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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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본인·친족이 증거 없애면 법적 처벌 불가능해

압수수색과 증거인멸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nswwh@lawcm.com

    입력2016-06-17 15: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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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이 있었다. 연일 롯데그룹 관련 수사 전망과 그룹 내분 보도가 쏟아진다. 검찰의 동시 압수수색은 롯데그룹 본사 및 계열사 사무실, 회장을 포함한 관련 임원들 숙소를 망라했다. 동원된 수사인력만 200여 명으로,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규모다.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그룹은 업무가 위축됐다며 울상이다. 롯데호텔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에 대한 사정 분위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 유난히 대규모 압수수색 소식을 전하는 뉴스가 많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주식 처분과 관련한 KDB산업은행 압수수색, 네이처리퍼블릭 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한 롯데가(家) 신영자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등 다 열거하기조차 숨차다. 압수수색 뉴스에 항상 빠지지 않는 멘트는 ‘조직적 증거인멸 또는 은폐 의혹’과 관련한 것이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업 처지에선 그 자체로 이미 처벌받은 것과 같은 심리적 위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개념으로 보면 압수수색은 수사의 한 방법일 뿐 처벌은 아니다. 처벌에는 범죄 사실의 입증이 필요하고, 입증 자료에는 서류나 범행도구 같은 물증과 사람의 진술이 있다. 이러한 입증 자료를 모으기 위한 활동이 수사인데, 강제수사와 임의수사가 있다. 진술을 강제로 듣기 위해 감금해놓는 것이 구속이고,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강제로 소지품을 빼앗거나 장소를 뒤지는 것이 압수수색일 뿐이다. 강제수사를 위해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이 그것이다. 법의 강제 없이 그 소지자로부터 자의로 물증을 제출받는 행위는 ‘임의제출’이라 해서 압수수색과 구별된다. 압수수색으로 획득한 자료나 임의제출받은 자료나 증거 가치는 다르지 않다.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자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수사 때문에 내 집이 압수수색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압수수색이 시작되기 전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할 것이고, 그 영장에는 무슨 일로 압수수색하는지 알 수 있는 범죄 사실이 기재돼 있다. 그리고 입건이 되기 전 내사 상태에서도 압수수색은 가능하다.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이후 처벌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볼 수 있으나 반드시 처벌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로만 반드시 처벌된다는 법도 없다. 문제는 압수수색을 예상해 미리 관련 자료를 치워버리는 것이 별도 범죄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때만 적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범죄 관련 증거를 압수수색 전 자신이 없앤 행위는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범죄자라 해도 자신의 범죄와 관련한 수사기관의 입증자료 수집활동을 도와줄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친족이나 동거하는 가족이 범죄자 본인을 위해 증거를 치우더라도 증거인멸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인간적인 정의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타인을 시켜 자신이나 친족의 범죄 증거를 인멸하게 했다면 그 타인은 증거인멸죄에 해당하고 시킨 사람은 증거인멸죄 교사범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범죄자 본인이나 친족이 증거를 인멸한 경우 증거인멸죄는 해당하지 않는다 해도 구속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구속 사유인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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