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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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대세 평택, 로또 맞을까

오를 대로 오른 땅값, 아파트 분양가도 덩달아 고공행진…‘공급 과잉론’ 제기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7-01 17: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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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은 단연 경기도 평택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라인 건설과 KTX 수서-평택 간 개통, 주한미군기지 이전 등 3가지 호재가 겹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평택시, 경기도시공사와 함께 ‘삼성전자의 평택고덕산업단지 조기가동을 위한 투자 및 지원 협약식’을 열고 15조6000억 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초 평택 삼성고덕산업단지(가칭·396만㎡) 안에 단일 공정라인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289만㎡)인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 공장 가동에 따른 고용 인구는 8만 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15만 명의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 시내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팽성읍에서는 여의도 넓이의 5.5배에 달하는 미군부대 캠프 험프리스(K-6)의 확장(기존 502만㎡에서 1465만㎡로 확대) 공사가 한창이다. 2007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 기공식을 연 데 이어 올해 말까지 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캠프 험프리스에는 군인, 군인 가족, 군무원 등을 합쳐 4만2000여 명이 거주하게 된다. 한국국방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평택 미군기지는 연간 약 5000억 원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플’ 호재에 분양 ‘완판’

    12월 개통 예정인 KTX 평택 지제역도 중요한 부동산 호재로 꼽힌다. 현재는 지하철(1호선) 역으로만 사용하지만 향후 KTX 환승역이 추가되면 서울 수서역에서 신평택역(지제역)까지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평택시는 이러한 개발 호재를 중심으로 17개 지역에서 도시·택지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논과 밭 일색인 평택이 조만간 상전벽해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하하는 부동산 개발 축을 보더라도 평택은 분당·판교-용인·수지-수원·광교-화성·동탄에 이은 차세대 개발지역으로 꼽을 만하다.    

    ‘2020년 인구 100만 도시 성장’을 목표로 하는 평택시는 규모 면에서는 고양시의 2배, 성남시의 3배다. 2000년 이후 꾸준히 인구 상승 및 유입이 이뤄져 올해 5월 말 기준 46만5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 중 인구가 가장 많이 유입된 지역은 비전1·2동에 해당하는 ‘소사벌택지개발지구’로 3년 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인구가 1만 명가량 늘어났다.



    6월 28일 기자가 찾아간 소사벌택지개발지구 일대는 최근 일고 있는 부동산 열기에 힘입어 활기 찬 모습이었다. 그중 상가 빌딩이 몰려 있는 소사벌상업지구에는 여러 아파트 브랜드의 본보기집(모델하우스)이 쭉 들어서 있는 일명 ‘모델하우스 거리’가 조성돼 있었다. 주말이면 본보기집을 둘러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고 한다. 현재 평택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국 어디서나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남 천안, 충북 청주 등 인근 지역을 비롯해 전라도, 경상도 등에서도 청약을 받고 있다. 현재 분양 중인 동삭지구 내 ‘자이더익스프레스3차’의 경우 5월 27일 본보기집이 오픈하고 사흘 만에 구경꾼 3만1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6월 초 분양을 시작한 용죽지구 내 ‘대우푸르지오3차’ 역시 1, 2차 완전 판매에 이어 이번에도 무난하게 분양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8월에는 평택지제센토피아(동삭지구, 모산영신지구 1·2구역)가 분양을 시작하고, 그 밖에도 평택칠원동문굿모닝힐과 힐스테이트평택3차가 연내 분양을 목표로 한다. 3~4월 이미 분양을 마친 곳까지 합치면 올해 평택시에서 분양되는 가구는 총 1만8300여 가구로 2014년 8058가구, 지난해 1만2137가구에 이어 역대 최대 물량이다. 2020년 완성되는 고덕국제신도시까지 포함하면 총 5만669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분양된 아파트는 대부분 완전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사벌상업지구 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1, 2층 저층을 빼고는 대부분 분양이 완료됐다. 12월 입주 예정인 아파트의 경우 프리미엄도 3000만~4000만 원 붙었다. 당시 3.3㎡당 가격이 85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만 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이 정도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그사이 다른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올라 가격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동삭지구 내 자이더익스프레스의 경우 1차 분양 가격이 3.3㎡당 920만~930만 원이었지만 2차 때는 950만~960만 원, 3차 때는 950만~1000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이에 대해 부동산 관계자는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완전 판매 행진을 이어가자 시행사는 배짱을 부리며 점점 더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웃돈 더 붙는다 vs 오를 대로 올랐다

    그렇다면 지금 평택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을까. 이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아파트 입주 전 분양권을 판매할 목적이라면 지금 분양받아도 프리미엄이 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는 “내년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지금보다 3.3㎡당 200만 원가량 더 오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물론 이는 지금처럼 분양이 적극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로, 상당수 부동산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라인이 들어오는 고덕국제신도시 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200만 원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아파트를 사놓으면 향후 그 가격까지 충분히 오를 것”이라면서 투자를 부추겼다.

    반면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H부동산 대표는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의 상당 부분이 지방 거주자들에 의해 거래된 것이다. ‘평택이 뜬다’는 소문을 듣고 한꺼번에 3~4가구씩 웃돈을 주고 산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는 미지수다. 자고로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비싸게 땅을 산 아파트 분양 시행사들이 손해 보지 않으려고 분양가를 올리는 형식으로 시장을 주도해 이유 있는 상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미 공급 과잉”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삼성 반도체라인 입주로 예상되는 유입인구가 최대 15만 명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허수일 뿐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라는 것. 이 대표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이들의 경우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인구도 많을 것이다. 현재 아파트뿐 아니라 원룸, 오피스텔도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가격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초등학교의 경우 인구수에 비례해 자동으로 신설되고, 중고교는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의 계획하에서 신설되는데, 올해 초 평택교육지원청이 고시한 바에 따르면 2018년까지 신설 예정인 중고교가 없다. 그나마 평택 구도심과 인접한 소사벌택지개발지구에서는 기존 중고교를 이용할 수 있지만 고덕국제신도시의 경우 장거리 통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평택 부동산 투자에 다소 회의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평택은 토지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아파트나 상가는 향후 지속적으로 오르리라는 보장이 없다. 구도심 매물 또한 처분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이 아닌지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평택은 화성이나 동탄처럼 강남권 생활이 가능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실거주가 아닌 투자가 목적이라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렌털하우스 분양 사기 조심해야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렌털하우스’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군무원 등 미군기지 근무자들에게 1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고 집을 대여하는 렌털하우스는 부대 내 ‘하우징 오피스(주택임대관리 부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보통 미군들이 선호하는 렌털하우스는 적어도 165㎡(약 50평)대 이상 규모에 고급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바비큐 파티가 가능한 정원 딸린 집이다.

    임대차계약은 한국 부동산법이 아닌 미국 부동산법을 따르며, 미군기지가 책정하는 금액 내에서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또한 지역별로 다른데 서울 용산의 경우 ㎡당 5만 원 선에서 임대료가 책정되는 반면, 평택은 13년째 3만 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군기지 이전 계획으로 부대 인근 땅값이 급상승하면서 렌털하우스 건축에 섣불리 뛰어드는 사업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 정문에 위치한 렌털하우스 전문 부동산 한 관계자는 “이주해오는 미군의 70%가 부대 밖에서 생활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들어갈 집이 부족하다. 임대료를 올려주지 않으니 짓고도 수익이 나지 않을 게 뻔해 렌털하우스 건축을 시도하는 업자가 거의 없다. 얼마 전에도 부동산 관계자들이 부대 측에 임대료 인상을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검토 후 알려주겠다는 말만 하고 아직까지 확답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미군기지 인근 땅값 상승으로 렌털하우스 신축이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외곽에 렌털하우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도 평택 미군기지 렌털하우스 분양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분양 광고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공사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고, 설령 지었다 해도 미군기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거나 시공 수준이 낮아 하우징 오피스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당초 예상했던 임대료는 회수하지도 못한 채 넓은 평형의 빌라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인터넷 광고를 보고 연락한 한 렌털하우스 분양업체 관계자는 “1억8000만~2억7000만 원만 투자하면 연 12~13% 수익을 보장한다”며 분양을 종용했는데, 상담 말미에야 해당 렌털하우스가 평택이 아닌 충남 아산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자는 “‘평생 연금처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전 재산을 투자했다 손해를 보는 노인이 많다. 돈이 몰리는 곳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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