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3

2016.06.22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한국 록 최후의 블록버스터 이벤트

여름 록페스티벌 프리뷰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06-20 09:19:3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제 한국은 봄부터 겨울까지 어떤 형태로든 페스티벌이 열리는 나라다. 계절과 장소에 맞춰 형태도 다양하다. 봄과 가을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여름에는 몸을 달구는 음악이 중심이 된다. 좀 ‘핫하다’는 페스티벌이 열리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참가 인증으로 도배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순간의 전시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시대, 페스티벌은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됐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페스티벌 전성기의 출발은 록페스티벌이다. 2006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펜타포트)이 성공적으로 열리면서 해외 라인업을 앞세운 페스티벌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됐지만 시장 팽창과 함께 거품론도 커졌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라는 짧은 시기에 4개 페스티벌이 열린 2013년은 그 절정이었다. 승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해에는 유독 이렇다 할 헤드라이너급 해외 라인업이 없었던 탓에 거품은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자, 이제 2016년이 됐다. 거품은 꺼지고 진동은 멈췄다. 해는 2016년이건만 2010년쯤으로 돌아간 느낌도 든다. 올해 여름 록페스티벌의 형세가 그렇다. 2개의 페스티벌이 남았다.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펜타포트와 다시 지산리조트로 돌아가는 밸리록페스티벌(밸리록)이다. 먼저 변화가 눈에 띄는 건 밸리록이다. 지난해 폭우로 땅은 진흙밭이 되고, 모기 떼가 창궐하면서 간척지인 대부도엔 ‘헬게이트’가 열렸다. 여기에 행정과 운영 문제도 더해졌다. 그래서 다시 지산리조트로 돌아간다.

    7월 일본 후지록페스티벌과 라인업을 공유하기에 참가 팀은 언제나 그렇듯 화려하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힙스터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는 디스클로저,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인이 채우는 토요일의 메인 스테이지를 책임질 제드까지 삼두체제다. 록페스티벌 무대에 처음 서는 이소라, 21세기의 일본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음악과 스토리텔링을 갖춘 세카이 노 오와리, 어느덧 록페스티벌의 단골이 된 트래비스가 서브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다.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여성 신스팝 뮤지션 테건 앤드 세라, 16세에 발표한 데뷔 앨범으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버디까지, 한국을 처음 찾는 음악인들도 놓치기 아깝다.

    하긴, 언제 밸리록 라인업을 걱정했던가. 다만 지산리조트로 돌아가면서 벌써부터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천민자본주의의 헬게이트가 열린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주변 환경 말이다. 20세기 민박 스타일의 방 하나에 사흘간 100만 원을 받고, 한 달 치 주차비를 사흘 동안 쓰는 경험을 선사해주는 리조트 인근 지역의 장삿속은 지산리조트의 쾌적함과 등가교환이 어려운 문제다. 다시 지산리조트로 돌아가는 밸리록은 이런 시커먼 장삿속을 잠재울 수 있을까.



    펜타포트 역시 예년에 비해 균질한 라인업을 내세운다. 위저와 스웨이드라는 1990년대 영웅을 필두로, 패닉 앳 더 디스코, 앳 더 드라이브 인, 투 도어 시네마 클럽, 크로스페이스 등 좀 더 록킹한 팀들이 ‘록’페스티벌의 정체성을 더한다. 오케이, 여기까지. 더 많은 팀을 소개할 수도 있지만 펜타포트의 장점은 라인업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어떤 상황에서든 페스티벌을 지켜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주최 측과 관객들 사의의 상호 신뢰와 문화가 펜타포트를 응원하고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페스티벌 풍경이 장르를 막론하고 여가, 쾌락, 피크닉, 소비 같은 단어로 다양화된 지금, 펜타포트에는 다른 어떤 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있는 것이다. 이 땅에서 록페스티벌은 불가능한 영역이라 여겨지던 지난 세기 때부터의 염원이 축적된 역사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움 말이다.

    지금 한국 록계의 회전축은 움직임을 멈춘 상태다. 자체적인 힘으로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지 몇 년이 흘렀다. 록밴드 대신 힙합 뮤지션을 멋있어 하고, 록 공연장에서의 쾌락을 EDM클럽에서 채운다. 이런 상황에서 록페스티벌은 록이라는 문화의 힘을 대규모로 체험할 수 있는, 그리고 재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시공간이다. 밸리록과 펜타포트, 한국 록 최후의 블록버스터 이벤트가 올해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