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2016.03.30

골프의 즐거움

리키 파울러의 기적에 정작 신이 난 건 어니 엘스

백만 달러짜리 홀인원 천태만상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3-28 11: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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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에서 홀인원은 파3 홀에서 단 한 번의 샷으로 공을 홀컵에 집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프랜시스 세이드 미국 보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조사한 홀인원 확률은 프로골퍼의 경우 3000분의 1이고 아마추어골퍼는 1만2000분의 1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행운인 만큼, 일부 해외 프로골프대회에선 여기에 큰 상금을 걸 때도 있다. ‘밀리언 달러(약 11억9400만 원) 이벤트’가 바로 그것으로, 국내 대회 2개의 총 상금을 합친 금액과 비슷하다.

    엄청난 행운이 없으면 불가능한 확률이지만 기적은 종종 일어난다. 그럼에도 스폰서들이 큰 상금을 내거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회 기간 내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 좋은 데다 미리 보험에 들어놓아 막상 홀인원이 나와도 금전상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3월 8일 리키 파울러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어니 엘스가 미국 플로리다 주 올드팜골프클럽(GC)에서 주최한 자선대회에서 100만 달러가 걸린 홀인원을 보란 듯이 성공한 것. 공은 112야드(약 102m)를 날아 정확하게 19번 홀 홀컵으로 들어갔다. 기적은 마음을 비운 이에게만 찾아간다 했던가. 골프화를 벗어 던지고 평범한 운동화로 갈아 신은 파울러가 루크 도널드의 클럽을 빌려 장난삼아 친 샷이 한 방에 홀컵에 빨려 들어간 것.

    하지만 홀인원을 확인한 순간 가장 기뻐한 것은 파울러가 아니었다. 정식으로 하자면 파울러는 물론 도널드도 상금 일부를 자기 몫이라고 우길 수 있는 상황. 의외로 홀인원에 가장 기뻐한 이는 대회 주최자인 엘스였다. 엘스는 홀인원이 확정되자 달려나가 파울러를 번쩍 들어올리며 뛸 듯이 기뻐했다. 애초부터 홀인원을 하면 선수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금 100만 달러는 엘스가 운영하는 자폐증재단에 기부되도록 룰이 짜여 있었던 것. 자폐증 아들을 둔 엘스는 2009년 자폐증 환자를 돕는 재단을 세우고 매년 자선대회를 열어왔다. 엘스는 재단도 홍보하고, 아무런 손해 없이 100만 달러의 부상금도 챙긴 셈이다. 

    평생 89승을 거두고 메이저 6승을 한 리 트레비노는 2001년 7월 31일 스킨스게임에서 100만 달러 홀인원을 잡았다. 트레비노는 미국 미시간 주 게일로드에서 열린 프로선수  (4명) 초청 이벤트 대회에서 138야드(약 126m) 거리의 7번 홀에서 피칭웨지로 홀인원을 이뤄냈다. 공은 홀컵을 6m나 지나갔지만 백스핀이 걸려 마법처럼 굴러 내려온 뒤 홀컵 안으로 직행했다. 당시 트레비노는 상금 중 50만 달러를 자기 명의로 인근 어린이병원에 기탁했다.

    아마추어골퍼에게도 홀인원의 행운이 찾아온다. 미국 텍사스 주의 파이프라인 가설 노동자인 렉스 모지는 2001년 7월 25일 텍사스 주 오데사에서 열린 홀인원대회에서 대박을 쳤다. 당초 135야드 홀에 고급 승용차를 상품으로 걸었던 주최 측은 예선 통과자 16명 모두 홀인원에 실패하자 거리를 165야드(약 150m)로 조정하고 상금을 100만 달러로 올린 것. 핸디캡 10인 모지가 7번 아이언으로 친 샷은 그린에 한 번 튕긴 뒤 기적처럼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이 상금을 40년에 걸쳐 매년 2만5000달러(약 3000만 원)씩 나눠 받기로 했다.



    회사 정책 때문에 홀인원을 하고도 상금을 가져가지 못한 사연도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임원인 마이클 그리말디는 2001년 9월 4일 JP매카시재단이 후원하는 이벤트 대회에 GM 대표선수로 출전해 인디안우드GC 18번 홀(167야드)에서 4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금 전액을 JP매카시재단 등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대표로서 번 돈은 개인이 가질 수 없다는 GM의 사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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