저자는 89년 방북 때 생각지도 않았던 ‘노티’를 먹게 됐다. 공항에 배웅 나온 막내이모가 “이거 개져다 먹어보라”며 넘긴 보퉁이에는 노티가 들어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우적우적 노티를 씹으며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했던 말을 떠올렸다. “노티를 꼭 한 점만 먹고 싶구나. ”

    황석영씨의 입담과 어우러진 음식들은 혀끝에 닿기도 전에 군침을 돌게 한다. 여기에 감옥생활과 망명지 독일에서 맛본 추억의 음식들이 별미처럼 더해진다.



    ‘공자의 식탁’은 4000년 중화요리의 역사를 더듬는다. 2500년 전 공자의 식탁과 현대 중국인들의 식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마누라를 잡혀서라도’ 먹어봐야 한다는 ‘상어지느러미찜’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등 비교문화사학자의 관점에서 ‘요리’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수·당시대의 개고기 논쟁이다. 개고기는 원래 중국인들이 즐겨 먹던 육류로 제상에도 올렸을 정도다. 전국시대에는 개 잡는 일만 전문으로 하는 구도(拘屠)라는 직업도 있었다.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후에도, 한 고조 유방 시절에도 먹던 개고기가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인의 식탁에서 사라졌다. 왜? 육조시대를 전후로 사람들은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했다. 특히 후한 붕괴 후 중국을 장악한 유목민족들은 개를 수렵용으로 길렀고 심지어 아끼는 개에게 작위를 내리기도 했다. 점차 개고기에 대한 금기가 늘면서 사람들은 아예 고기맛을 잊어버렸다. 북방 유목민의 남하로 개고기 문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맛의 추억, 역사 그리고 오해
    이제부터 입맛 떨어지는 이야기다. ‘육식과 채식에 관한 1000가지 이해와 오해’라는 부제를 단 ‘음식혁명’은 환경운동가인 존 로빈스가 썼다. 이 책은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이어 식생활과 환경, 건강을 망라한 음식 이야기의 완결편이다. ‘음식혁명’은 지금까지 벌어진 육식 대 채식 논쟁을 정리하고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분명히 한다. 그는 인권운동가이며 채식주의자인 딕 그레고리의 말을 빌려 “신중한 자세로 음식을 섭취하고 몸속의 독소와 음식에 대한 공포를 몰아낸다면 진정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신중하게 고른 음식은 육류와 유제품을 제외한 식물성 위주의 식단이다.

    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싫어도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인 핀란드, 스웨덴, 미국, 영국 순으로 골다공증 발병률이 높은 까닭은 무엇인가?” 뼈 때문이라면 차라리 양배추, 겨자잎, 브로콜리, 순무잎, 케일을 먹어라. 즐겁게 먹는 것도 좋지만 이제부터 안전하게 먹자고 주장하는 ‘음식혁명’. 미식가들에게는 적잖이 괴로운 선택일 것 같다.

    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224쪽/ 9000원

    공자의 식탁/ 장징 지음/ 박해순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248쪽/ 1만1000원

    음식혁명/ 존 로빈스 지음/ 안의정 옮김/ 시공사 펴냄/ 54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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