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9

2016.05.25

인터뷰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보고 여당의 책임의식으로 해결하겠다”

당대표 출사표 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5-23 1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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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7·30 재·보궐선거(재보선) 때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사진)은 1년 8개월 만에 다시 치른 20대 총선에서 고향 곡성군이 다른 지역구로 바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리고 새누리당이 전국적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선거 분위기 속에서 당당히 지역구 재선(비례대표 포함 3선)에 성공했다.

    그의 당선은 지역구와 의정활동에 매일같이 열정을 쏟은 결과다. 지난 20개월 동안 이 의원은 이틀에 한 번꼴로 비행기를 타고 지역구에 내려가 구석구석을 누볐다고 한다. 그가 이동한 비행거리는 지구를 두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가 보여준 정성과 헌신은 새누리당 불모지라던 호남에서 ‘지역구 재선’이란 꽃을 활짝 피웠다.

    이 의원은 이제 새누리당 대표에 도전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 심판을 받아 휘청거리는 새누리당을 바로 세워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다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5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과 만났다. 이 의원과 마주 앉기 직전 새누리당은 상임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은 물론, 혁신위원회(혁신위) 구성까지 차질을 빚어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었다.

    ▼ 오늘 상임전국위가 무산돼 비대위 구성은 물론 혁신위 구성도 어렵게 됐는데….

    “실시간으로 변하는 현안보다 앞으로 정치와 국회, 그리고 정당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미래에 대해 얘기합시다.”



    이 의원은 선수를 쳤다. 그러고는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정치개혁, 정당개혁에 대한 소신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보다 마치 전국 당원들 앞에서 정치와 정당개혁의 소신을 밝히는 당대표 후보자 그 자체였다.

    “역대 모든 국회에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구성됐습니다. 어느 정당이든 국민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정치를 바꾸기 위해 매번 개혁과 쇄신, 혁신을 위한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20대 국회 초입에 서 있는 지금 정치개혁은 이뤄졌습니까. 국회가, 정치가 국민 신뢰를 얻었습니까. 과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국민 심판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았다면 ‘왜’ 심판받았는지, ‘왜’ 신뢰를 잃었는지부터 따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무엇부터 하느냐면 ‘누가 고칠 거냐’라며 사람을 바꿉니다. 그러고는 어떻게 고칠지 방법을 모색해요. 뭐가 문제였는지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는데, 항상 거꾸로 해요.”



    서번트 리더십, 머슴 리더십

    ▼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민생에 소홀했고, 민심을 외면했으며, 국민 삶에 관심을 쏟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안중에서 국민이 사라진 거죠.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죠. 민생을 제대로 챙겼나요. 국민을 열심히 찾아다녔나요. 여야정 협의든 당정청 협의든, 시스템이고 뭐고 모조리 무시하고 몇 사람이 결정하면 따르지 않았나요. 의원총회도 그런 식이었고…. 몇 사람이 결정하면 따르는 방식으로는 더는 안 됩니다.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내려놓고 국민에게 다가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입니다. 민심은 민생입니다. 국민의 삶이 민생이죠. 정치는 국민의 삶이 행복한가, 희망이 있는가, 안전한가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집권여당이지만 야당 시각에서 민생을 보살펴야죠. 국민의 행복, 희망, 안전 문제와 관련해 국민 삶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얘기를 듣고 현실을 바꿔야죠. 여당은 정부를 질책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예산에 반영하든, 다른 정책 대안을 제시하든 해서 현실을 바꿔야죠. 여당이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민심이 떠난 겁니다.”

    ▼ 당대표가 되면 당을 어떻게 바꿀 계획입니까.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할 겁니다. 소속 의원을 풀가동해 현장으로 내려보내 야당 시각에서 국민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살펴보게 해야죠.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이 찾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죠. 그게 서번트 리더십이고 머슴 리더십입니다. 선거 때면 누구나 주권자인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까. 그 말을 지켜야죠. 머슴이 먼저 주인에게 다가가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를 들어야죠.”

    이 의원이 새누리당 불모지와도 같은 호남에서 지역구 재선에 성공한 비결 역시 서번트 리더십, 머슴 리더십을 몸소 실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전남 순천에 있는 제 사무실은 ‘국회의원 이정현 사무실’이 아니에요. ‘이정현 사랑방’입니다. 누구든 사무실 문만 열면 바로 저와 만날 수 있게 의원실과 비서실 칸막이를 없앴어요. 마을회관에서 막걸리 토크를 수시로 열어 3시간, 4시간씩 주민들 얘기를 들었고요. 또 저를 만나고픈 순천 시민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순천호수공원 잔디밭에서 어김없이 시민을 만났어요. 저는 호남 유권자가 무서워요. 받들어 모시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이잖아요. 그렇게 정성을 다하니 새누리당이 심판받는 와중에도 순천에서 (당선)되더라고요. 순천에서 제가 했던 선거운동을 그대로 당에 적용할 겁니다.”

    ▼ 새누리당 계파갈등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계파 문제는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가 용호상박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2007년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경선 때 생긴 겁니다. 두 후보 가운데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면 친박,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면 친이라고 부른 거죠. 그런데 두 분 모두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계파와 계보는 끝난 겁니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정치를 그만두고 같이 무덤으로 갈 겁니까. 대선 경쟁 때문에 그렇게 구분됐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합니다. 친박, 진박(진짜 친박근혜)이라고들 하는데, 이때 ‘박’은 대통령입니다.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수 있죠. 하지만 그런 이견은 내부 회의에서 얼마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증세가 됐든, 감세가 됐든…. 저는 개인적으로 법인세 인상에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안에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습니다. 여당은 모두가 친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성공해야 다음에 또 대통령을 시켜달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흔들고서 또 국민에게 정권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소위 비대통령(비박을 이 의원은 이렇게 불렀다), 반대통령을 해서 ‘친박은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또 다른 분파를 만드는 겁니다. 또 다른 패권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겁니다. 저 사람은 안 되고 내가 하겠다는 거죠. 소위 친박이라는 분들이 ‘비대통령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현 시점에서는 결코 대통령을 위한 길이 아닙니다. 당을 위한 길도 아니고요. 국민을 위한 길은 더더욱 아닙니다.”



    친박 팔아 당선한 것 같으냐

    ▼ 이 의원이 친박 출신이라 당대표 적임자가 아니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제가 ‘친박이라 안 된다’는 분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요. 내가 전남 순천에서 친박 팔아 당선한 것 같으냐고요. 저는 친박이고, 진박이 맞습니다. 그리고 친박이고 진박인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저는 여당 조직원이니까요.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 국회의원이니까요. 집권여당 구성원이 되려고 그렇게 발버둥 치며 노력했는데,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일입니까. 숨길 일입니까. 아니라고 부인할 일입니까.”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과 진박의 전횡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친박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당원과 국민이, 유권자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파벌과 분파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또다시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일입니다. 분파를 조성하지 말고 제발 하나가 되자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친이, 친박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정권 창출을 위해 하나가 되자고요. 새누리당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대통령을 만들려고 함께 노력한 사람들 아닙니까. 이제 함께 가자고, 모두가 함께하자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맬컴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에 이르는 방법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루 3시간, 1주일에 20시간씩 10년을 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끈기를 갖고 한 우물을 파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20대 총선 때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은 1만 시간의 법칙을 10년이 아닌         1년 8개월 만에 집중적으로 실천한 경우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당선한 그는 1년 8개월 뒤 치른 4·13 총선까지 1만 가까운 시간 동안 지역구와 의정활동에 집중해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 그런 그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1만 시간의 법칙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자신의 ‘당선’이 아닌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목표다. 그는 과연 새누리당 당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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