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1

1999.12.02

‘나스닥 전도사’로 Set up

  • 김강호/ 문화일보 산업과학부 기자

    입력2007-03-12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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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모두가 격려하고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11월18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앞에서 만난 이용태(李龍兌·66) 두루넷회장은 자사의 나스닥 상장 기념식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는 예정보다 15분이 늦은 6시45분경 개막됐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이회장이 연단에 올랐다. 하얏트호텔에서 가장 큰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에 마련된 700여석의 자리를 꽉 채운 청중은 기립한 채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은 한국정보통신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뜻합니다.”

    이회장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로부터 인정받은 데 힘입어 더욱 자신에 차 있었다. 인사말 도중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대통령의 손자이자 이번 나스닥 상장주간사인 리만 브러더스 시어도어 루스벨트4세 회장의 다음과 같은 팩스축전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번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한 주식 공모에 전세계 유수기업들이 줄줄이 참여했습니다. 놀랄 만한 청약률입니다.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으로 한국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제시될 것입니다.”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은 한국 중견기업이 경영투명성을 담보해내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빛난다. 두루넷은 국내 첨단 기업 중 나스닥 진출 1호라는 점 을 감안, 나스닥시장에서 사용되는 심벌명으로 ‘KOREA’를 선택했다. 물론 국가명을 심벌명으로 사 용한 것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나스닥 선발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나스닥에 상장됨으로써 두루넷은 성공 신화를 일굴 수 있게 되었지만 국내 기업 중 두루넷이 나스닥 상장의 첫번째 기업이 되리라고는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 몇년 전부터 몇몇 국내기업들이 자사 주식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태회장이 지난 몇십년간 국내 정보통신 분야에 쏟은 열정을 감안한다면, 두루넷의 성공은 우연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이름난 대입학원의 명 수학강사로 활약했던 그는 80년대 초 개인용컴퓨터(PC)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무렵, 국내 첫 양산체제를 갖춘 컴퓨터회사인 삼보전자엔지니어링(삼보컴퓨터의 전신)을 설립했다. 국내 최초의 PC인 ‘SE8001’을 개발한 그는 82년 국내 최초로 캐나다에 국산 PC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으며 그 뒤에도 국내 컴퓨터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이같은 업적으로 그는 92년 ‘21세기 경영인클럽’이 주관하는 신산업 경영대상을 받았고 98년 ‘과학기술의 날’ 에는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또 87년 정보산업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에 즈음해 이회장의 감회는 남다를 듯싶다. 그러나 그는 말을 아끼고 있다. 최소한 나스닥 상장 이후 25일간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토록 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의 침묵기간(White Period)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전도사에서 정보화 전도사를 거쳐 인터넷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용태회장. 그는 이제 ‘나스닥 전도사’로 변신, 또다른 성공 신화를 연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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