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5

2016.04.27

경제

‘이케아 효과’에 국내 가구업체 웃었다

‘먹방’ 뜨니 부엌 고치고, ‘집방’ 보며 홈퍼니싱…셀프 인테리어족 급증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4-25 15: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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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 경기 광명시에 문을 연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공룡 기업’이다 보니 국내 첫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거대 기업의 횡포와 주변 상권 잠식 등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케아는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국내 가구업계에 긍정적인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케아는 지난 1년간(2015년 12월 기준) 3080억 원 매출을 올렸고, 같은 기간 누적 방문객 670만 명을 기록했다.

    한편 이케아 한국 상륙 이후 국내 상위 가구업체들의 매출 또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4월 3일 발표된 가구업체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개 가구업체의 매출은 3조7075억 원으로 2014년에 비해 18.5% 늘었다.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은 전년보다 29.2% 성장한 1조701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뒤로 현대리바트가 6957억 원, 에넥스가 3030억 원, 퍼시스는 2436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한샘, 부엌가구로 업계 1위 굳히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메기 효과’에 빗댄다. 수조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다른 물고기들이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움직이면서 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공포’에 맞서 서둘러 대형매장을 신규로 내거나 발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자체 성장을 이뤘다.

    특히 한샘의 성장은 눈부시다. 2013년 매출 1조69억 원으로 가구업계 최초 1조 원을 달성한 한샘은 이후 원가 경쟁력, 유통망 정비 등을 통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2012년부터 제조 부문 자동화를 도입했고 표준화 및 구매 부문 신규 납품업체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30%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2년까지 성장가도를 달리다 7년가량 정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역량을 찾아내 본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샘은 ‘부엌가구의 승자’로 불린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는 ‘내 집 갖기가 힘들면 주방이라도 예쁘게 꾸미자’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데 여기에 때마침 불어닥친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으로 한샘 부엌가구는 전례 없는 호기를 맞았다. 또한 한샘은 주택 리모델링 공사 때 인테리어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에 착안해 인테리어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전국 인테리어업체와 제휴해 부엌가구와 수납가구, 욕실, 마루, 창호, 도어, 조명 등을 개별 또는 패키지로 공급하는 ik(Interior Kitchen·아이케이)를 2008년 출시했다. 기존 대리점 유통 외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한 것이다. 올해는 인테리어 제휴 업체를 2000여 개에서 3000개로 확대해 부엌, 수납가구와 함께 건자재까지 본격적으로 유통을 확대할 방침이다.

    온라인 쇼핑몰인 한샘몰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2009년 매출 279억 원에서 2015년에는 1600억 원을 넘어섰는데 그 배경에는 히트 상품 개발이 있다. 2009년 출시한 ‘샘’ 책장은 지난해 밀리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책장에서 시작해 점차 샘키즈, 샘틴즈, 샘리빙, 샘베딩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또한 3월에는 기존 분리 운영하던 4개 사이트(한샘몰, 한샘인테리어닷컴, 한샘키친&바스닷컴, 한샘ik닷컴)를 한데 모아 ‘통합 한샘몰’로 개편했다.

    또한 한샘은 중국시장 진출로 제2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샘 관계자는 “중국 홈인테리어 시장에 가구, 생활용품, 건자재까지 유통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중국 현지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 서비스로 750조 원 규모의 중국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2위 현대리바트는 고급스러움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 가구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백화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입점 비용 등 부담도 있지만 백화점을 주요 유통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B2B에서 B2C로 채널 확대

     현대리바트는 B2B(business to business)에서 B2C(business to consumer)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면서 매출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B2C는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며 2년 내 50% 이상을 목표로 한다. 1월에는 울산에 대형 직영 전시장 ‘리바트 스타일숍 울산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현재 총 10개 직영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리바트 제품의 강점으로는 친환경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가구업계로는 처음으로 제품에 친환경자재 E0보드를 도입했으며, 최근 사용량 10만㎥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 늘어난 수치로 보드 길이로 따지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6회 이상 왕복한 거리라고 한다.  

    업계 3위 에넥스 또한 전년 대비 매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에넥스는 1970년대 국내 최초로 입식 주방문화를 도입한 ‘오리표’ 싱크대로 유명했던 회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배경으로 지난해 1월 출시한 아파트 리모델링 전용 브랜드 ‘뉴 스마트’의 판매 호조를 꼽을 수 있다. 뉴 스마트는 지난해 아파트 리모델링시장을 공략해 30% 넘는 매출 상승을 이뤘다. 또한 에넥스는 책임사업부제를 도입해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합사이트를 개편해 온라인 제품을 보강했다.

    최근 일고 있는 셀프인테리어 열풍도 ‘이케아 효과’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가구는 한 번 사면 10~20년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저렴한 가격에 사서 짧게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케아가 처음 입점할 때만 해도 “싸구려 가구를 누가 쓰느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이케아 가구를 한번 접해본 사람 중에는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이가 많다. 무엇보다 가구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이도 적잖다. 단순히 가구 조립에 그치지 않고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 소품 제작에 열을 올리는 DIY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취미생활로 공방에 다니고 있다는 한 30대 여성은 “처음 만든 것이 원목 트레이인데, 내가 직접 만들어서인지 애착이 남다르다. 망가지지 않는 한 평생 소장할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최근 방송가에 불고 있는 ‘집방’(집 안 꾸미기 방송)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인테리어와 주거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방송이 예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인스타그램 열풍에 힘입어 #집 #소품 #인테리어 등의 해시태그를 단 ‘홈스타그램’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문미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겨남에 따라 조명, 벽지, 침구, 인테리어 소품 등 집 안을 꾸미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누구나 스스럼없이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고 평했다.



    생활용품시장에 뛰어든 대기업

    집 꾸미기가 대세가 되면서 기존 생활용품 브랜드들도 호황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활용품 관련 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순위는 이케아와 이랜드의 ‘모던하우스’가 각각 3000억 원대로 1, 2위를 다툰다. 1996년 국내 업체 최초로 홈퍼니싱사업에 진출한 모던하우스는 다른 생활용품 브랜드에 비해 가구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 시즌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10, 20대를 타깃으로 한 하위 브랜드 ‘버터’를 출시해 소비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패션, 유통 등 비가구업계에서도 소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와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자라의 ‘자라홈(ZARA HOME)’의 대결을 들 수 있다. 최근 자라홈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이어 가로수길에 국내 두 번째 매장을 연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4년부터 가로수길에서 플래그십 매장을 영업 중인 자주와 자라홈 간 두 번째 결투가 벌어지게 됐다. 두 브랜드는 2014년 11월부터 코엑스몰에서도 매우 근접한 거리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00년 부산 이마트 해운대점에서 ‘자연주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자주는 홈퍼니싱 열풍과 함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연주의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130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자주로 리뉴얼한 뒤에는 2013년 16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자라홈 역시 국내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 자라홈 글로벌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구성에서도 두 브랜드는 차이점이 있다. 스페인 기업인 자라홈은 패션 브랜드를 모체로 하는 만큼 화려하고 개성 있는 소품들이 돋보인다. 꽃무늬, 페이즐리무늬 등으로 스페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격 면에서는 SPA 브랜드 치고 다소 비싸다는 얘기를 듣는다. 반면 자주는 합리적 가격과 실용성에 집중한다. 자라홈에는 없는 냄비, 수저세트 등 다양한 주방용품과 뷰티 및 아로마 제품, 식기, 장난감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대형유통업체 이마트는 지난해 6월 경기 일산 이마트 킨텍스점에 생활용품 전문 매장 ‘더라이프’를 처음 선보였다. 중저가 제품을 80% 비중으로 구성하되, 고가 프리미엄 라인도 함께 구축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평이다. 또한 더라이프는 기존 유통·배송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료배송과 조립서비스를 차별화해 신세계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아웃렛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데코, 홈퍼니싱업체들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 없던 이들도 소비계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소품 하나로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홈퍼니싱시장 확대는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까지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고민해야 할 것은 이케아의 긍정적 효과가 언제까지 갈 것이냐다. 이케아는 단 1개 매장에서 산출된 연간 매출이 3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2020년까지 국내에 6개 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향후 벌어질 ‘가구 전쟁’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지니려면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가 요구된다. 또한 대형 가구업체는 중소 하청기업과의 공생에도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미성 연구위원은 “가구시장에서 대기업 브랜드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이긴 하나 가구산업은 중소기업형 산업의 특성을 지니는 만큼 중소기업의 디자인, 품질 관리, 영업력 등이 갖춰져야 산업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스웨덴, 이탈리아 등 가구 선진국처럼 국내 가구업체도 해외 진출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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