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2016.04.13

소셜 뉴스

정부청사가 당신 안방?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04-11 12: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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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시험 준비자가 정부청사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로 공무원시험 성적을 조작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4월 5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훔친 공무원 신분증을 패용하고 정부서울청사 내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를 조작한 혐의(현주건조물침입, 공전자기록위작 등)로 송모(26) 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송씨는 2월 28일 외출·외박 후 복귀하는 청사경비대 소속 의무경찰들 틈에 끼어 청사 본관에 진입해 1층 체력단련실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고, 며칠 뒤 사무실 문 밖 벽면에 적혀 있던 비밀번호를 보고 디지털도어록까지 열었다. 이후 그는 컴퓨터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을 USB 저장장치에 담아와 해당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풀고 자신의 성적을 조작한 뒤 합격자 명단에 자기 이름을 추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같은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지 많은 이가 황당해하는 가운데 경찰은 4월 7일 송씨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정 내렸다. 그러자 인터넷에는 “내부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견이 빗발쳤다. 한 누리꾼은 네이버 기사 댓글에 “어디에 가면 신분증을 훔칠 수 있는지, 담당자는 누구인지, 해당 컴퓨터는 무엇인지 등 도대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마음만 먹으면 컴퓨터로 시험 결과 조작도 가능하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이도 많다. 한 트위터리안은 “수험생이 조작할 정도면 내부에서는 더 조작하기 쉽지 않겠나. 다른 공무원시험에서도 저런 일이 벌어졌던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적었다.

    정부청사 보안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도 적잖다. 정부는 뒤늦게 ‘청사 보안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누리꾼들 반응은 싸늘하다. 한 누리꾼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며 허탈해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대한민국 공무원의 수준을 보여준 사례”라며 해당 공무원들의 업무 태만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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